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새경제관리체계의 전면적 시행을 앞둔 북한에서 물가와 환율이 대폭 오르면서 주민들이 큰 혼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혜산청년광산에 투자한 중국의 완샹자원공사가 최근 문제가 된 시양그룹과 비슷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현지 소식통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1. 북, 물가와 환율 거침없이 뛰어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새경제관리체계의 전면적 시행을 앞두고 북한이 말 그대로 아비규환 속에 빠져들었다, 주민들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런 게 소식통들이 전해오는 말이잖아요. 왜 그렇습니까?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 네, 그전에 우선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의 6.28 새경제관리체계 발표와 그에 따른 장마당의 환율, 물가 변동에 대해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대부분 보도가 됐습니다만, 북한에서 처음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해 언급된 것이 7월 5일 경부터입니다. 당시 북한은 각 지방 당 간부들에게 김정은 제1비서가 6월 28일에 발표했다는 노작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 여기에 대한 해설 강연을 진행하면서 곧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이런 강연이 진행되자 국경연선 도시 장마당들을 기준으로 식량가격이 입쌀 1kg 당 3천6백원 정도에서 갑자기 5천원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박성우 : 3천6백원에서 5천원으로 뛰었다는 거죠? 이게 6월달 상황이죠?
문성휘 : 네, 이렇게 물가가 뛰면서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함흥 장마당에서는 한때 입쌀 1kg에 6천원까지 올랐었다고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박성우 : 내륙지역은 더 올라간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그렇죠. 뿐만 아니라 환율도 중국인민폐 1위안 대 북한 돈 720원에서 1위안 대 북한 돈 1천원으로 뛰었는데요.
박성우 : 네, 거의 3백원 정도 오른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다가 8월 20일부터는 각 도별로 기관장, 초급당비서들, 재정경일일꾼들을 따로따로 불러서 새경제관리체계시행과 관련된 실무회의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에 따르면 회령시에서만 1차로 8월 20일 경에 각 공장기업소 기관장들과 초급당비서들을 합쳐서 8백여 명이 강습을 받으려 청진시에 올라갔다고 하고요. 2차로 최근에 재정경리일꾼들 1천2백 명 정도가 청진으로 또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경제관리체계의 전면적 시행이 임박함에 따라 장마당 물가와 환율도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요. 8월 25일,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중국 인민폐 대 북한 돈 환율이 1위안 대 1천2백원으로 올랐고, 식량가격은 입쌀 1kg에 7천 5백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대신 강냉이 가격이 4천원으로 올라 기존의 입쌀가격과 같아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자 뙈기밭도 없는 도시 주민들이 난리가 난 거죠. 우선 장마당이 텅 비었다고 합니다. 왜냐면 앞으로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장사꾼들이 물건이고 식량이고 팔려고 안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장 먹을 것이 없는 도시 주민들은 밤중에 무리를 지어 농촌으로 가서 밭에서 강냉이며 감자와 같은 곡식들을 마구 훔쳐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이 지금은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는 거고요.
이제 재정경리일꾼들의 강습까지 끝나고 새경제관리체계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면 물가와 환율이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앞으로 물가나 환율은 당분간 좀 조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공무원들, 북한으로 말하면 사무원들의 첫 월급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가 분수령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이게 아직은 사무원들의 월급이 정확히 얼마나 오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마당 물가도 혼돈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제 국가예산제기관 공무원, 북한식으로 사무원들의 월급이 나오면 그때에 가서야 월급에 맞추어 장마당 물가가 조정될 수 있을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국가예산제기관 사무원들의 첫 월급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어떻게 장마당 물가를 안정시키느냐가 이번의 새경제관리체계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판가름하는 가늠자로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 거지요.
근데 현재로선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대부분 북한주민들은 물론이고 간부들이나 지식인들까지도 2002년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 때 발생했던 것과 같은 그런 부작용이 이번 새경제관리체계를 통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높다는 거지요. 그래서 주민들은 어떻게 하면 그때당시와 같은 충격에서 벗어나겠는가, 충격을 최소화하겠는가, 이런 생각에만 집착해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 네, 그런데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 보면요. 6.28 새경제관리체계, 이건 개혁이나 개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런 평가들이 내려지고 있잖아요? 게다가 북한 당국이 경제일꾼들을 외국에 파견해서 경험도 많이 배우게 했었고 이런 걸 고려하면, 이번엔 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문성휘 : 네,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식량이죠. 다른 건 다 몰라도 새경제관리체계가 안착되려면 식량만큼은 넉넉해야 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개혁시도들이 빈번히 무산된 것이 모두 식량문제를 못 해결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당장이라도 새경제관리체계는 시행에 들어갈 태세인데, 식량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02년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과 같은 전철을 다시 밟게 될 수 있다. 문 기자의 의견이 이런 거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2. 혜산청년광산 여전히 가동 못해
박성우 : 자, 다음은 혜산청년광산 소식을 좀 들어보지요. 최근 중국 시양그룹의 사연이 세계 주요언론에 보도됐었죠?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철광석 광산인데 여기다가 3,776만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430억 정도 되는 돈이죠? 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철광석 선광시설을 건설했는데, 북측이 불법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투자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진 건데요. 그런데 혜산청년광산, 여기서도 비슷한 사정이 생기고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혜산청년광산에 투자한 중국의 완샹그룹도 지금 거론하고 있는 시양그룹과 꼭 닮은꼴입니다.
중국의 이름난 광물투자업체인 완샹그룹은 지난 2007년 11월에 북한 혜산청년광산과 ‘혜중광업합영회사’라는 이름의 합작사를 차리고 여기에 투자를 했습니다. 투자조건도 시양그룹하고 꼭 같습니다. 완샹그룹이 자금을 투자하고 혜산청년광산이 인력과 광물자원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완샹그룹은 생산량의 51%, 혜산청년광산은 생산량의 49%를 현물로 나누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를 위해서 완샹그룹은 2009년까지 혜산청년광산에 총 3,122만달러를 투자해 선광장을 살려놓고 갱내 설비들도 모두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작 생산을 하게 되니까 북한은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땅값을 더 낼 것을 요구하는 등 완샹그룹으로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 걸고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박성우 : 아, 진짜 시양그룹이 겪었던 일과 상당히 비슷하군요.
문성휘 : 네, 결국 이 문제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2011년 5월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제기해서 기존에 합의한 조건으로 합영사업을 계속 하기로 약속을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2011년 9월 19일에 공식적인 조업식을 가지고 중국의 완샹그룹은 앞으로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더 큰 규모로 투자를 하겠다.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두 나라 지도자들이 약속까지 하고 요란하게 조업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구리정광을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최근 북한 내부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혜중광업합영회사’를 해체하고 완샹그룹을 쫓아내지 못하는 것은 이렇게 두 나라 지도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라는 건데요. 대신 북한은 완샹그룹이 스스로 물러날 때를 기다리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완샹그룹 또한 빈손으로 물러날 수 없으니까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데요. 결국 완샹그룹이나 시양그룹이나 꼭 같이 북한에 당했는데 완샹그룹은 두 나라 지도자들 간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공간이라도 있었지만 시양그룹은 그런 공간조차도 없었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차이점은 있지만 유사점이 더 많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외국의 투자가 없으면 김정은 제1비서가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 새경제관리체계도 빛을 보지 못할 거 아닙니까? 북한이 정말로 경제를 일으키려고 한다면 바로 이런 문제부터 좀 제대로 해결을 해야 되겠지요. 그래야 국제사회의 신용도 회복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