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주민들, 카다피 사망 소식 왜 아직 모르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순교자광장 주변 카다피를 조롱하는 벽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순교자광장 주변 카다피를 조롱하는 벽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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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사망소식이 아직까지 내륙지역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북한당국이 후계자 김정은의 지휘 아래 '연평도 사건'에서 승리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황해남도 주민들을 통해 실제로는 패전했다는 소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주민들, 카다피 사망 소식 왜 아직 모르나?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10월 20일이었죠?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하던 철권의 독재자 카다피가 시민군의 손에 잡혀 정말 비참한 종말을 고하고 말았는데요. 어떻습니까? 북한 언론들은 카다피의 사망소식에 대해서 일절 함구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알려진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 네, 카다피의 사망이 국제사회에 준 영향이 실로 엄청난데 그 중에서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은 충격이 클 것이다.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카다피로 말하면 사망한 김일성 주석과도 친분이 특별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온 인물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받은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중순, 뜌니지에서 시작된 중동민주화 혁명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바로 코앞인 중국으로까지 번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중동민주화 혁명에 대한 소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실시했고 1월 초부터 음력설이 끝날 때까지는 친척방문을 위해 중국으로 오가는 주민들도 한동안 차단시켰습니다.

지금도 북한당국이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나니 10월 20일 이후로 연계를 가진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대부분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몰랐고 설사 사망소식을 알고 있다고 해도 사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몰래 들어서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들었다는 소식통들도 다른 사람들과 이에 관한 얘기 나누기를 몹시 꺼려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원인에 대해 그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속에서 확산되는 유언비어(소문)들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끝까지 출처를 따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봄부터 불법영상물, 출판물들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통합 검열조직인 ‘109상무’를 내세워 텔레비전 통로(채널), 녹음기에 달린 라디오를 중국산 고강도 접착제로 완전히 복원 불가능하게 고정시켰다고 합니다.

지어 도당 부장급 이하 간부들의 승용차에 달려있던 라디오마저도 모조리 뜯어냄으로써 외부의 소식이 유입되는 통로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린 데다 지난해 말 조직된 국가보위부 산하 ‘1118상무’까지 동원시켜 주민들속에서 유포되는 각종 소문들의 출처를 따지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소문의 출처까지 엄격히 따지다 보니까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가 없는 거 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간단한 실례로 올해 5월, 양강도 혜산시 사법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열을 벌린 유언비어사건이 있는데요.

당시 혜산시 주민들 속에서는 “강성대국의 문을 빼쪽(빼꼼이) 열어보니 한쪽에서 간부들이 ‘하늘처럼 믿고 삽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평민들이 ‘살고 싶어’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이런 우스갯말들이 크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하늘처럼 믿고 삽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하늘처럼 믿고 산다는 내용의 선전가요이고요, ‘살고 싶어’라는 노래는 제주도 4.3항쟁을 북한의 입장에서 그린 텔레비죤연속극 ‘한라의 메아리’에서 나오는 주제가인데 북한 주민들은 이 노래를 자신들의 현실과 연계해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북한식 민중가요가 된 셈이죠.

이러한 유머가 크게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1118상무’와 보위부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을 총 동원해서 소문의 진원지 파악에 나섰지만 최초의 유포자 색출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소문을 확산시켰다는 혐의로 혜산의학대학 여학생 1명을 비롯해 7명의 주민들을 노동단련대 처벌에 넘겼고 지어 혜화중학교 어린 여학생이 그런 말을 받아쳤다는 혐의로 그의 부모들까지 처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당국을 비난하는 소문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민들도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소식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길 상당히 꺼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해외라디오 방송을 듣고 리비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렇게 말을 한마디 잘 못했다가는 처벌을 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북한 당국이 아무리 유언비어를 차단한다고 해도 결국은 주민들이 사실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문성휘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고 한번 금간 독에서는 물이 새기 마련이라는 우리 민족의 속담처럼 말입니다.

2. 당국 ‘연평도 승리’에 주민들 황당한 거짓말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해보겠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연평도에 기습포격을 감행해 무고한 민간인 두 명을 포함해 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요? 벌써 1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연평도 포격사건’을 놓고 ‘김정은 대장의 승리’로 크게 선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문성휘 : 네, 그런 소식이 대북매체들을 통해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연평도 사건에 대한 진실을 다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황해남도 주민들과 또 그곳을 방문했던 주민들을 어렵게 연락해 보았는데요. 대부분 황해남도 소재지인 해주시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박성우 : 어떤 내용들인데요?

문성휘 : 우선은 연평도에 기습포격을 가한 부대가 해당지역인 4군단 소속 방사포 부대가 아니라 서울을 마주하고 있는 북한군 2군단 소속 방사포 부대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평도를 기습포격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며칠 전부터 밤중에 몰래 2군단에 있는 방사포 대대를 이동시켰다는 건데요.

왜 4군단이 아닌 2군단의 방사포를 끌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무성한데 비밀보장을 위한 차원의 조치라는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연평도 기습포격에 동원된 방사포 부대가 한국군의 반격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희생자와 적지 않은 부상자들도 있었다, 이런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부상자와 희생자들을 가까운 해주시내 민간병원이나 4군단 산하 군부대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고 생존 장병들과 함께 모두 어디론가 실어갔다는 거예요.

이와 관련 해주시 주민들속에서는 비밀누출을 경계해 포격에 동원된 부대를 해당 주둔지에 돌려보내지 않고 통째로 핵시설 경비부대로 돌려놓았다, 비밀보장을 위해 포격에 동원된 부대를 영원히 격리된 시설로 옮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또 다른 소식도 있는데요. 한국군의 반격이 시작된 즉시 북한은 황해남도 전체에 ‘폭풍’이라는 1급 전투령을 내렸고 민간노농적위대와 준군사무력인 교도대까지 긴급 비상소집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무력의 비상소집 망이 구두로 연락되는 체계이다 보니 사건이 끝날 때까지 미처 전달조차 되지 못했다는 거예요. 저녁 6시까지 적위대와 교도대가 모였는데 절반 인원도 모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아,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군요?

문성휘 : 네, 또 사건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주변의 군부대들도 완전한 전투태세에 돌입하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고 하고요. 이와 관련해 해주 시민들속에서는 “한국은 사건이 일어나자 2분 내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는데 우리(북한)는 한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전투준비를 끝냈다, 앞으로 전쟁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이런 비관적인 소문들이 확산됐다고 합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후 북한 당국은 새로 3중의 비상연락망 체계를 세웠고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동계훈련 때 이 체계를 가동시켰다고 하는데요. 3중 비상망 체계는 해당 공장, 인민반장들이 비상소집연락을 받는 즉시 자신이 맡은 다른 연락망에 연락을 하는 것과 함께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주변의 가정세대 3곳 이상에 같은 지시를 알려주는 체계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게 되면 민간무력이 좀 더 빨리 모일 수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 네, 일단은 지난해 동계훈련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을 때에는 기존의 연락망 체계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빨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은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1급 전투령을 내렸는데 군대가 모이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다고 했조?

문성휘 : 네, 1시간이라고 했죠.

박성우 : 그러면 전쟁이 끝났을 시간이죠. 요즘 같은 때는… 연평도 사건, 그리고 역시 지난해에 또 큰일 있었죠. ‘천안함 사건’ 이런 걸 비롯해서 앞으로 더 파고들어야 할 사건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보다 더 구체적인 소식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져보고요.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