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낟알 털기’ 총력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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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내부의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농작물 끌어들이기'와 '낱알 털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올해 북한의 농사가 예년에 비해 잘 돼 식량 자급자족의 수준에 달했다. 문 기자가 최근 이런 내용의 기사들을 많이 내놓았는데요. 그런데도 아직 북한에서 식량배급이 정상화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문성휘: 네, 일단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가을걷이를 제때에 끝냈다고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현지 소식통들도 가을걷이를 완전히 끝냈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게 북한식으로 끝났다는 의미이지 남한식 기준으로는 따지면 아직 북한의 가을걷이는 한창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중석: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가을걷이도 북한식이 있고 남한식이 따로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가을걷이라는 개념이 한국과 북한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말입니다.

오중석: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문성휘: 네, 북한에서의 가을걷이 시작은 지역의 환경에 따라 북한당국이 시작날짜를 지정해줍니다. 북부 고산지대 같은 경우 보통 9월 5일부터 시작을 하는데 올해는 계절이 많이 늦춰지면서 9월 10일부터 가을걷이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당국이 내렸다고 합니다.

벼농사를 짓는 내륙지대에서는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협동농장들에 가을걷이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9월 20일에 내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벼 가을을 마치기까지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0월 20일까지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에서 가을걷이는 당국이 지정해준 날짜에 공장기업소들에서 '농촌지원'을 나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또 가을걷이가 마감됐음도 역시 공장기업소들에서 '농촌지원'에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날짜를 기준으로 하는데요.

그런데 '농촌지원'에 나간 사람들이 맡은 몫은 말 그대로 가을걷이입니다. 낫이나 농기구들을 이용해 밭에 세워진 곡식들을 베어내고 단을 묶어 한곳에 모아놓는데 불과한데요. 그 외 베어놓은 농작물들을 실어 나르는 건 농민들의 몫입니다.

오중석: 아, 그러니까 북한의 가을걷이는 논과 밭에서 곡식들을 베어내고 한곳에 모아두는 것까지를 의미한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일단 논과 밭에 곡식들을 다 베어내고 지정된 곳까지 모아 놓으면 가을걷이가 끝입니다. 그때까지 '농촌지원' 기간이고 북한 당국도 곡식들을 다 베어내면 가을걷이가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런 상태를 가을걷이의 끝이라고 규정한다면 베어놓은 곡식은 미처 처리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남한의 가을걷이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고 말하는 겁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에서 가을걷이가 끝났다는 건 단순히 밭에 세워둔 곡식들을 베어내 탈곡장으로 옮기기 전에 일정한 곳에 모아 놓은데 불과하다는 겁니다.

가을걷이가 진행됨과 동시에 협동농장에서는 '낱알 실어들이기'라는 걸 시작합니다. '낱알 실어들이기'는 베어놓은 곡식들을 탈곡장까지 실어 나르는 작업인데요. 가을걷이가 끝났다 해도 '낱알 실어들이기'는 많이 더 늦춰진다는 거죠.

낱알을 실어 들이려면 뜨락또르(트랙터)나 달구지를 비롯한 운반수단들이 많아야 하는데 북한의 협동농장들에는 운반수단이 변변치 않습니다. 낱알을 실어들일 운반수단을 충분히 가동시킬 수 있는 연료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러다나니 '낱알 실어들이기'는 아직 끝내지 못했고 더욱이 '낱알 털기'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남한에서는 기계들이 논에서 벼를 베어낸 즉시 탈곡기가 가동되면서 탈곡까지 동시에 이뤄지고 있지요. 또 '볏짚결속기'라는 기계수단이 탈곡기 옆에 붙어있어 낱알을 다 털어낸 볏짚을 비닐박막에 포장해 버리는 작업까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한 마디로 벼베기에서 탈곡, 볏짚처리까지 동시에 진행되는데 북한은 이런 과정들이 다 별개로 진행된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탈곡기나 볏짚결속기가 없기 때문에 운반수단을 이용해 베어놓은 곡식을 탈곡장까지 실어 와야 합니다. 소식통들은 '낱알 실어들이기'는 현재 마감단계이지만 제일 어려운 '낱알 털기'는 지금 시작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오중석: '낱알 털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는데 왜 '낱알 털기'가 제일 어려울까요?

문성휘: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전기 문제' 때문입니다. 탈곡장엔 전기식 탈곡기들이 있는데 북한 당국이 농촌에 전기를 제대로 공급을 못하면서 북한의 농민들은 발을 이용해 수동식 탈곡기로 낱알을 털어 낸다고 합니다.

작년의 경우, 북한 당국은 군인들에게 도정하지 못한 식량을 공급했습니다. 벼를 그대로 공급해 해당 군부대들에서 직접 도정을 해서 군인들에게 밥을 지어 먹여야 했다는 건데요. 올해 가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북한은 10월 20일부터 각 군부대들에 1년분 식량을 한꺼번에 실어 들이도록 지시를 내렸는데요. 물론 보관용 식량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벼여야 하지만 군인들이 먹을 식량은 도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네, 군인들에게 군량미를 실어 들이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게 도정을 하지 않은 벼를 그대로 실어들이고 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런데 정작 식량을 실으러 갔던 군인들의 차량들은 협동농장들에 발이 묶여 있다고 합니다. '낱알 털기'가 돼야 탈곡된 벼를 실어들이겠는데 이제 '낱알 털기'가 시작이니 실어들이 벼도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11월 10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12월 10일까지 무조건 '낱알 털기'를 끝내라"며 "12월 10일부터 화물열차를 동원해 '군량미'를 실어들이라"고 날짜까지 찍어서 내각에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12월 10일부터 '군량미'를 열차로 실어 나르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문 기자 북한에서 '군량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순히 군인들이 먹는 식량이 아니라 그 의미가 좀 다르다면서요? 여기에 대해 좀 설명을 해주시죠.

문성휘: 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는 '군량미'라고 하면 군인들이 먹는 식량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에서 '군량미'는 '전략물자', 그러니깐 '2호 창고'라든지, 주석뽄트(최고지도자 권한)로 보관되는 식량을 제외하곤 모두 '군량미'에 속합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는 식량도 '군량미'에 속한다는 건가요?

문성휘: 북한당국은 '고난의 행군' 후 주민들에게 배급하는 식량까지 모두 '군량미'로 규정을 했습니다. 특별히 군인들이 먹는 식량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국가가 여러 가지 명목으로 식량을 거두기 어렵고 번거로우니까 '군량미'라는 명목으로 농민들이 지은 식량을 한꺼번에 거두어 간다는 거죠.

오중석: 네, 북한에서 '군량미'는 협동농장들에서 농민들의 식량으로 남겨지는 식량을 제외하고 북한당국이 거두어 가는 일체의 식량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군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그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량을 '군량미'로 명명한 건 개별적 주민들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오중석: 네, 농사가 아무리 잘됐다고 해도 제때에 거두어들이지 못한다면 알곡 손실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추위도 다가오는데 '낱알 실어들이기'와 '낱알 털기'를 제때에 끝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배급제를 제대로 시행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