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경공업부문 성과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지만 금속, 광업부문과 같은 기간산업분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장철을 맞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절임배추가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 중공업부문 설비노후로 위기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최근 북한의 언론들이 경공업부문 생산성과에 대해 연일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한 대목인데요. 이와 관련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것이 좀 있는지요?
문성휘 : 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에 체육놀이시설들과 문화후생시설들이 많이 건설됐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놀이시설들뿐만 아니라 경공업공장들에 대한 개건확장사업과 현대화사업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소식통들은 북한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끌었는데요. 오히려 소식통들은 "경제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경공업부문에서 생산성과가 있고 또 개건확장공사, 현대화사업, 이런 게 활기를 띤다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문성휘 :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놀이공원이나 경공업공장 개건확장 사업들을 놓고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있는 거나 잘 건사하라'는 말이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얘기 했습니다.
박성우 : '있는 거나 잘 건사하라', 감은 오는데 좀 이야기를 해 주시죠. 이게 무슨 뜻입니까?
문성휘 : 한마디로 새로 무슨 건설이나 확장을 한다고 자꾸 들볶지 말고 이미 있는 공장이나 생산설비들이나 제대로 관리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공장이 없고 생산설비들이 현대화되지 못해 인민생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깐 쓸데없는 부문에 돈을 마구 쏟아 붓는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이 담긴 말이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실제로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이요, '해당화식당'이요, 많은 건설을 했지만 인민생활향상과 직결되는 건설은 아니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이고요. 최근 경공업부문에 대한 투자로 여러 가지 생활소비품들도 장마당에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 도대체 무엇이 걱정이라는 거죠? 북한 스스로가 생필품들을 많이 만들면 주민들에겐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문성휘 :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나치게 인민생활향상만 떠들다 보니 경공업부문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경공업부문들은 중국에서 원료, 자재를 사들여다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경제의 중국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걸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경공업부문은 중국산 원료를 들여와 일시적이나마 가동을 하고 있지만 대신 기간공업, 그러니까 경공업부문에 원료자재를 대주어야 할 중공업과 광업부문은 당장 파산직전이라는 겁니다.
김책제철소와 성진제강소를 비롯한 금속부문들은 설비의 노후화가 심각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고요. 그 중에서도 광업부문은 더욱 심각한데 당장 투자가 없으면 생산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함경북도의 경우 지금 가동하고 있는 무산광산의 철광석 대부분과 회령 '오룡광산'에서 생산되는 몰리브덴의 전부가 중국에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은덕군에 있는 '6.13탄광', '아오지 탄광'으로도 알려져 있죠. 이런 '6.13탄광'과 '명천지구 탄광'들의 경우 설비들이 낡아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 '6.13탄광'과 '명천지구 탄광'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탄광들이 정상가동을 할 경우 석탄생산량은 얼마나 되는 거죠?
문성휘 : '6.13탄광'과 '명천지구 탄광'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루 생산량이 1천2백 톤을 넘던 탄광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설비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다나니 지금은 '6.13탄광'의 한 달 석탄생산량은 겨우 150톤 정도라고 하고요. '명천지구 탄광'은 한 달 총 생산량이 60톤도 채 못 된다고 합니다.
박성우 : 하루에 1천2백 톤을 생산하던 탄광들이 그 정도면 파산직전이 아니라 완전히 파산을 했다 해도 무리가 없겠군요?
문성휘 : 완전한 파산이죠. 북한도 그저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함경북도뿐이 아닙니다. 양강도에 있는 갑산광산과 8월광산, 용암광산은 북한의 거의 유일한 구리광산들인데 '고난의 행군'시기 침수된 후 아직도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북한은 군수부분에 들어가는 구리를 모두 외국에서 사서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지어는 수많은 제철소들과 제강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강재들의 상당량도 중국에서 사들였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지방마다 건설된 놀이공원의 쇠 울타리도 전부 중국에서 사올 만큼 금속공업부문이나 광업부문의 쇠락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경공업부문 성과에 대해 연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기간공업의 쇠락이라는 안타까운 사정이 숨겨져 있다는 거였고요.
2. 중국산 절임배추 장마당에서 큰 인기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길 좀 나눠보겠습니다. "김장철을 맞으며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절임배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길 했었는데요. 북한에서도 배추를 심겠는데 왜 중국산 절임배추가 인기를 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현재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배추가 kg당 북한 돈 700원, 무는 kg당 400원입니다. 올 가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북한에서 김장용 남새(채소)가 잘 안됐다고 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경우 겨울이 길고 특별한 반찬거리가 없기 때문에 가을이면 김치를 많이 담그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의 경우 보통 200kg 정도의 김치는 담가야 한다는 건데요.
올해 북한에서 생산된 배추는 속이 단단하지 못하고 크지도 않다는 겁니다. 그런 배추를 겉도 다듬지 않고 장마당들에서 팔기 때문에 김장 200kg을 담그려면 300kg 이상의 배추를 사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김장을 하려면 소금과 고춧가루, 마늘을 비롯해 여러 가지 양념감도 많이 사야 된다는 건데요. 이렇게 200kg 정도의 김치를 담그는데 드는 가격은 북한 돈으로 대략 35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20kg 포장의 중국산 절임배추가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요. 그 속엔 양념까지 따로 봉지에 넣어서 팔기 때문에 따로 살 것이 없다는 겁니다. 노력도 많이 절약된다는 거고요.
이러한 중국산 절임배추는 한 포장에 보통 중국인민폐 30원부터 40원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200kg의 김치를 담그는데 중국인민폐로 300원 정도 한다는 건데요. 그 값이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40만원이 못되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산 배추에 비해 질이나 맛에서도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요.
그래서 웬만히 돈이 있는 주민들, 특히 밭이 없는 도시주민들은 북한산 배추를 외면하고 모두 중국산 절임배추를 사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농산물은 남이나 북이나 '신토불이'입니다. 한마디로 제 땅에서 난 게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다는 건데요. 그런데 올해 북한에서 김장을 위한 배추가 잘 안됐기 때문에 중국산 배추가 득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 주에도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