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북한의 '독자경영체제'가 활성화 되면서 북한노동자들의 불만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얼마 전 문기자가 "북한 각 공장기업소의 생산자율제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셨는데요. '생산자율제'의 도입이 왜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좀 설명해주시죠.
문성휘: 네, '생산자율제', 그러니까 북한의 공식 명칭으로는 공장기업소 '독자경영체제'인데요. '독자경영체제'는 북한 당국이 지방의 생산단위, 국가적인 공장기업소들에서 원료구입과 생산, 판매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승인한 경영체제입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핵심인 국가계획 경제를 포기하고 지방의 생산단위와 국가 생산단위들에 자본주의적 경영체제를 도입한다, 이런 뜻인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새경제관리체계'는 내용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우선 공업부문에서 국가계획제도를 없애고 기업소 자율의 '독자경영체제'를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경제와 국가운영을 완전히 자본주의화 하겠다는 의미인데요.
농업부문에서도 가족단위로 세분화된 '분조관리제'를 실시하며, '분조관리제' 안에서 또 매 개인별로 땅을 나누어주는 '포전책임제'를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농업부문도 완전히 자본주의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여 집니다.
오중석: 네, 그렇군요. 북한이 '새경제관리체계'에 의한 '독자경영체제'를 실시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사를 일본 총련의 기관지죠? '조선신보'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요.
'조선신보'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를 했지만 문 기자는 '독자경영체제'가 노동자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요. 대체 노동자들의 불만은 어떤 것들이고 왜 그런 불만을 갖게 된다는 거죠?
문성휘: 네, 북한이 공장기업소의 '독자경영체제'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실제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생산단위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지속해온 국가계획경제를 벗어나 갑자기 자본주의적 경영방식인 '독자경영체제'를 도입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자경영체제'를 받아들이자면 우선 자체로 원료자재를 끌어들일 자금이 있어야 하고 기계설비들을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 필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자금문제, 전력공급문제, 또 생산물의 유통과 판매까지 북한의 공장기업소들 앞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거죠.
이런 환경 때문에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은 완전한 '독자경영체제'가 아닌 부분적인 '독자경영체제'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그런데 완전한 '독자경영체제'가 아니고 부분적인 '독자경영체제'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문성휘: 네, 북한 현지소식통들에 따르면 전력이나 생산물의 유통판매가 필요 없는 분야, 이런 분야에서 '독자경영체제'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주로는 운송 사업이나 지방의 건설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외 지방 약국들이나 상점들에서 중국산 의약품과 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고 하고요. 또 옷 가공이라든지, 담배생산, 비닐그릇, 신발, 철제품들과 같이 전기를 전혀 쓰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상품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전력공급이 제대로 안 되니 기술수준은 옛날 대장간 수준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이고요. 이렇게라도 생산을 하니 노동자들의 수익은 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공장기업소들이 생산을 못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못 줄 땐 불만이 적었는데 지금은 생산을 통한 수익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거죠.
오중석: 네, 가내수공업적인 수준이지만 일정부분 가동이 되는 공장들이 있다는 얘긴데요. 그렇게 '독자경영체제' 시행으로 공장들이 생산을 하고 월급도 주는데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됩니다.
문성휘: 그럴만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예하면 양강도 삼수군 '농기구 공장'을 들 수 있는데요. 이 공장은 종업원 22명의 작은 공장이라고 합니다. 올해 여름부터 이곳 노동자들은 자체로 공장에 야장간을 만들고 석탄과 참나무를 연료로 여러 가지 철제품들을 만들고 있다는데요.
이 공장 야장간에서는 가정용 식칼과 낫, 호미뿐만 아니라 물동이(양동이), 바께쯔(바께스)와 같이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 꽤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 생산을 한데 대한 보상이 문제가 된다는 거죠.
이 공장에서 지난달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월급은 북한 돈으로 14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의 단가나 유통과정, 지어 공장 지배인과 세포비서 부기원과 같은 간부들의 월급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현재 '독자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다른 생산단위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자재 값이요, 연료 값이요,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터무니없이 월급을 잘라내니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중석: 북한의 '독자경영체제'가 생산에 기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 또 회계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얘기인데요. 결국 '독자경영체제'가 공장 간부들의 부정부패행위를 더 조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해도 되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꼭 공장 간부들뿐이 아니라고 합니다. 조금만 생산이 이루어져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 사법기관, 그리고 품질감독이나 전력감독과 같은 감시, 통제기관들에서 벌떼처럼 달려든다는 거죠.
그러니 공장 간부들도 다 같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을 노동자들에게 다 밝히면 사회적 불만을 야기하는 것으로 되고, 또 중앙에 보고하려 해도 보복이 두려워 공장 간부들은 말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군수공장노동자들이나 탄광, 광산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국가계획경제 체계에서 생산을 하고 있으나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월급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불만도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중석: 예전이나 마찬가지라면 대체 노동자들의 월급이 어느 정도 되는 거죠?
문성휘: 네, 현재 북한 당국이 일반적인 사무원(공무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주는 월급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조치'때 규정한 것입니다. 이 월급제도는 직종과 분야에 따라 중노동과 경노동으로 월급을 구분했는데요.
중노동은 일반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국가사무원들로 초기 월급은 북한 돈 1천5백원입니다. 경노동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하는 가벼운 작업으로 초기 월급은 북한 돈 1천1백원입니다.
북한은 같은 직업에서 만 3년을 일을 하면 한달 월급에서 10%라는 '연한가급금'을 붙여줍니다. 또 만 3년에 한번씩 노동자들은 '기능급수' 시험을, 사무원들은 '자격급수' 시험을 보는데요.
급수는 대체로 무급에서 최고 6급까지 있습니다. 직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초기 급수 150원에서 시작해 급수가 높아지는데 따라 최고 1천원 이상까지 월급이 오르는 구조인데요. 또 유해부문 노동자들에겐 정도에 따라 한달에 300원부터 최고 1천원까지의 '유해노동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월급도 공장기업소가 가동을 해서 국가생산계획을 수행하는 조건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70%이상의 공장기업소들이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깐, 노동자들은 아무런 월급도 받지 못한다는 거죠.
오중석: 네, 북한의 월급구조도 꽤 복잡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쌀 1kg이 5천원이 넘는다는 북한에서 생산을 못하는 공장기업소들이 많고, 그런 기업소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몇 천원의 월급도 받지 못한다니 참 안타깝군요.
아무쪼록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이 '독자경영체제'를 하루빨리 제대로 정착시켜서 북한노동자들의 생활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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