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WFP 보고서’ 왜곡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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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WFP, '세계식량계획'이 밝힌 '북한의 식량과 영양안보'라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소식통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10월 말쯤 이었습니다. WFP, 그러니까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의 식량과 영양안보(Food and Nutrition Security in DPRK)'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그런데 "이 보고서의 내용을 전해들은 북한의 소식통들과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냈다" 문 기자가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 네,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많은 보도를 내 보냈습니다. 이러한 보도들은 북한내부 소식통들과 북한으로 드나드는 중국 무역상들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내용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북한식량사정과 관련해 '세계식량계획'이 낸 보고서에 대해 좀 의문을 가졌는데요. 우리방송의 보도와 좀 상반되는 내용이 많죠?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은 '세계식량계획'의 보고서 내용을 북한 내부소식통들과 주민들에게 최대한 요점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반응을 수렴했는데요. 우리방송과 연계된 북한내부 소식통들과 주민들은 대부분 '세계식량계획'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라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박성우 : 잠깐만요.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 이건 무슨 뜻입니까?

문성휘 : '가을에는 절대로 뻐꾸기가 울지 않는다'는 뜻에서 '황당하다'는 의미를 가진 북한 속담입니다. 소식통들을 가장 허탈하게 만든 것은 '북한의 식량과 영양안보'라는 보고서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어렵다고 지적된 북한의 지역들에 대한 조사결과입니다.

박성우 : 먼저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과 영양안보'라는 제목의 보고서 내용, 이것부터 좀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갔으면 싶습니다. 설명 좀 해주시죠.

문성휘 : 네, 우선 이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북한의 지역별 식량생산량과 인구밀도, 배급 우선순위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북한의 식량 사정을 5단계로 나눈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라선시와 청진시, 회령시, 무산군을 비롯한 함경북도의 절반 이상을 북한에서 가장 식량사정이 어려운 지역으로 밝혔습니다.

또 함경남도 역시 김책시와 단천시, 신포시, 홍원군 등 도내 3분의 1 이상이 식량 사정이 가장 나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좋은 곳으로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북도를 지정했습니다.

박성우 : 알겠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에 어떤 불만이 있다는 거죠?

문성휘 : 한마디로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식량사정이 가장 열악한 지역들이 완전히 황당한 내용이라는 겁니다. 우선 북한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나쁘다고 한 함경북도 라선시와 회령시, 그리고 청진시와 무산군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주민들은 보고서에서 지적된 이 지역들이 북한 내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안정적인 지역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는데요. 평양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북한에서 평양시 주민들과 꼭 같은 식량공급을 받는 특수한 지역이 세 곳 있습니다. 평안북도 향산군과 함경북도 라선시, 회령시입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평안북도 향산군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어떤 일이 있어도 향산군 주민들에겐 평양시와 꼭 같은 대우를 해주고 평양시와 꼭 같은 공급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에서 향산군은 평양시의 한개 구역처럼 취급되고 있고요.

라선시는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평양시와 꼭 같이 식량공급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함경북도 회령시로 말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고향입니다. 때문에 회령시 주민들도 평양시 주민들처럼 배급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

특히 라선시와 회령시는 농사도 잘 되는데다 바다와 가깝고 모두 국경연선 도시들입니다. 북한에서도 식량사정을 비롯해 생활환경이 가장 좋은 도시라는 것이 소식통들이 밝힌 내용이고요.

함경북도 무산군은 무산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모두 중국에 팔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광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지역인데요. 대부분의 주민들이 광산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배급을 많이 받습니다. 무산군 역시 국경지역이기 때문에 중국을 통해 식량도 많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그렇다면서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강냉이 같은 거, 식량가격이 제일 눅은(싼) 지역이 바로 함경북도라면서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올해 가을철을 맞으며 함경북도 회령시 장마당들에서 한때 강냉이 1kg의 가격이 북한 돈으로 1천2백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이게 북한 전 지역을 통틀어 강냉이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진 사례인데요. 그만큼 북한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함경북도가 식량사정이 나은 곳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다면 보고서에 언급된 다른 도시들은 어떻습니까? 김책시와 단천시, 신포시, 홍원군을 비롯해서 함경남도의 3분의 1 이상도 북한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지적됐는데요. 그런 곳은 어떤가요?

문성휘 : 그래서 보고서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보고서에서 지적된 함경남도 지역들은 모두 바다를 끼고 있고 농사도 잘 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단천시와 김책시만 놓고 봐도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많이 나는 곳입니다. 해산물로 외화를 벌어 식량을 살 조건이 많다는 의미이고요.

더욱이 김책시는 성진제강소가 있고, 단천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마그네사이트 광산이 있는 곳입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철강업과 광산업,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배급도 많이 받고 식량사정도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이라고 하고요.

신포시는 더 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함경남도 신포시는 농사도 많이 짓지만 북한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수산사업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방의 장사꾼들이 해산물과 바꾸기 위해 식량을 가지고 신포시에 몰리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들에 비해 식량이 많다고 할 수 있죠.

더욱이 홍원군은 북한이 지정한 '알곡 10만톤 생산' 군입니다. 북한은 알곡 10만톤 이상을 생산하는 군으로 28개의 군을 지정해 놓았는데요. 함경남도만 해도 이런 10만톤 군이 홍원군을 비롯해 북청군, 금야군, 정평군, 낙원군 이렇게 다섯 개의 군이 있습니다.

알곡 10만 톤을 생산하는 군이 식량난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거론된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된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이고요. 함경남도는 6월 달이면 보리를 수확해 해마다 식량난에 큰 보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알겠습니다. 그러면 문 기자, 소식통들이 이야기하는 북한 내부에서 식량사정이 가장 열악한 지역은 어떤 곳입니까?

문성휘 : 해마다 식량사정이 악화되는 지방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국경과 멀리 떨어져 있고 바다도 없는 내륙지방, 또 주변이 산으로 꽉 둘러막혀 경작지가 적어 식량을 대체할 만한 다른 방법이 없는 지역들입니다.

박성우 : 구체적으로는 어떤 곳입니까?

문성휘 : 양강도의 경우 풍서군과 풍산군을 들 수 있고요. 함경남도는 고원군과 부전군, 자강도는 화평군과 용림군, 그리고 곡창지대로 알려진 평안남도에도 양덕군은 식량사정을 비롯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식량사정이 가장 나쁜 곳으로는 양강도와 강원도를 꼽는데 양강도와 강원도는 산이 많고 또 높아서 농업용 경작지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보잘 것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 내부 소식통들, 그리고 우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된 북한주민들은 '세계식량계획'의 보고서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어떻게 조사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큰 불신을 표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러니까 WFP의 보고서 내용이 북한의 현실과 다르다는 건데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WFP, '세계식량계획'의 설명이 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 주 좋은 소식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