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5천원권 화폐교환 후 북한의 금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의 금 시세에 대해 좀 이야기를 나눠 볼 텐데요. 북한에서 금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다, 라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북한의 금 유통현황이나 금 시세에 대해서는 남한에서 알려진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북한에서 금의 유통과정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한마디로 북한에서 금 유통은 거대한 지하경제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약이나 금은 북한당국이 꼭 같이 강력히 단속하는 물품들인데요. 그런데 마약은 어떤 장소에서 발견되든 강력한 처벌을 면키 어렵지만 금은 중국에 밀수를 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은 이상 처벌을 거의 못한다고 합니다.
박성우: 마약과 금이 처벌수위가 완전히 다르다는 건데 왜 그런 거죠?
문성휘: 네, 마약은 애초 생산자체가 불법이지만 개인들의 금 채집은 불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개인들은 당국이 투자할 가치가 없어서 방치해 두고 있는 금을 채취하고 있다는데요. 어차피 내버려둘 바에야 북한 당국도 개인들이 캐도록 허가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이해가 됩니다. 금 채집이 불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금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건가요?
문성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인들 사이에서 금을 사고파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북한은 개인들이 채집한 금을 반드시 국가에 수매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북한의 각 은행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금을 수매할 수 있다는 데요.
개인들이 채집하는 금은 대부분 강에서 모래를 분리시켜 얻어낸 사금이라고 합니다. 그 외 개인들이 옛 금광주변에서 굴을 파고 광석을 캐내는 방법으로 생산하는 금도 일부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캐낸 금은 모두 불법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북한에서 거래되는 금 가운데는 불법적인 것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실례로 국가가 운영하는 금광에서 노동자들이 몰래 광물을 빼돌려 생산한 금이라든지, 또 제련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훔쳐낸 불법적인 금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법당국이 이러한 금 거래를 크게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합법적인 금과 불법적인 금을 구분하기 힘든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령 금을 소지하고 있던 주민을 단속했고, 또 그것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라고 밝혀지더라도 '나는 은행에 수매하려고 했다' 이렇게 우기면 처벌이 아주 곤란하다는 거죠.
때문에 북한당국도 금을 소지했다가 단속된 주민들에 대해서는 처벌보다 곧바로 은행에 데려가 강제로 수매시키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공간을 악용해 개인들 사이에서 금은 거의 합법적이다 시피 사고 팔린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박성우: 그러면 가짜나 진짜는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리고 금의 순도는 어떻게 된다는 거죠?
문성휘: 금은 질산에 담그는 방법으로 판별을 한다고 합니다. 가짜 금이나 순도가 높지 않은 금은 질산에 쉽게 반응하며 색깔이 검게 변한다고 하는데요. 질산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면 대개 순도가 80% 이상, 20k 정도는 되는 금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만약에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을 스스로 국가에 판매한다면 돈은 얼마나 받게 되는 겁니까?
문성휘: 네, 북한에서 금은 그램 단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보통 사금은 페니실린 병속의 고무뚜껑으로 수평이면 1그램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요. 은행에서도 그램단위로 공식적으로 수매 받는다는 데요. 은행에서 받는 금도 시세에 따라 값이 매번 변한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은행들에서는 순도 80% 이상의 금을 북한 돈 16만2천원에 수매 받는다고 하는데요. 이걸 지금의 환율로 따지면 중국인민폐로 그램 당 120위안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밀수꾼들에게 팔게 되면 그램 당 북한 돈 21만6천원, 중국인민폐로 160위안을 받는다고 합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밀수꾼들에게 팔 경우 40위안 정도 더 받게 되는 거군요.
문성휘: 네, 40위안이라는 게 북한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몰론 개인들에게 팔면 훨씬 많은 이득을 보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하게는 은행들에서 그램 수를 속인다든지 순금의 함량을 속이고 있어 개인들이 수매를 한다고 해도 돈을 얼마 건지지 못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래서 금을 개인들이 판을 치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이런 설명을 지금 해 주시는 건데요. 그렇다면 최근 들어 금 시세는 어떻습니까?
문성휘: 네, 최근 들어 북한의 금값이 비정상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그만큼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금은 개인 거래상들의 손을 거쳐 중국으로 밀수출되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지난달부터 갑자기 액면가 최고 단위인 5천원권을 교환해 주면서 금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소식통들은 돈 많은 사람들, 한마디로 중국인민폐나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금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5천원권 화폐교환 후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앞으로 장마당에서 중국인민폐나 달러를 못 쓰도록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추측이 중국인민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금을 매입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데요.
최근 비정상적으로 금값이 오르면서 7월 말까지만 해도 금 거래상들 사이에서 그램 당 중국인민폐 160위안으로 거래되던 금이 그램 당 220위안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중국에 금을 밀수하던 불법 거래상들 사이에선 "이젠 밀수를 통해 중국에 금을 파는 게 아니라 도리어 중국에서 금을 사와야 할 것 같다"는 웃지 못 할 농담도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당국이 장기간 중국인민폐나 달러의 사용을 단속하지 않을까 매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 경우를 대비해 대체수단으로 너도나도 금을 매입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진단입니다.
소식통들의 전망적으로는 금 시세는 앞으로 북한당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하는데요. 장마당들에서 중국인민폐나 달러와 같은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당연히 금 시세는 더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금 시세뿐만 아니라 자칫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의 생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소식통들은 생각하고 있고요.
반면에 북한당국이 중국인민폐나 달러의 사용을 단속하지 않고 여유 있게 시간을 끌면서 천천히 제한하게 된다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금시세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지 않겠냐는 게 소식통들의 추측입니다.
박성우: 네, 무슨 소린지 알만 합니다. 우리가 '북한은 오늘' 시간을 통해 장마당 물가나 환율이야기는 많이 했던 것 같은데요. 이렇게 금 시세에 대해 다룬 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금 시세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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