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동농장 분배세칙’ 새로 내놔

0:00 / 0:00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농업개혁을 위해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에 근거한 '협동농장 분배세칙'을 새로 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협동농장 분배세칙' 새로 내놔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 10월 18일에 문 기자가 북한 배급제에 관한 기사를 썼던데요. 거기엔 "9월말에 각 '농촌경리위원회'들에 '협동농장 분배세칙'이 새로 내려왔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새로 내려온 '협동농장 분배세칙'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농업분배를 둘러 싼 북한 농민들의 불만이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 설명하자면 먼저 기존의 북한 '국가알곡생산계획'과 '협동농장 분배원칙'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1978년부터 1984년 사이에 있었던 '제2차7개년 계획'의 목표로 알곡 1천만 톤이라는 생산량을 제시했습니다. 때문에 이후 '국가알곡생산계획'은 모두 알곡 1천만 톤을 기준으로 작성돼 왔습니다.

박성우 : 북한의 한해 알곡 생산량이 500만 톤도 안 되는데 '국가알곡생산계획'이 매년 천만 톤이었다, 이게 좀 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성휘 : 과하다는 정도가 아니죠. 그러니까 애초에 농민들은 '국가알곡생산계획'을 실천 할 꿈도 못 꾼다는 거죠. 2010년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전체 당원들에게 고함'이라는 '붉은 편지'에서 "알곡생산 700만 톤을 기어이 달성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박성우 : 좀 내려갔군요.

문성휘 : 네, 그렇게 되면서 2차7개년 계획에서 밝힌 알곡 1천만 톤 생산계획이 25년 만에 1천만 톤에서 700만 톤으로 수정이 되었는데요. 사실 알곡 700만 톤 생산계획도 현재 북한의 농업 형편에선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런 부조리한 구조를 '농업개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 지금의 김정은 정권인데요. '협동농장 분배세칙'도 그런 의미에서 새로 내놓았다는 게 소식통들의 평가입니다.

박성우 : 그러면 이번에 새로 내놓은 '협동농장 분배세칙', 이건 좀 "제대로 나왔다"는 평가가 있는가 보죠?

문성휘 : 네, 농민들의 편의를 많이 봐 주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러한 분배세칙은 9월 말, 각 도 '농촌경리위원회'들을 통해 내려왔다는 건데요. 그동안 알곡생산량의 70%를 북한 당국이 가지고, 나머지 30%를 농민들이 가진다던 소문이 전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 내려 온 '협동농장 분배세칙'이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내년도부터는 모든 협동농장들이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러니까 협동농민에 대한 분배를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협동농장들이 이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러기 위해서 북한 당국은 우선 '국가알곡생산계획'부터 수정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것도 한동안 한국 언론에 알려졌던 내용과 같은 걸로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한마디로 협동농장 알곡생산계획을 최근 5년간의 알곡 수확량의 평균한 값으로 잡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평균 수확량을 잡을 때 큰물 피해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제외했다고 합니다. 대신 자연재해로 인해 농민들의 알곡생산 손실을 북한 당국이 보상해 준다고 규정에 돼있다는 거죠.

또 '현물분배', 그러니까 농민들에게 식량 그대로 주는 분배도 '국가알곡생산계획'을 수행했을 때에만 당국이 수확량의 70%, 그리고 농민들이 나머지 생산량의 30%를 나눈다고 했습니다.

박성우 : 그걸 예를 하나 들어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문성휘 :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국가알곡생산계획'이 100톤이다, 그러면 여기서 70%는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농민들의 분배로 가져간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국가생산계획'보다 많은 120톤을 생산했다, 그럴 경우 초과된 량인 20톤은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분한다는 겁니다.

대신 100톤 계획량인데 80톤밖에 생산을 못했다, 그럴 경우에도 북한 당국은 70톤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겁니다.

박성우 : 80톤 중에 70톤은 가지고 가는군요.

문성휘 : 네, 대신 농민들은 10톤밖에 못 가져간다는 거죠.

최악의 경우도 있습니다. 목표량이 100톤인데 50톤밖에 생산을 못했다, 이럴 경우에는 농민들이 부족한 20톤의 식량을 당국에 변상하게끔 규정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이게 농민들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농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땐 불합리한 내용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네, 북한 당국도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분배세칙을 앞으로 농민들의 의사에 맞게 더 개정한다고 언급했다고 하고요.

박성우 : 아, 그러니깐 '최종판'은 아니다, 라는 말이군요?

문성휘 : 네, '현금분배'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당국이 알곡생산량의 70%를 가져 갈 때 그저 가져가는 게 아니라 농민들에게서 국가가 사가는 형식, 이걸 '국가알곡수매정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70%의 알곡생산량을 그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가는 형식을 취한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다면 한 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정해 준 식량가격은 얼마입니까?

문성휘 : 북한 당국이 정해 준 가격대로라면 입쌀(벼)인 경우 kg당 45원입니다. 그러나 농민들로부터 사들일 때에는 이보다 높게 kg당 60원에 사들인다는 것이고요.

박성우 : 15원 더 주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강냉이는 정해진 가격이 kg당 25원입니다. 하지만 당국이 농민들에게 40원의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거고요.

그런가하면 협동농장 작업반장, 관리위원회 간부들, 이런 간부들은 매 작업반의 평균 생산량과 또 농민들에게 차례진 분배 몫의 평균값으로 '현물분배'와 '현금분배'를 받는다고 규정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방금 전에 북한 당국이 정한 입쌀 가격이 45원이라고 했죠. 그러나 당국이 그렇게 정한 45원보다 비싼 가격인 60원을 주고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사들인다고 했는데 장마당 가격하고 비교할 때 이건 턱없이 낮은 가격 아닙니까?

문성휘 : 네, 턱없이 낮죠. 장마당에서 현재 입쌀 1kg에 5천5백 원입니다. 아직 햅쌀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되면 입쌀 가격이 3천원 아래로도 내려 갈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문제 아닌가요? 장마당에서는 5천5백 원인데 북한 당국은 60원을 주고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거두어 간다, 그러면 농민들에게 실제로 차례질 현금이 얼마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 네, 사실은 얼마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은 "앞으로 당국이 식량가격을 강하게 통제할 것이다" 이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 외에도 알곡생산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놓고도 농민들속에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 당국이 '예상수확고 판정'이라는 것을 통해 생산량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농민들은 '예상수확고'와 실 수확고 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새로 나온 '협동농장 분배세칙'이 농민들의 편의를 상당히 봐 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기존의 분배조건들과 비교하면 좀 나아진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농민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새로 나온 '협동농장 분배세칙'이 그대로 지켜질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