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국경연선 주민들에 대한 검열을 대폭 강화하면서 식량난이 다시 악화되고 있습니다.
- 북한의 일부 돈 많은 주민들 속에서 중국산 에어컨과 정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 국경연선 검열로 식량난 악화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장마당들에서 식량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최근 대북언론들을 통해 이런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장마피해 때문인가요?
문성휘 : 네, 물론 장마피해가 크고 그로 인한 손실이 식량가격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전역에서 급격히 상승한 식량가격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8월 20일 현재 양강도 혜산 장마당에서 식량가격은 1킬로에 2천4백원, 함경북도 회령시와 청진시 역시 2천4백원이고 온성군은 2천3백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평양시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2천6백 원까지 식량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북한 식량가격 상승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제각각이라는 거죠.
일부에선 북한 장마당의 식량가격 상승이 이번 장마철 큰물피해 때문이다, 이렇게 분석하고 있는데 저희 자유아시아방송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장마당 식량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물피해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0년에는 함흥시와 신의주, 평양시 등이 올해보다 더 많은 큰물피해를 입었고요. 또 지난해까지 화폐개혁 후유증이 심각했음에도 8월에는 입쌀(벼)가격이 1천1백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얼마 오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8월 초까지 2천원이던 입쌀가격이 평균적으로 4백 원 이상 뛰어오른 2천4백 원 계선에 이르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 량식으로 불리는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800원 계선으로 큰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만약 장마철 피해 때문에 식량가격이 오른 것이라면 강냉이 가격도 함께 올라야 한다는 말이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입쌀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가격부담을 견디지 못해 일부 쌀밥을 먹던 주민들도 강냉이를 먹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냉이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전반적인 식량난은 아니다, 더욱이 큰물피해로 인해 식량난이 가증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성우 : 입쌀 가격만 갑자기 상승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문성휘 : 지금 국경연선에 ‘폭풍군단’이라는 검열조직이 들어와 마약과 밀수, 매음(성매매)행위자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이러한 단속에 걸린 주민들을 농촌으로 집단 추방하고 있다는 데요.
뿐만 아니라 국경경비대가 경비를 맡은 구간들에 예고도 없이 수시로 단속하는 바람에 밀수에 의한 거래행위가 전면 중단되었고 북한 당국의 승인 없이 중국에서 몰래 쌀을 들여오던 무역회사들도 식량 수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장마당에서 식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까 중국으로부터 밀수입이 중단되어 수입에 의존하던 입쌀 가격만 올랐고 옥수수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 네, 북한 경제에서 밀수가 얼마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가 하면요. 담배나 사카린, 사카린이라는 게 설탕을 대용하는 화학물질입니다. 건강에 아주 해롭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담배나 사카린은 수입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 어느 장마당, 또 어느 장사꾼이든지 중국담배나 사카린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걸 밀수꾼들이 다 보장한다는 거죠. 한 번씩 검열이 들어와 밀수가 중단될 때마다 식량가격이 꿈틀대는 것은 밀수꾼들이 유통시키는 식량이 그만큼 엄청난 량이라는 걸 말해주는 겁니다.
무역기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주민들에게서 고사리나 송이버섯 같은 것을 받아들이자고 해도 쌀이나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식량수입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고사리나 송이버섯을 모으기 위해 몰래 쌀을 들여오는 거죠. 또 이것을 장마당에 유통시켜 돈을 만드는 겁니다.
이런 활동이 다 중단되었으니 식량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박성우 : 네, 밀수를 방치해도 문제고 또 심하게 단속해도 문제이겠군요. 그런데 ‘폭풍군단’의 검열은 언제 끝나는 겁니까?
문성휘 : 말로는 8월 말까지라고 합니다. 9월부터는 가을걷이가 시작되니까 모든 검열이 중단되거든요. 하지만 일부에선 후계자 김정은이 “뿌리를 뽑을 때까지 끝까지 하라”는 지시를 내려 검열기간이 더 연장된다는 소문도 돌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계속되는 검열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만 가중된다는 얘기군요.
2. 북한 부유층도 에어컨, 정수기 열풍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에도 최근 에어컨과 정수기가 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던데 전기도 없다면서 이런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은 무언가요?
문성휘 : 네, 일단은 여름에는 그나마 전기를 조금씩 주기도하고요. 또 에어컨, 북한에서는 ‘공기청정기’라고 하는데요. 이런 ‘공기청정기’나 ‘정수기’는 대부분 돈 많은 장사꾼들이나 간부들만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이나 돈 많은 장사꾼들은 대부분 장마당 주변이나 역전주변에 살고요. 그렇지 않으면 도당 아파트라든지, 간부들을 위해 특별히 지은 살림집들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들엔 일반주민들이 사는 지역들보다 전기를 더 많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전기 공급도 차별이 심하다, 이런 말로 들리네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한때 ‘물소독기’라고 한국에서 말하는 ‘이온정수기’를 함흥과학원에서 만들었습니다. 가격도 북한 돈으로 17만~2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이러한 ‘물소독기’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중국산 ‘정수기’에 많이 쏠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중국산 에어컨이나 정수기라면 가격이 적지 않을 텐데요?
문성휘 :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중국산 ‘판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새것은 인민폐로 최고 7~8천원 짜리들이 있다고 하고요. 대부분이 중고들인데 중국 인민폐로 5천원에서 3천원사이 제품들도 많다고 합니다. 정수기의 경우도 대부분이 중고제품들인데 중국 돈 천원부터 2천원사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중고제품들은 중국에서 1차적으로 수리를 해서 북한에 들어오는데 북한의 수리공들이 다시 부분적인 수리를 하거나 깨끗하게 세척을 해서 장마당에 내 놓는다고 하는데요.
정수기에서 정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할 소독기(필터)나 공기청정기 냉매 가스는 북한의 일반 ‘수매상점’들에도 많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정수기의 경우는 전기가 안 와도 수도나 물탱크에 연결해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냉, 온수가 되지 않을 뿐 소독이나 물을 정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공기청정기의 정제기(실외기)가 큰 문제인데 밖에 내 놓으면 도둑들이 다 훔쳐가니까 시멘트로 개우리와 같은 든든한 집을 만들고 거기에 쇠살창까지 대서 설치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공기청정기나 정수기가 필수품 이라기보다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과시적인 욕망에 의해 간부들이나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라고 하는데요. 인구가 많은 중국이니 만치 쓰다가 폐기된 가전제품들도 많을 테니깐 앞으로 이러한 중고품들이 값 눅게(싸게) 더 많이 나와 몇 년 안에 일반화 될 것 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박성우 : 북한이 마치 중국이 쓰다버린 가전제품의 전시장 이라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군요.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합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