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5군단 군인들과 보안원들 총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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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잣나무 숲을 둘러싸고 이를 지키려던 보안원들과 잣을 차지하려던 북한 군인들이 총격전까지 벌리는 사건이 발생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들을 모두 극형에 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군인과 보안원들이 총격전까지 벌리는 이권다툼이 있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떻습니까? 사건에 대해서 조금 더 확인된 내용이 있는가요?

문성휘: 네, 복수의 북한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추가적으로 사실을 확인했고 북한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한 탈북자를 통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오중석: 네, 그런데 문 기자가 처음 이야기한 내용으로는 사건의 전후 상황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문성휘: 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은 강원도 세포군 귀락리에서 8월 17일 경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는 인민보안부 산하 외화벌이를 위한 잣나무 숲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잣은 인민보안부가 중국에 팔아서 외화벌이를 한다고 하는데요. 잣나무를 지키기 위한 인민보안부 초소가 있고 여기에는 14명의 보안원(경찰)들이 주둔하면서 한 조에 7명씩 주야로 잣 밭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귀락저수지가 있고 세포비행장 통신분소와 5군단 한 개 대대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며 또 5군단 소속 독립소대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 독립소대는 모두 22명으로 주변에서 염소를 기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지역이어서 군인들이 많이 주둔하고 있겠군요.

문성휘: 네, 평소 군인들이 많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이들 독립소대 군인들과 잣 밭을 지키는 인민보안원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건데요. 먼저 독립소대 군인 20명이 잣을 훔쳐내기 위해 어둠이 깃들 무렵에 이곳 잣 밭을 몰래 침입했다고 합니다.

도중에 잣 밭을 지키는 보안원들에게 들켰는데 보안원들은 잣을 따가지고 달아나는 군인들을 잡기 위해 권총까지 발사하며 쫓아갔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19명의 군인들은 도망을 쳤지만 그 중 한명이 보안원들에게 잡혔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그랬었군요. 그런데 문 기자, 잣은 보통 9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8월 중순에 그런 사건이 있었나요?

문성휘: 아, 맞습니다. 잣은 보통 9월 초에 따야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잣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8월 15일 경이면 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따 놓은 잣 송치를 한곳에 쌓아두면 송치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잣알이 여문다는 겁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잣을 먼저 따는 자가 주인이니까 잣을 먼저 차지하기위해 채 여물기도 전에 미리 수집하러 다닌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잣 밭을 지키던 보안원들이 붙잡힌 군인을 집단으로 구타해 사망케 하면서 문제가 아주 커졌다고 합니다. 보안원들이 바빠 맞으니까 사망한 군인의 시신을 몰래 주변에 묻어버렸다는 거죠.

군인들이 잃어버린 대원을 찾기 위해 보안원들을 찾아갔는데 보안원들은 자신들의 죄행이 탄로날까봐 해당 군인이 다른 군인들과 함께 도주했다고 우겼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군인을 한명도 잡지 못했다고 버텼다는 거죠.

이게 전연지구(군사분계선)여서 군인이 행불되니까 주변 군부대들은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이틀 동안 숱한 인원이 동원돼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는데 땅에 묻은 병사의 시신을 겨우 발견했다는 거죠.

그런데 잣 밭을 습격했던 병사가 시신으로 나타나면서 해당 소대장이 크게 분노했다는 겁니다. 자기가 데리고 있던 대원이 사망했으니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거고, 아무튼 화가 난 소대장이 분대장들과 대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거죠.

그리고는 사관장이 가지고 있던 무기고 열쇠를 빼앗아 무기고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게 독립소대이니까 무기고의 열쇠는 소대장과 사관장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는데요. 전연지역이니까 무기고엔 탄약함과 완전 장탄된 탄창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을 꺼내들고 다른 병사들과 함께 보안원들이 주둔하고 있는 초소에 쳐들어가 7명의 보안원들을 모조리 쏴 죽였다는 거죠.

오중석: 그러니까 군인들이 술까지 마시고 앞뒤를 분간 못한 채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거군요.

문성휘: 네, 그런 거죠. 초소에 있는 보안원들을 무작정 쏘아죽였다니 말이죠. 그러나 정작 실제 군인을 타살한 보안원들은 모두 체포돼 그 당시 세포군 인민보안서에 갇혀있었다고 합니다.

오중석: 참으로 끔찍한 사건이군요. 군인 한명이 별다른 죄도 없이 타살되었고 그 후과로 인해 아무 죄도 없는 보안원 7명이 모두 사살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런데 비극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김정은이 군인을 타살한 사건관련자들을 극형에 처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지시가 내린 즉시 구류돼 있던 보안원 7명을 모두 극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극형이라면 사형을 의미하는 건가요?

문성휘: 네, 사형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이와 관련한 소식들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데요. 여러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인민보안부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8월 22일, 통천 앞바다에서 이들 보안원 7명을 사살한 다음 수장시켜 버렸다합니다.

오중석: 총살한 다음에 수장을 해버렸다, 북한에서 현재 사건이 벌어진 날짜까지 알려지면서 이 소식이 주민들속에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죠?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문 기자, 사건의 주범들이라고 할 수 있죠. 잣 밭을 처음 습격하고 7명의 보안원들을 사살한 소대장은 어떻게 됐다고 합니까?

문성휘: 네, 현재 북한에서는 보안원들의 처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돌고 있지만 군인들의 처형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를 다녀왔다는 한 주민은 "군인들이 사건의 발단이었는데 그들이 용서받을 리 있겠냐?"며 "소대장과 함께 잣 밭을 습격했던 군인 19명도 같은 날인 8월 22일에 '동지재판'을 받고 처형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군인들이 '동지재판'을 받고 처형됐다고 하셨는데 '동지재판'이란 또 뭡니까?

문성휘: '동지재판'은 주로 휴전선 부근에서 가끔씩 있는 처형 방식인데 주로 국가반역죄를 지었다거나 혹은 한국으로 도주하려다 잡힌 군인들을 처형하는 방식입니다. 북한에선 소속이 같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혁명동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함께 군사복무를 하던 '혁명동지'들이 직접 총을 쏘거나 총검으로 찔러서 사살하는 방식을 '동지재판'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국가나 '혁명동지'를 배신한 자들을 동지들의 손으로 처단하게 하는 방식의 처형입니다.

오중석: 그야말로 남한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잔인한 처형방식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이번에 처형되거나 사살된 군인들은 모두 합쳐 34명씩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군인들과 보안원들 중엔 결혼을 해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처형된 소대장과 잣 밭을 지키던 보안원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요.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북한 당국이 처형당한 사람들의 아내들을 강제적으로 이혼 시켰다고 합니다. 또 과거처럼 자식들까지 '연좌죄'를 적용해 수용소에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 인민군 각 부대들과 인민보안부는 모든 훈련과 검열을 중단하고 '대논쟁'이라는 큰 사상투쟁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 '대논쟁' 사상투쟁회의에서 자식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 않은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큰 '배려'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오중석: 네, 그렇게 큰 범죄도 아닌 자들을 처형하고 그들의 자식들을 살려 준 것이 큰 '배려'라는 건데 무엇을 배려했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장성택 처형방식에 대한 보도도 그렇고 북한의 비인간적인 처형방식이 자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하찮은 이권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