‘아오지 탄광’ 생산중단 위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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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지난 7월 24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한 북한의 '은덕지구탄광', 이른바 '아오지탄광'이 처해있는 형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함경북도 '은덕지구탄광', 옛날 이름으로는 '아오지 탄광' 이렇게 부르죠? '아오지 탄광'이 전기와 동발목, 그러니까 갱목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개광 이래 처음으로 석탄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게 지난 7월 24일 문 기자가 보도했던 기사의 내용인데요. 그런데 아직 궁금한 게 많이 남아있습니다.

'은덕지구탄광'들이 이렇게 생산중단 위기에 처한 것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은덕지구탄광'들에서 석탄생산을 제대로 못하면 그로 인한 손실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또 앞으로 생산을 정상화 할 수 있는 전망은 있는지, 이런데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문성휘 : 네, 이미 지난 24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덕지구탄광'들은 한국에서는 '아오지 탄광'으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청취자들을 위해 '아오지 탄광'의 유래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아오지 탄광'은 함경북도 경흥군(慶興郡)에 있는 탄광의 이름입니다. 경흥군이라는 이름은 조선왕조시대부터 내려오던 이름인데요. 1977년 김일성 주석이 나라의 '은덕'으로 나날이 변모하는 고장이라는 뜻에서 경흥군의 이름을 '은덕군(恩德郡)'으로 고쳐주었습니다.

박성우 : 아, 그러면 '경흥군'의 지명이 지금의 '은덕군'이라는 거군요. 그럼 '아오지'는 또 뭡니까?

문성휘 : 네, '아오지'는 지금의 은덕군 읍, 옛 경원군 읍을 일제 강점기에 '아오지'라고 불렀는데요. '아오지'라는 이름은 과거 일제가 이곳에 지은 인조석유공장의 이름에서 유래됐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일제가 지은 인조석유공장의 이름이 '아오지'였다는 거군요?

문성휘 : '아오지 석유화학공장'입니다. 1937년 일제가 이곳에 '아오지 석유화학공장'을 세우고 인조석유의 원료인 석탄을 캐내기 위한 탄광을 개발하면서 탄광의 이름도 자연히 '아오지 탄광'으로 불렸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게 된 거군요. 한국에서는 '아오지 탄광'이라면 항상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해서 생각을 합니다. 6.25전쟁 이후 김일성이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포로들을 모두 '아오지 탄광'에 보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사실이죠?

문성휘 : 네, 6.25전쟁 후 북한은 송환되지 않은 국군포로 2천여 명을 청진시에 있는 김책제철소에 보내 공장복구를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1955년에 이 국군포로들이 김책제철소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청진항을 통해 남한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러한 계획이 실패하면서 적지 않은 국군포로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처형되고 살아남은 국군포로들 중 500여명 정도가 이곳 '아오지 탄광'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러한 '아오지 탄광'이 석탄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를 하셨는데 이게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겁니까?

문성휘 : 네, '아오지 탄광'은 1977년 6월 13일에 김일성이 현지 지도를 했습니다.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오지 탄광'의 이름도 '6.13탄광'으로 개명했고요. 이후 북한 당국은 석탄생산을 늘리기 위해 주변에 '오봉탄광'을 새로 내왔습니다.

은덕군에 그러한 탄광들이 참 많은데요. 함경북도 당국도 도내의 연료문제를 풀기 위해 은덕군에 '라진항 탄광', '경성도자기탄광'을 비롯해 10여개의 중소규모 탄광들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탄광 촌이군요?

문성휘 : 맞습니다. 이렇게 은덕군에 있는 탄광들을 통틀어 '은덕지구탄광'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탄광들이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입니다. 중소기업 탄광들의 경우 '고난의 행군'시기 탄부들에게 배급을 못 주다나니 대부분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겨우 남은 것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6.13탄광'과 '오봉탄광'인데 이 탄광들 역시 지난 2009년부터 생산이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면 '6.13탄광'과 '오봉탄광'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석탄을 제대로 생산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문성휘 : 네, '6.13탄광'과 '오봉탄광'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생산을 정상적으로 했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석탄갱을 떠받드는 동발목(갱목)들을 모두 로씨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벌목장들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동발목 걱정이 없었는데 훗날 여기에 공급되던 동발목 목재들이 북한에서 제일 큰 종이공장인 '길주펄프공장'에 공급되면서 공급이 끊겼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은덕지구탄광'의 동발목 해결을 위해 함경북도 연사군 '연사임산사업소'에 동발목 과제를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2009년부터 연사군에서 협궤철도를 광궤철도로 바꾸기 위한 공사가 진행됐는데요. 그러면서 많은 철길이 훼손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공사가 지지부진 하면서 '동발목' 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동발목이라는 거 한국에서는 갱목이라고 하는데 동발목 공급이 안 되면 석탄을 캐는 게 상당히 힘들어 지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래서 북한은 은덕군 금송리라는 곳에 새로 작은 임산사업소를 세우고 동발목을 생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곳엔 워낙 동발목을 할 만한 재질의 나무들이 적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죠. 동발목이라는 게 튼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문성휘 : 네, 그리고 우선 곧아야 합니다. '6.13탄광'의 경우 이젠 지하 560M까지 석탄을 다 캐어냈기 때문에 지하 620M를 뚫고 새로운 갱을 개설해야 하는데 동발목이 없어 갱을 뚫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오봉탄광'의 경우는 '동발목'을 교체하지 못해 6개의 기본 갱 가운데서 3개의 갱은 임시로 폐갱한데다 대부분의 설비들이 노후화 돼 이미 캐놓은 석탄마저도 갱내에서 밖으로 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청진화력발전소'가 발전을 중단하면서 탄광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서두수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는데 서두수발전소 역시 발전기의 노화로 전기생산량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서두수발전소가 '은덕지구탄광'에까지 전기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나니 올해 지금까지 '은덕지구탄광'의 석탄생산량은 2009년의 3분의 1 수준도 못 된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 기자, '은덕지구탄광'의 석탄생산이 완전히 멎어버릴 경우 북한의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문성휘 : 네, 부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석탄생산이 거의 중단되면서 현재 은덕군에 있는 '7월7일 화학공장'이 가동을 멈추었다고 합니다. '7월 7일 화학공장'으로 말하면 북한 군수장비들을 움직이기 위한 인조석유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또 인조석유와 함께 질소비료와 가성소다를 비롯해 농업과 경공업 원료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주요 포탄생산 공장인 '1월 20일 공장' 역시 석탄 공급을 거의 못 받으면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그 외에도 청진화력발전소, 부령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주변 화력발전소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다면 지금 상황으로 볼 땐 어떻습니까? 앞으로 '은덕지구탄광'이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 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나요?

문성휘 : 아직 전망은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전기 문제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랑천발전소가 완공돼야 하고 부령화력발전소가 정상가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로선 '은덕지구탄광'에서 석탄을 생산하지 못하니 부령화력발전소도 돌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고요. 그리고 '어랑천발전소'는 지난 1998년에 착공한 발전소입니다. 그런데 착공한지 15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까지 완공하지 못한 상태이고요.

동발목을 해결해야 할 연사임산사업소 역시 연사군에서 무산군까지 연결되는 '백무선(백암-무산)' 광궤철도공사가 완공돼야 합니다. 올해 말이면 완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들도 들려오고요. '어랑천발전소'나 '백무선' 철도가 완공되면 '은덕지구탄광'도 숨통이 열릴 전망이 보입니다.

박성우 : 가정을 전제한 전망이긴 합니다만 그나마 전망이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워낙 광업과 같은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요. 그래서 북한 당국도 농업과 경공업원료 생산에 밀접하게 연계돼있는 '은덕지구탄광'이 살아나기를 애타게 고대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