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노동자들, 공업지구 정상화에 환호

0:00 / 0:00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남북한 합의서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에 북한 측 근로자들도 크게 기뻐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심각한 비료 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가짜 건분(亁糞)까지 등장해 뙈기밭에 목숨을 건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측 노동자들, 공업지구 정상화에 환호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8월 14일,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제7차 남북실무회담이 열렸고 여기에서 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가 채택됐습니다. 북한 당국도 언론매체들을 통해 이런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북한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이 종료된 지 2시간 30분 만에 합의문 전문을 공개하면서 회담타결 소식을 아주 신속히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합의문이 도출된 게 개성공업지구가 가동을 중단한 때로부터 133일 만입니다. 북한은 광복절 전야에 이번 합의문이 타결된데 대해 "화해와 협력, 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온 겨레에 기쁨을 안겨주게 됐다" 이렇게 극찬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 문제는 남한주민들속에서 더 관심이 있지, 솔직히 북한주민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도 개성공업지구가 어떻게 되든 자신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북한 주민들의 태도를 전해왔고요. 오히려 북한주민들은 한 달에 보름 분씩 주는 식량공급이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지게 될지, 이런데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박성우 : 아무래도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이니 개성공업지구 문제는 좀 관심밖이었다, 이렇게 들리는군요.

문성휘 : 그렇죠.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가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은 북한주민들도 내 일처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하고요. 이건 아마도 개성공업지구에서 어떤 물건들이 나오는지, 개성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로 남한의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지에 대해 아는 주민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러면 이게 북한 언론이 "온 겨레에 기쁨을 안겨주게 됐다"는 보도하고는 좀 맞지 않는 측면이 있군요?

문성휘 : 네, 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채택은 오로지 북한당국자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기쁨을 주게 됐다, 이런 의미로밖에 해석이 안 가는 부분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한마디로 개성공업지구에 출퇴근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공업지구가 절대로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왜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문성휘 : 애초 공업지구가 폐쇄될 것 같으면 이들 노동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외화벌이를 하는 다른 노동현장으로 분산해 돌릴 것이 뻔한데 그러한 북한당국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하면서 일을 시켜왔다고 하는데요. 개성공업지구가 중단사태를 맞은 4월 말, 5월 초까지는 이들을 외부 인원들과 철저히 격리당한 상태에서 개성시 개풍군, 판문군과 황해남도의 일부 협동농장들에 동원돼 농사일을 도왔다고 합니다.

이후 5월 말부터는 어린 자식이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매 직장 단위로 강원도 세포등판개관 사업에 전부 동원했다고 하고요. 최근에는 그중 일부인원들을 장마와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마식령 스키장 복구 작업에도 동원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된 동원이 계속되다보니 노동자들은 공업지구 중단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업지구가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겁니다. 또 이번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이 도출되면서 세포등판 개관사업에 동원된 공업지구 노동자들이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 아무래도 그렇겠죠. 지금 같은 뙤약볕 밑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하기보다는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성공업지구가 하루빨리 정상화 돼서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해소되고 남북 간 화해협력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가짜 건분(亁糞)까지 등장해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장마당들에 가짜 건분까지 등장해 뙈기밭 농사를 하고 있는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얼마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건분이라면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말린 것 아닌가요? 그런 건분을 어떻게 가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잠깐 설명을 드리면 남한에서 건분은 동물배설물이나 사람의 배설물을 말린 걸 통 털어 건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건분이라고 하면 대체로 인분을 말린 가루를 뜻합니다. 인분가루가 비료효능이 상당히 높기 때문인데요.

올해 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복합비료가 많이 들어오면서 개인들 사이에 거래되는 비료가격은 1kg 당 북한 돈 2천원 정도였습니다. 이게 통 강냉이 1kg과 맞먹는 가격입니다.

그러나 두벌비료를 주어야 할 시기인 7월부터 비료 값이 kg 당 북한 돈 4천원을 넘어서면서 뙈기밭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은 화학비료보다 값이 눅은(싼) 인분가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회를 이용해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이 인분가루에 부식토와 진흙을 말려 가루 낸 것을 마구 섞어서 kg 당 북한 돈 3천원까지 받았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게 가짜 건분을 만들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순수 인분가루의 경우 북한 주민들은 화학비료와 거의 비등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도 요소나 질소가 아닌 복합비료와 동일시하는 그런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복합비료 대용으로 구입한 인분가루가 기대보다 효력이 없어 뙈기밭을 다루는 주민들이 돈만 다 날리고 농사도 제대로 못 짓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는 거죠.

최근에는 겨울 김장용 배추나 무에 비료를 줘야 하는데 가짜 건분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속에 알려지면서 건분 가격이 kg에 북한 돈 1천원을 주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합니다.

박성우 : 3천원에서 천원으로 떨어졌네요.

문성휘 : 네, 그보다는 값이 더 비싸더라도 겨울 김장용 남새(채소)에 화학비료를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인분가루라면 다른 것과 달리 냄새도 좀 나고 속이기 힘든 것 같은데요?

문성휘 :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인분가루는 먼저 수분이 많은 인분을 고루 펴서 일정정도의 건기가 들도록 말린다는 겁니다. 일정정도로 수분이 빠지면 그것을 또 한곳에 쌓아 발효를 시킨다는데요.

이렇게 발효시킨 후 다시 펴서 완전히 말린다는 거죠. 이렇게 발효시켜 완전히 말린 인분을 부드럽게 가루 낸 것을 북한주민들은 건분이라고 부른다는 데요. 이러한 건분은 냄새가 많이 나지 않으면서도 비료로서의 효능이 아주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이 진흙과 부식토에 인분을 희석시킨 물을 뿌리고 발효를 시키지 않은 채 말린 가루를 진짜 건분으로 속여서 판다는 거죠. 그렇게 흙에 인분 물을 뿌리고 발효도 시키지 않고 말려서 가루를 내면 냄새나 색깔이 진짜 발효 건분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런 걸 모르는 일부 주민들이 뙈기밭 농사에 쓰려고 가짜 건분을 마구 사들였다가 결국 돈은 돈대로 날리고 한해 농사도 망치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이젠 비료까지도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니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