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농작물을 훔치다 들킨 협동농민과 주민들의 가택을 수색해 쌀을 모조리 빼앗아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탈북자 부부가 자진 월북했다며 기자회견까지 가졌지만, 북한 주민들의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농작물 훔치다 들킨 주민들의 쌀 모조리 회수해
박성우 : 자,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최근 한국의 특정 언론이 농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식량 수탈행위를 폭로했지요. 그러면서 "감춰둔 식량을 찾기 위해 창고와 김치 움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런 내용의 보도를 했는데요. 농민들이 감춰놓은 식량을 색출해 내고 있다, 이런 보도가 사실인지, 그리고 사실이라면 그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이 농민들이 감춰놓은 식량을 빼앗아 내기 위해 가택수색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와 내용상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식량회수를 위한 가택수색과 같은 조치들은 현재 황해남북도 지방들과 일부 농촌지역들에서 제한적으로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지난해 군량미 수탈로 하여 적지 않은 주민들이 굶어죽어야 했던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농민들이 올해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것에 대비해 너나 없이 협동농장의 농작물을 대대적으로 훔쳐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황해남북도 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지역 농민들 속에서도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 농장 밭에 들어가 벼나 다른 농작물을 훔치다 들킨 농민들이나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북한 주민은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논밭은 쑥대밭이 됐다고 할 정도로 도둑들이 많았다" 이렇게 전하면서 "협동농장들마다 '자위대'를 조직했는데 이러한 '자위대'가 오히려 주민들과 짜고 식량을 훔쳐내는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황해남도 장연군과 송화군, 특히 송화군 수교리라는 곳은 농장 자위대원들의 집을 수색했는데 한 가정에서 보통 2톤 이상, 지어는 4톤 이상의 벼와 강냉이가 나와 큰 물의를 일으켰다는 겁니다.
박성우 : 이게 뭡니까? 다 훔쳐낸 량인가요 이게?
문성휘 : 아, 이게 다 훔쳐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일부는 저희들이 농사를 지은 것도 있고요. 북한당국은 이런 농촌들에 대해서 검열소조(검열대)를 파견해 농작물을 훔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연관자들까지 모조리 색출해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농작물을 훔치다 현장에서 들켰다든지, 아니면 조사과정에 농작물을 훔친 정황이 포착된 농민과 주민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가택수색을 실시하고 수색과정에 나온 식량을 모조리 회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일반 농장원들의 집을 일괄적으로 수색하는 건 아니죠? 다시 말하지만 농작물을 훔쳐냈거나 훔친 정황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 수색을 했다, 이 말이죠?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농작물을 훔친 가정들이 너무도 많다는 거죠. 송화군 수교리의 경우 검열소조에 의해 절반 이상의 농민가정들이 가택수색을 당했다고 하니 불법적으로 농작물에 손을 댄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는 거죠.
박성우 : 네, 잘반 이상이다. 이거 달리 말하자면 북한의 식량난이 그만큼 심각하다, 이걸 뜻하는 게 아닙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식량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색과정에서 나온 식량을 모조리 주변 군부대들에 군량미로 넘겼다는 건데요. 가택수색 과정에서 나온 식량을 모조리 회수해 군량미로 넘겨 놓았으니, 그런 가정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막혔다는 겁니다.
그리고 금방 말씀드린 것처럼 가택수색 과정에 4톤 이상의 식량이 나왔다고 해도 그게 다 훔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 중에는 자신들의 뙈기밭에서 거두어들인 알곡이 더 많다는 건데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조리 빼앗아 냈으니 너무 지나치다는 겁니다. 결국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이 주민들의 배고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습니다. 식량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그러한 악순환은 계속 이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탈북자 부부가 월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죠. 지난 11월 8일이었죠. 그때 북한의 '조선중앙 텔레비죤'이 한국에 입국해서 정착생활을 하다가 다시 북한에 넘어간 탈북자들인 김광혁(27•남편), 고정남(29) 부부 이야기, 기자회견을 통해 전해주지 않았습니까? 그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전례가 하나 있죠. 북한 당국이 지난 6월 28일, 청진시 출신 탈북자 박정숙 씨가 자진 월북해 기자회견을 가진 소식을 텔레비전으로 전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엔 탈북자 부부가 월북해 기자회견을 가진 전 과정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의문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설명을 좀 드리면, 우선 이번 기자회견 방송은 관례상 항상 지키던 규칙을 좀 무시한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대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중대한 소식이나 보도 같은 것은 미리 시간을 통보하거나 몇 번씩 재방하는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데 이번 사건은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이런 겁니까? 하루 전날 북한 방송은 방송 제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은 충분히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사인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걸 지적하는 가보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러다나니 생각 없이 텔레비죤을 켰다가 '기자회견'을 본 주민들이 대다수이고 그나마 텔레비죤을 켜지 않아 보지 못한 주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미리 알려주면 주민들이 많이 보게 될 테고 그러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요?
문성휘 : 네, 한마디로 거기에 대해선 북한의 당국자들조차도 더 이상 그런 식의 선전이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걸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현지 소식통들이 추정했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 하기는 하는데 기대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예상도 했다는 거죠?
문성휘 : 렇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 주민들의 경우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지난 2002년에 한국으로 탈북했다가 2005년 북한으로 자진 월북했던 '회령우산공장' 지배인 사건을 먼저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의 여러 지역을 돌면서 한국을 비방하는 강연을 많이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정작 월북해서 다시 북한에서 살자고 하니 식량난을 견딜 수가 없었다는 거죠. 하는 수 없이 그는 지난 2006년에 다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서 북한 주민들 속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에는 지난 2007년에도 한국으로 탈북했다가 가족들의 권유에 못 이겨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강병철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강병철 씨를 여러 강연회들에 끌고 다니면서 남한을 비난하는 선전에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그렇게 이용하면서 그에게 집까지 새로 지어 주었는데, 1년 후에 갑자기 강병철과 그의 가족들까지 모조리 정치범수용소에 끌어갔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과거가 있어 회령시 주민들은 이번 김광혁, 고정남 부부의 월북사건을 보면서 "저들도 강병철씨처럼 일시로 당국에 이용되다 수용소행을 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몰라도 아직 2살밖에 안 됐다는 어린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그들 월북 부부가 무엇이라고 하던 북한 주민들 상당수는 "올 사람들은 오라지. 그래도 우린 한국에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남한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월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 상당수는 여전히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점, 이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숫자가 벌써 2만5천명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