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남북 간에 조성된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판문점에서는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있는데도 북한 내부는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차분한 분위기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최근 빚어진 남북 간 긴장상태와 관련해 판문점에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고 있죠? 그런데 북한은 회담이 시작된 22일 이후에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사적 긴장상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준전시상태 선포로 북한 내부에도 긴장감이 팽팽할 것이라고 짐작이 가는데요. 최근 북한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먼저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군사분계선 일대에 조성된 일촉즉발의 대치상태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긴장상태를 촉발한 건 군사분계선 비무장 지대에서 있었던 목함지뢰 사건이었죠.
오중석: 네,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그간의 과정을 좀 요약해 보겠습니다. 지난 8월 4일이었죠.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몰래 매설한 것으로 확인된 지뢰에 의해 한국군 병사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한국국방부와 유엔군사정전위원회는 정밀분석을 통해 목함지뢰 사건을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정부는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도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8월 10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했고요.
또 북한은 8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방송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국정부에 통보까지 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저들이 정한 도발시간을 두 시간 앞두고 22일 오후 3시에 군사고위급회담을 열자고 남측에 제의를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상황을 간략한 내용인데요. 북한 주민들도 어지간히 긴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북한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문성휘: 네, 북한은 8월 22일부터 전국에 준전시상태를 발령하고 언론을 통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강도 소식통들에 따르면 8월 22일 북한은 긴급히 준전시상태를 전국에 내렸다고 합니다.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는 8월 23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별로 학생들을 불러놓고 자원입대 행사라는 것까지 열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자원복무신청서에 이름과 수표(사인)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8월 22일이라면 남북 간에 고위급접촉을 가지기로 이미 선포한 상태에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남북 간에 고위급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도 군사분계선에 무력을 증강하는 것을 비롯해 긴장수위를 계속 끌어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오중석: 네, 그런데 전체 대학생들에게 지원복무신청서를 받고 거기에 수표를 하도록 강요를 했다면 북한 주민들속에서도 전쟁 발발에 대한 긴장감이 좀 높아질 수밖에 있지 않을까요?
문성휘: 네, 그렇지만 사정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북한은 2013년 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에도 35세 미만의 청년들은 모두 자원입대신청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합니다. 정세가 긴장될 때마다 자원입대신청서를 쓰는 게 이젠 습관화 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람들은 '또 전쟁놀음이 시작되었나보다'하고 그다지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간부들과 주민들은 일체 외부에 나갈 수 없게 통제합니다. 현지에서 대기태세를 갖추고 있으라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장마당 유통이 멈춰 소비품(생필품)의 가격이 오를 것을 주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소비품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것이고 군사적 긴장상태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의도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문성휘: 네, 당연히 김정은이 주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게 되죠. 근래 최고의 전쟁위기감은 2013년 2월 김정은이 일으킨 핵전쟁 소동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핵전쟁소동을 일으켰다가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의 정치적 수완이 빈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오중석: 2013년 김정은이 일으킨 핵전쟁 소동이 왜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거죠?
문성휘: 네, 북한은 2013년 2월 핵실험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해 전국에 전시상태를 선포했습니다. 모든 주민들에겐 닦은 강냉이를 비롯해 한주간의 건식을 준비할 것도 요구했는데요.
이렇게 되자 북한 내부는 그야말로 핵전쟁 공포감으로 걷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 쌀값이 오르고 전쟁 공포증에 빠진 노동자들의 작업태만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전시상태는 그 해 3월 중순이 지나면서 북한 당국이 슬며시 해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속에서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불의에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전시상태를 해제했다, 전시상태를 해제했지만 정세는 오히려 더 긴장하다는 등의 소문을 비롯해 온갖 유언비어가 확산되며 공포의 분위기가 5월 초까지 지속됐다는 겁니다.
오중석: 5월 초까지 북한 주민들이 전쟁 공포분위기를 느꼈다면 4월에 연이어 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인민군창건일 행사들도 제대로 못 치렀겠군요.
문성휘: 네, 그때의 행사들이 상당히 어수선 했다고 합니다. 2013년 5월 초 4군단장 출신이었던 인민무력부장 김격식이 장정남으로 교체했는데 이것도 전시상태기간 군인들의 탈영을 막아내지 못하고 사회적인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워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고요. 그런데 이제는 2013년 전시상태와는 그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전쟁소동에 너무도 질려서인지 지금은 아무런 공포심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특히 북한은 언론을 통해 '전투준비가 끝났다'는 협박성 보도를 내보내며 한국을 자극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인들에게 자동보총(소총) 총탄도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폭로했습니다.
오중석: 전투준비가 끝났다는 건 병사들에게 총탄 등 개인 화력을 지급완료 했다는 걸 의미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총탄 지급도 못했다면 전투를 무엇으로 한다는 거죠?
문성휘: 네, 그게 황당하다는 거죠. 북한군 병사들의 전투정량을 수류탄 2발과 자동보총 탄환 120발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국경경비대원들은 전투준비가 끝났다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공포탄 3발과 실탄 2발만 지급된 상태라고 하고요.
양강도 주둔 10군단의 경우 개인용 자동보총은 모두 지급받았지만 총탄은 단 한발도 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총탄이 공급되지 않아 병사들은 "아직 전쟁은 멀었다"고 생각하는 반면 주민들속에서는 "무기와 총탄이 지급되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이 매우 위험해 질 것"이라고 비웃고 있다는 겁니다.
오중석: 무기와 총탄이 지급되면 김정은 정권이 위험해 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문성휘: 네, 주민들과 군인들이 총부리를 김정은 정권에 돌릴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 북한 주민들은 그런 위험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병사들에게 총탄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여러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군 당국이 병사들에게 총탄도 지급하지 않은 채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남한으로써는 예측할 수 없는 북한체제의 속성을 이해하고 북한의 있을 수 있는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