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8월 말, 9월 초 사이에 북부 산간지대 일부 협동농장에서 농민들에게 가을걷이를 하게 될 논밭을 임시로 분배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의 공장, 기업소들이 식량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중국 기업들과 합영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 북, 일부 협동농민들에 경작지 나누어 줘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 10월 2일에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의 나나 스카우 북한담당 대변인이 이야기 한 건데요. 최근 북한의 식량배급량이 310그램 정도다, 이것은 세계식량계획의 하루권장량인 600그램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의 농사작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 많이 들려오고 있던데요. 어떻습니까? 올해 협동농민들에 대한 분배,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어떻게 보십니까?
문성휘 : 네, 김정은 집권 후 첫해 가을을 맞는 북한의 분위기, 참 우울한 것 같습니다. 올해 농사가 시원치 않아 식량난 해결이 요원해지면서 북한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경제개혁과 함께 김정은의 지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애초에 '새경제관리체계'를 발표하면서 북한당국은 협동농민들에게 수확량의 30%를 현물로 제공한다. 또 앞으로 식량사정이 점차 나아지는데 따라 북한당국과 협동농민들이 알곡수확량의 절반씩 나누는 5:5 분배제를 고착시킨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역시 자연피해로 농사가 잘 안된데다 핵문제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외국의 지원도 바라 볼 형편이 못 됐고요.
그러다나니 김정은 정권이 농민들과 한 약속, 협동농민들에게 수확량의 30%를 현물로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실제 그러한 움직임이 많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북한 전역의 사정 까지는 확인 못했지만 북부 산간지대, 그러니까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에서는 8월 말, 9월 초에 작업반 별로 농민들에게 밭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밭을 나누어 주었다면 이게 농민들에 대한 토지분배가 이루어 진거냐? 이런 질문 나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떻습니까?
문성휘 : 그런 것은 아니고요. 올 가을부터 생산물의 30%를 농민들에게 준다는 전제 아래 임시로 땅을 나누어 준 조치라고 합니다. 올해 가을까지만 한시적으로 땅을 나누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앞으로 있을 현물 분배인데 지난 9월 25일에 있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협동농민들에 대한 현물분배 문제를 놓고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농사형편에서는 농민들에게 수확량의 30%를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대신 매일 출퇴근을 한 날짜와 농사일에 참여한 노력공수에 따라 정확한 현물분배를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해온 소식입니다. 이를 두고 협동농민들 속에서는 불만도 아주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들었던 내용과 다르니까 그렇겠죠?
문성휘 : 네, 자기에게 차례진 밭에서 가을한 총 수확량에서 1일 노력공수를 따져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보통 농민들에게 많아야 수확량의 0.8% 정도밖에 차례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농민들에게 차례지는 몫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협동농민들의 판단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차례지는 분배의 량은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건데요. 그런데 임시적으로나마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었다, 이건 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은데요?
문성휘 : 네, 그래서 농민들은 불만이 많으면서도 땅을 나누어 준 조치에 대해서는 환영을 한다고 합니다. 올해는 공동 경작을 했으니까 크게 따질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내년부터 개별적으로 땅을 나누어 준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런 기대감에 그나마 김정은 정권의 조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올 가을부터 대대적인 농업개편이 있을 것으로 소식통들이 전해왔고요. 그렇게 되면 내년도부터는 자기가 받은 땅에서 마음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기대가 크다는 소리군요. 현재야 임시적으로나마 땅을 나누어 준거고 또 이게 일부 지역에서 들리는 이야기긴 합니다만 김정은 정권이 농업분야에서 뭔가 해보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좀 평가할 만 하지 않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2. 북, 식량난 타개를 위한 합영사업 활발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이야기 좀 해보죠. 최근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이 중국기업과 합영사업에 과감히 나서고 있다. 문 기자께서 얼마 전에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어떻습니까? 합영사업이 '새경제관리체계',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문성휘 : 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생산을 해서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직원들을 먹여 살리라고 하니까 공장기업소들은 중국과의 합영방식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쪽으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건도 있습니다. 식량난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인데요. 지금 북한의 식량난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드물기는 하지만 함흥시를 비롯한 일부 도시들에서 아사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고요.
특히 그동안 북한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의 배급은 정상적으로 주었는데 올해 8월과 9월엔 평양시를 제외한 지방 단위들은 전혀 배급을 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경우 8~9월 밀린 배급은 없던 것으로 하고 10월 한 달분만 보위원들과 보안원들에게, 그것도 감자로 배급을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감자라면 한국에서는 그냥 부식물 정도로 취급을 하는데 북한에서는 아직도 알곡으로 취급하는 모양이죠?
문성휘 : 네, 북한에서도 역시 토마토와 감자는 남새류에 속합니다. 대신 북한 당국은 감자 4kg을 알곡 1kg으로 환산해 배급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식량난이 악화되다 보니 '새경제관리체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합영사업이 식량구걸질로 변질되고 있다는 겁니다.
가까운 실례로 함경북도 회령시에 있는 회령 곡산공장을 들 수 있는데 이 공장은 북한군 병사들이 피울 담배와 술을 만드는 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성연합'이라고 이름을 고쳐가지고 중국에서 원료들을 받아 월병과 과자, 사탕을 만들어 다시 중국에 보내주는 임가공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임가공 대가는 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전부 공장직원들이 먹을 강냉이나 밀가루로 받고 있다고 하고요. 회령화학공장도 중국에서 폐비닐을 들여와 염화비닐 재료들, 작은 알갱이를 만들어 보내주고 그 대가로 얼마간의 강냉이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중국과 거래를 하는 기업소들은 밀가루든, 강냉이든 받고 있지만 다른 기업소들의 경우 그런 것도 없으니까 요새는 우리 공장기업소 책임자들이 얼마나 힘이 있고, 능력이 있는가를 중국과 합영을 하냐, 못 하냐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상황이 이 정도면 말이 합영이지 단순한 임가공 정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임가공이라도 해야 공장직원들을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공장 간판만 있으면 너도 나도 중국과 합영을 하겠다고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고 합니다. 그러다나니 아직 생산을 시작도 못했는데 먼저 중국 기업들에 식량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거래가 보통이라는 거죠. 또 이 과정에 정작 기술과 설비들이 갖추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중국기업이 식량만 빼앗기고 나앉는 이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새경제관리체계'로 중국과 거래할 물꼬가 트였으니까 일단 돈줄이 되는 중국장사꾼들 부터 잡고 보겠다, 이런 것 같은데요. 이제 시작이니 그렇지, 앞으로 북한의 경제개혁과정에서 그러한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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