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악화되고 있는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공공기관과 생산기업소를 상대로 긴급 식량배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군부가 사법당국과 인민군 군인들을 상대로 수신호 교육을 새로 시작했다고 여러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 공공기관, 일부 생산기업소들에 배급 실시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본격적인 가을철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식량가격이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소식을 한국의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젠 햇곡식도 나왔을 시점이지 않아요. 왜 식량가격이 내리지 않는 겁니까? 그 원인에 대해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의 협동농장들에서는 지금 강냉이 가을에 이어 벼 가을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장마당에는 이미 삶은 감자와 강냉이를 비롯해 햇곡식으로 만든 먹을거리들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중순에 kg 당 북한 돈으로 6천5백 원까지 올랐던 입쌀가격이 최근에야 겨우 6천원으로 하락했습니다.
박성우 : 6천5백원에서 6천원으로 내렸다. 두 달 사이에 겨우 5백원이 내렸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 네, kg 당 6천원이라는 건 사실 북한 산 입쌀을 가리키는 거고요. 중국산 입쌀은 이보다 가격이 낮은데 질에 따라 5천 8백 원부터 5천 5백 원, 그리고 등외품이라고 돌이 많고 제대로 여물지 않아 짐승사료로 쓰이는 입쌀이 있는데 이건 5천 3백 원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잠깐만요. 사람이 먹는 게 중국산 입쌀이 5천 5백원인데 짐승이 먹는 게 5천 3백원이라고요?
문성휘 : 네, 이게 한국에서는 믿을 수가 없죠. 사람과 동물이 먹는 사료차이가 2백 원 밖에 안 난다. 놀라운데 북한에서는 이게 가능합니다. 예하면 집에 환자가 있다. 그런데 내가 입쌀을 살 돈이 없다. 진짜 죽도 겨우 먹는데…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입쌀을 사야 합니다. 그러면 제일 가격이 낮은 걸로 사야 되니까 부득이하게 사료용을 사서 그 쌀을 먹는거죠.
박성우 : 아, 조금이라도 싼 쌀을 살 사람들은 이걸 산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할 수 없이 사는 거죠. 옥수수 역시 마찬가지에요. 말이라든지, 소의 머리를 그린 동물사료용이 사람들이 먹는 강냉이와 얼마 차이가 안 납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본 론으로 들어가서 식량가격이 내리지 않는 이유, 뭐라고 봅니까?
문성휘 : 네, 이게 내년도 식량사정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은 올해 가뭄과 큰물피해로 농사형편이 시원치 않다고 합니다.
비교적 가뭄과 큰물피해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하는 양강도의 경우도 지난해 정보당 평균 20톤 정도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정보당 평균 15톤 정도를 겨우 맞출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주민들의 주식작물인 강냉이가 가뭄과 큰물의 영향을 받은 데다 비료조차 제때에 공급하지 못해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많이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내년도 식량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쌀값이 내리지 않으면서 함흥시와 청진시를 비롯해 가을철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두 끼밖에 먹지 못하는 이런 가난한 가정들이 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소식통들이 전해 온 내용인데요.
특히 식량사정이 악화되는데 따라 북한주민들 속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얘긴데요. 주민들의 불만 표출에 긴장한 북한 당국도 마약과 도박 퇴치, 또 불법적인 숙박업소들을 없앤다는 구실 아래 예고 없이 가정집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고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최근에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악화됐나? 이런 걸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요. 북한 북부국경지역의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에게 한 달간의 배급으로 감자를 준데 이어 생산을 하고 있는 공장기업소들, 그리고 교육부문과 보건부문 일꾼들에게도 한 달간의 배급으로 감자와 이삭강냉이를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그런데 문 기자, 일부라도 이렇게 배급을 주었다는 건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을 눅잦히기(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좀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을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 네,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예전 같으면 이렇게 부분적으로나마 배급을 주면 식량가격이 내리는 등 장마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강냉이나 벼 탈곡까지 다 끝나야 알겠지만 설령 탈곡이 끝난다 해도 식량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최근 연락이 닿은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지금 상태대로라면 내년도에도 식량난이 해소될 가망은 없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2. 북한군, 수신호 교육 새로 시작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죠. 북한군이 최근 들어서 수신호 교육을 새롭게 시작했다, 문 기자가 최근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궁금한 게 수신호가 아예 없었다는 겁니까, 아니면 있었는데 좀 바꾸어서 새로 교육을 시작했다는 말입니까?
문성휘 : 아, 아예 없었습니다.
박성우 : 정말 그렇습니까? 지구상의 어떤 강적도 두렵지 않다, 북한군이 이런 말 자주 하지 않아요? 그런데 수신호라는 건 군사세계에서 정말 보편화되고 초보적인 수단인데 이게 없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습니까, 이런 현상을?
문성휘 : 네, 먼저 북한에 수기신호는 있지만 수신호는 없다, 이걸 갈라서 얘기 드리고 싶고요.
박성우 : 수기신호는 있었다, 기발을 이용한 신호는 있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런데 손가락을 이용한 수신호는 없었다. 북한군에 수신호 체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북한의 전쟁영화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총 제작되는 영화 편수를 놓고 따지면 북한도 전쟁영화를 많이 찍는 나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전쟁영화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신호가 북한 전쟁영화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 잠깐 군인출신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죠. 먼저 북한 휴전선 민경부대에서 복무하다가 2005년에 한국에 입국한 제대군인 출신 탈북자 박건하 씨의 녹음입니다.
박성우 : 네, 들어보시죠.
박건하 녹음 : 오, 제가 군복무를 한 10년 남짓이 했는데 그 전에 동계훈련이나 이제 훈련을 할 땐 수기신호는 있었어요. 그런데 수신호는 없었거든요. 제가 복무한 기억에는 수신호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문성휘 : 네, 계속해서 탈북여성 제대군인 김춘애 씨의 녹음도 마저 들어보시죠.
김춘애 녹음 : 손가락으로 하는 수신호는 배우지도 못했고요. 제가 군생활을 할 적에는 그런 손가락 수신호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요.
문성휘 : 네, 북한군엔 수신호가 없다. 한마디로 눈만 뜨면 전쟁놀이에 몰입하는 북한의 군사행동이 얼마나 허접한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보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신호가 북한군에 보급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라고 하는데요. 정확히 2009년에 북한 당국이 북한 인민보안부 산하 기동타격대 교관들을 중국에 파견해 경찰특공대의 진압교육을 전수받게 했는데요. 이때 중국 경찰당국으로부터 수신호를 배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인민보안부 산하 기동타격대에만 배워주었는데 후에 이러한 수신호가 전쟁터에서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북한 군부가 이를 전 군에 일반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수신호로부터 각 병종별로 주고받는 특수한 수신호에 이르기까지 군관(장교)들로부터 일반 병사들에게까지 널리 보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북한군이 지금까지 군 작전 행동의 가장 보편적인 체계, 수신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제야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것도 맨날 전쟁타령을 하는 북한만의 아이러니, 그러니까 모순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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