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제1비서의 일관성 없는 지시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때 없이 내리는 가을비 때문에 북한의 농업부문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김정은 경험 없다' 불만 커져
박성우 : 자,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먼저 현안부터 좀 다루어보죠. 지난 12일이었죠. 북한이 큰물피해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 의사를 거절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정부가 필요한 지원물자에 대해서 남북이 만나서 의논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제의까지 했는데 이걸 묵살했습니다. 도대체 그 의도 뭐라고 보면 될까요?
문성휘 : 네, 북한은 한국정부의 제의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보잘 것 없는 얼마간의 물자를 내들고 우리를 또다시 심히 모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량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식으로 거절을 했는데요.
한국정부가 이번에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물자는 밀가루 1만 톤, 라면 3백만 개, 의약품들을 비롯해 모두 100억 원 상당입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890만 달러이고요. 또 여기에 남북대화를 통해 필요한 물자를 더 토의해 보자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보잘 것 없는 량이라고 투정질을 부리면서 지원을 거절했는데요.
이러한 북한의 행동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억지스러운가는 지난 8월 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박성우 : 그랬었죠.
문성휘 : 베트남 공산당의 초청을 받고 방문했는데 당시 베트남 정부가 식량 5천 톤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에서 준 쌀 5천 톤은 감지덕지하게 받겠다고 하면서 한국정부가 주는 밀가루 1만 톤과 라면 3백만 개, 그리고 비상의약품은 받지 못하겠다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죠. 그 때문에 한국에서도 추측이 좀 무성했었죠. 북한에 아직 식량이 여유가 있는 것 아니냐?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요. 또 북한 내부의 혼란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아직 내부적으로 정돈이 잘 안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럴 리 없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었죠.
문성휘 : 네, 문제는 북한의 태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도 혼란스럽기 그지없지만 북한 내부에서도 그런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온다는 겁니다.
박성우 : 어떤 식으로 그렇습니까?
문성휘 : 그 한 가지 례로 올해 봄에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대학생들을 동원한 문제와 관련해 학업과 연관이 없는 일에 대학생들을 일체 동원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박성우 : 네, 그렇죠. 우리도 보도를 했었죠?
문성휘 : 네, 그 지시가 있은 후 북한 당국이 살림집 건설에 동원됐던 대학생들을 모두 철수시켰고 또 올해 농촌동원에서도 대학생들을 모두 제외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런 지시가 몇 달 못 갔다는 거죠. 올해 8월 초부터 양강도와 함경북도 대학들의 대부분이 대학생들에게 들쭉 따기 과제를 주어 집단적으로 동원시켰습니다.
그런가하면 6월 달에는 고등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사회적 동원과제를 주지 말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고등중학교 학생들을 수해복구 현장에 동원시킨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사회적과제나 휴식일도 그렇습니다. 올해 2월 김정은 제1비서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간부들을 비판하면서 "사회적 과제가 많고 휴식도 제대로 안 주는데 누가 이런 제도를 좋다고 하겠는가?" 이렇게 하면서 노동자들의 휴식 일을 지켜주고 사회적 부담을 없앨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지시가 한 달도 못 갔다는 거죠. 농촌동원에 각종 행사들로 노동자들은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최근에도 각 인민반별로 장갑이나 삽, 곡괭이와 같이 수해복구에 필요한 도구들을 지원할 것을 강요해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겁니다.
특히 최근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로 북한 당국은 모든 주민들에게 가을걷이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양강도의 경우는 지금 한창 감자가을을 하고 있거든요. 공장기업소별로 농촌동원도 조직됐고요. 그런데 갑자기 수해복구지시가 내려 5.16건설기계공장이나 혜산제지공장을 비롯해 적지 않은 공장기업소들을 농촌지원에서 떼어 수해복구에 동원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나저나 양강도도 수해피해가 많았나 보죠?
문성휘 : 네, 양강도의 경우 백암군과 김형직군의 일부를 비롯해 국지성 호우로 피해를 본 지역들이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수해복구를 가을걷이가 끝난 후에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가을걷이는 시간을 놓치면 심각한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더욱이 감자는 조그마한 추위에도 쉽게 얼기 때문에 지금 같은 때에 노력을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가 금방까지 농촌동원령을 내렸는데 다음날로 말을 바꿔 "10월 10일까지 수해복구를 무조건 끝내라"고 했으니까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북한 실정에 대해 잘 모르다나니 내려 보내는 지시들이 현실성이 없고 일관되지 못했다, 이 거죠. 이에 대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이다" 이렇게 김정은 제1비서를 평가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정리를 해보자면 지도자의 경험이 부족해서 현실성이 없고 일관성이 부족한 지시가 마구 남발하고 있다. 이런 건데요. 일개인의 잘못이라면 개인의 손실로 끝이 나겠죠. 그렇지만 국가지도자의 지시라면 결국 인민들만 고생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2. 잦은 가을비로 농업부문 손실 커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15호 태풍이었죠? '볼라벤' 그리고 16호 태풍 '산바' 이 두 태풍이 연이어 한국을 덮치면서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중에서도 농민들이 큰물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에도 최근 들어 비가 많이 내렸다면서요?
문성휘 : 네, 이번 태풍 '산바' 말구도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가을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실례도 드물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비 피해를 보고 있는데 특히 농업부문이 많은 피해를 본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채소, 북한말로 '남새'지요. 남새피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겁니다. 비가 자주 내리다 보니 주민들의 식량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호박들이 모두 썩어 나간다는 겁니다. 또 가지나 도마도도 지나친 수분으로 하여 썩어 들어가는 현상이 많아 농민들은 물론 뙈기밭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이러한 현상은 강냉이나 밀 가을에서도 나타나는데, 가을한 낟알을 제때에 말려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계속 날씨가 흐리고 비가 자주 오다나니 협동농장 탈곡장 창고들에 보관할 수 없다는 거죠.
박성우 : 아, 썩어나간다는 거죠?
문성휘 : 네, 곰팡이가 나거나 싹이 난다는 거죠.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협동농장의 경우 며칠 전에 첫 강냉이 가을을 했다는데요. 이 강냉이들을 탈곡장에 보관할 수 없어서 농민들에게 말려서 바치라고 다 내주었다는 겁니다.
박성우 : 하, 그런 일도 있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농민들도 자신들의 부업 밭에서 난 낟알들을 미처 처리 못하는 형편이어서 불만이 많다는 거죠.
또 소식통들의 말로는 가을비가 김장배추나 무가 자라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그 외엔 일체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아직 본격적인 벼 가을이나 강냉이 가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비가 자주 내리면 자칫 다 지어놓은 곡식도 거두어들이지 못할 수가 있다며 지금 불안해 한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겠네요, 비가 자주 내려 자칫 다 지어놓은 곡식도 거두어들이지 못할 수가 있다, 이런 얘긴데요. 그런 피해가 있으면 안 되겠죠? 여하튼 올해는 유난히 가을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북한 농민들도 비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다리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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