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점진적 화폐개혁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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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의 5천원권 화폐교환이 '새경제관리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점진적인 화폐개혁의 시작으로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5천원권 화폐교환에 이어 곧 1만원권 화폐도 새로 발행할 것 같다, 또 북한이 다시 화폐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문 기자가 8월 1일자로 보도를 했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화폐개혁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기에 대해 설명을 좀 해 줄 수 있는지요?

문성휘: 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이 완전한 실패였다는 건 더 논할 여지도 없는 사실아닙니까?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당시 노동당 재정경리 부장이었던 박남기도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고요.

이렇게 화폐개혁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북한에서는 새로운 화폐개혁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이러한 논란은 2012년에 집권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새경제관리체계', 이른바 '6.28 조치'라는 걸 내놓으면서 더 크게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더 크게 확산됐다,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의 많은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새경제관리체계'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새로운 화폐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새경제관리체계' 시행에 따라 점진적인 화폐개혁을 시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북한의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이 실패한 요인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과거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았던 '7월1일 경제개선조치'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았던 '7월 1일 경제개선조치'는 국가가 생산과 분배를 적당히 조절하면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조치였습니다. 시장개입과 가격통제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7월 1일 경제개선조치'의 의도였는데요.

이를 위해 북한은 경제개선을 앞세우기 전에 노동자들과 사무원(공무원)들의 월급부터 먼저 올렸습니다. 평균적으로 100원 정도였던 사무원, 노동자들의 월급을 2천 원 이상, 그러니까 스무 배도 넘게 올려주었는데요. 이는 극심한 식량난과 생필품 난에 시달리던 북한의 시장 물가를 수십배, 지어 수백배까지 뛰게 만드는 큰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월1일 경제개선조치'는 시장의 혼란만 불러왔을 뿐 완전 실패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지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놓은 '새경제관리체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패한 '7월 1일 경제개선조치'와는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다르게 구성되어있습니다.

박성우: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르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우선 김정은 제1비서가 내놓은 '새경제관리체계'는 경제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지식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은 국가가 정한 '국정가격'과 장마당이라는 거대한 지하경제가 만들어 낸 '시장가격'이 병존하는 사회입니다.

잘 알겠지만 북한의 '국정가격'으로는 쌀 1kg 당 34원입니다. 그러나 장마당에서 실제 팔리는 쌀, 그러니까 '시장가격'으로 쌀은 kg 당 북한 돈으로 5천원 이상, 한마디로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가 150배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좀 쉽게 이야기를 하면 국가계획경제를 없애고 '국정가격'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 김정은 제1비서가 추구하는 목표로 판단된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노동자나 사무원들의 월급도 국가가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공장기업소들의 경영실적과 수익에 따라 자연적으로 오르게 하겠다는 것이 '새경제관리체계'의 내용이라는 데요.

이렇게 국가계획경제를 없애고 공장기업소마다 자체로 생산을 결정하는 걸 북한에선 '생산자율화', 공식적으로는 공장기업소 '독자경영체제'라고 부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올해 4월 2일, 북한을 대변하는 일본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독자경영체제'를 받아들인 평양 '326전선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월급이 실적에 따라 수십 배로 늘었으며 일부 노동자는 월급이 100배 이상으로 뛰기도 했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북한의 경제도 경쟁체제를 받아들였다는 건데요. 이게 상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맞는 화폐제도라는 건데요. 최근 '생산자율화'를 실현한 공장기업소들에서는 기존의 화폐를 가지고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노동자들의 월급도 보장이 어렵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신보'가 보도한 평양 '326전선공장'과 같은 경우 올해 3월 노동자들의 최고 월급이 북한 돈으로 34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걸 전부 현금으로 준 것이 아니라 은행통장으로 넣어주는 방법으로 주었다는데요.

북한의 은행에서는 노동자들이 돈을 찾을 때 보통 1천원짜리 화폐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 기본으로 유통되는 북한 화폐는 1천원권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다나니 은행에서 한달 월급인 34만원을 찾으려면 1천원짜리 화폐로 340장을 받아야 한다는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렇게 받은 월급을 가지고 장마당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아주 어렵다는 사정도 있습니다. 최근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오토바이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장마당에서 오토바이 한 대를 사려면 보통 북한 돈으로 250만원은 주어야 한다는데요. 이러한 물건을 북한 화폐 1천원권으로 구입을 한다면 '돈을 배낭채로 날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겁니다.

장마당들에서 현재 계란 한 알도 북한 돈으로 1천 원 이상을 합니다. 그러다나니 100원 미만의 북한 화폐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휴지장이라고 하는데요. 지어 길가에 떨어진 1원이나 5원짜리 돈은 '꽃제비도 줍지 않는다'고 할 만큼 가치가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의 정상적인 발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데요. 그러다나니 간부들과 지식인들속에서는 '새경제관리체계'에 맞는 '화폐개혁'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어느 순간엔가는 그러한 '화폐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도 화폐개혁에 실패했는데 지금 와서 또 화폐개혁을 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문성휘: 네, 지금까지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한 요인은 극히 짧은 기간을 정하고 제한적인 량의 화폐만 교환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2009년 화폐개혁 당시에도 화폐교환 기간을 한주일로 정하고 주민 1인당 직접 지급한 화폐는 북한 돈 3천원입니다.

그리고 은행에 저금(적금)하는 형식으로 10만원까지 받아주었는데요. 이렇게 되다나니 장마당에서 억대 단위의 돈을 모았던 많은 주민들이 한순간에 '화폐개혁'으로 돈을 다 잃고 말았는거죠.

하지만 지금 북한 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5천원권 교환은 2009년 화폐교환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우선 교환기간을 정해주지 않았고 신권과 구권을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앞으로 화폐를 점차적으로, 자유롭게 교환해 준다면 얼마든지 '새경제관리체계'에 맞는 화폐개혁이 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의 견해입니다.

그 때문인지, 또 아니면 북한 당국의 계획이 일부 외부에 유출돼서인지 파악이 어렵지만 지금 북한에서는 "5천원권 교환은 '화폐교환'의 시작일 뿐"이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돈다고 합니다. 또 '이제 곧 1만원권도 나온다', 앞으로 1만원권이 나오면 10원 미만의 화폐는 모두 폐기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광범하게 유포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아직은 소문이라는 말인데요. 하지만 5천원짜리 신권에서 김일성의 모습이 사라진 걸 보면 이게 혹시 새로 만들 1만원권에 김일성의 초상을 넣기 위함이 아닌가 추정을 하게 만들지요. 앞으로 북한의 화폐개혁 가능성은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