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실시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김정은 제1비서의 교육관을 크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달라진 게 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12년제 의무교육, 달라진 것 없어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9월 25일에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6차 회의의 결과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사실 이번 최고인민회의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도 대부분 경제개혁과 관련한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를 많이 가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어보니 정말 허무했다, 이런 반응들인데요.
이번 최고인민회의 의제가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함에 대하여'와 '조직문제'였습니다.
박성우 : 발표된 게 그 두가지 문제죠?
문성휘 : 네, 먼저 '조직문제'부터 언급하자면 최희정 국가예산위원회 위원장을 곽범기로 바꾸었고요. 잘 알려진 것처럼 곽범기는 지난 2002년에 실시했다가 끝내 실패하고 만 '7월 1일 경제관리조치'의 직접적인 설계자의 한 사람입니다. 북한 내에 몇 명 안 되는 개혁파로 알려진 인물이고요.
이런 점에서 북한당국의 경제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근거로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일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들의 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사실상 북한주민들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들 교체 같은 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이게 조선노동당이 최고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북한의 실정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입법기관으로서 아무런 기능도 못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박성우 :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분들도 이건 알고 있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북한주민들 속에서 화제가 되는 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전반적 11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했는데 '11년제 의무교육'은 1972년 7월,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5기 4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되었고 1975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제정한 거라서 좀 "뜻밖이다"라는 반응이 많고요. 아마 그래서 많은 내외의 언론들이 그 의도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식통들 말에 따르면, 북한주민들 역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과 관련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교육과정을 보면 5살부터 17살까지로 유치원 2년제, 한국의 초등학교에 속하는 소학교 4년제, 고등중학교 6년제였습니다. 여기서 유치원이 '높은 반'과 '낮은 반'으로 되어있는데 '낮은반'에서는 숫자에 대한 개념, 우리말 자모에 대한 개념, 또 김일성, 김정일의 도록(어록)을 배워주는 겁니다.
박성우 : '어록' 말씀하시는 거죠?
문성휘 : 네, 어록이죠. 그리고 유치원 높은반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12년제 의무교육'을 보면 '낮은 반'과 '높은 반', 이렇게 2년제로 되어있던 유치원과정을 1년으로 줄이겠다, 그래서 과거의 '높은 반', 그러니까 6살부터 배워주던 우리말과 글 교육을 5살부터 하겠다, 이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유치원 '높은 반'에 속하던 6살부터 소학교에 편입시켜 지금까지 4년제로 운영되던 소학교 과정을 5년으로 늘린다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6년제로 된 고등중학교 과정을 각각 3년으로 나누어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로 나눈다는 건데 이게 한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말하는 거지요.
외부 세계에서는 '여기에 어떤 혁신이 있지 않겠나?' 이런 기대를 가질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 교육을 받아 본 사람들은 이게 형식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이런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새경제관리체계'의 일환으로 교육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이런 소식은 이미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 입을 통해서 이미 많이 알려진 소식이기 때문에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했다고 "별로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는 반응이 많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해온 내용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북한 내부에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실시'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래요? 아까 형식적인 변화에 불과한 걸로 북한 주민들이 느끼고 있다고 하셨는데 왜 논란이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현재 북한주민들 속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의무교육이 곧 무료교육이냐?' 이 문제입니다. 애초 '새경제관리체계' 도입과 관련해 주민들 속에서는 앞으로 고급중학교 과정부터는 무료교육이 폐지된다, 그러니까 고급중학교와 대학들은 학비를 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성우 : 예전에 문 기자가 보도했던 내용이 바로 이거였죠?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이 궁금증에 대한 명백한 해답이 없다는 거죠. 12년제 의무교육 전 과정이 무료교육인지, 또 앞으로 대학도 지금까지와 같이 무료교육을 할 것인지, 아니면 유료로 전환할 것인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요. 한국에선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는 무료교육입니다. 고등학교는 유료라고 하지만 가정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있죠. 이들에겐 고등학교도 돈을 내지 않고 다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교육제도의 변화를 발표하면서 '유료인지, 무료인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설명을 안 하고 있다, 그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일부에서는 고등학교 과정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 또 고등학교까지는 무료교육이고 대학교육부터 학비를 내야 한다, 이렇게 제가 끔의 추측들을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북한은 무료교육을 한다는게 원칙이지 않아요? 그런데 실제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형식상 무료교육이지 내용상에서는 돈 내고 하는거다. 이런 얘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이 많더라고요. 이제 12년제로 바뀌는데요.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문성휘 : 네,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이 오히려 어린이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을 부모들에게 넘겼다, 이런 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박성우 : 오, 그럼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거라는 말씀이군요?
문성휘 : 네, 그런거죠. 왜냐면 지금까지는 유치원 '낮은 반'과 '높은 반', 그러니까 5살부터 6살까지의 어린이들은 저녁 6시, 늦게는 8시, 이렇게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돌봐왔습니다.
그런데 이젠 5살까지 유치원에서 돌보고 6살부터는 소학교에 넣겠다는 건데 소학교는 오전만 수업을 합니다. 그러니까 교육이 진행되는 오전 시간만 학교가 책임지고 오후 시간부터는 가정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직장인들의 경우 여섯 살짜리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누가 돌봐야 할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래서 당국의 책임을 부모들에게 넘겼다,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비단 그것만이 아닙니다. 사실 무료교육이라고 하지만 지금 북한의 유치원, 탁아소들은 대부분 운영을 못합니다. 설사 운영을 한다고 해도 부모들이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해 줘야 합니다.
거기다 한국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기껏해야 평양시 학교들만 한해서 점심시간에 콩우유 한 컵씩 제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박성우 : 저도 그 이야기 들었습니다. 콩우유 한 컵씩 제공하는 걸 가지고도 장군님의 사랑과 배려다, 이런 선전을 하고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그런 정도를 가지고 사랑과 배려라고 한다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랑과 배려를 받는 거죠.
북한이 아무리 무료교육이라고 해도 탁아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난방비는 모두 본인부담입니다. 겨울철에 교실을 덥히는데 쓸 석탄이나 나무를 학생들로부터 돈을 거두어서 사고 있고요.
또 교과서도 무료가 아닙니다. 또 학교 건물이 낡아서 보수를 해도 북한 당국이 지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모두 학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하고 있습니다. 지어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려면 축구공을 학생들이 사야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최고인민회의가 선포한 '12년제 의무교육',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에선 참 문제가 많은 제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무쪼록 '미래에 대한 투자는 아끼면 안 된다'라는 이 격언을 북한 지도부도 좀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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