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주민들 ‘기초생활수급금’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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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자진해서 월북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들이 기자회견장에서 '기초생활수급금'을 언급해 이에 대한 궁금증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청진시 2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가 자금난과 재정난으로 중단되면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 북 주민들, '기초생활수급금이 뭐야?'

박성우 : 자,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 11월 8일이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 텔레비죤'이 한국에 입국해 정착생활을 하던 탈북자들인 김광혁(27•남편), 고정남(29) 부부가 자진 월북했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그들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 한국의 일부 언론을 통해 이들 부부가 자진월북이 아니라 함경북도 무산군 보위부에 의해 유인 납치되었다, 이런 소식도 나오고 있지 않아요? 이와 관련한 탈북자 사회의 견해나 북한 내부의 동향에 대해서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 북한 당국은 자진 월북했다는 김광혁, 고정남 부부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들이 9월 초에 북한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9월 초에 자진 월북 했는데 여태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11월 초에 갑자기 공개했다는 건데요.

박성우 : 오, 그렇네요. 9~10월 무얼 했냐? 이런 말이 나오겠군요?

문성휘 : 네, 이와 관련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사이에선 이들이 정말 제 발로 월북한 것이 맞는다면 북한 당국은 체제선전차원에서라도 즉각적인 공개를 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들 부부가 절대로 월북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근거는 그들을 잘 알고 있는 지인들과 주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여러 가지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자회견 소식을 놓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는데요. 자진 월북을 해서 기자회견까지 가졌으면 지금쯤은 이들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겠는데 아직까지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는 상태이고요.

때문에 북한주민들도 이들이 자진 월북이 아닌 어떤 이유로 북한에 납치된 것이 아니냐? 이런 의문을 많이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이들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한 후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또 다른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들의 월북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국에서의 생활, 특히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 저도 그 기자회견 보았는데요.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에 대해서 그 두 사람이 비난한 거 아니었습니까?

문성휘 : 네, 물론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제도'에 대해 비난을 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러한 비난이 전혀 다르게 들렸다는 거죠.

박성우 : 어떻게 다르게 들렸다는 거죠?

문성휘 : 그러니까 그들이 기자회견에서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기초생활 수급비 몇 푼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했다" 이렇게 말했는데 북한 주민들은 목숨을 연명하게 주는 '기초생활 수급비'가 뭔가, 이런 거죠.

이런 소식은 저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와 연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탈북자 사회에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정착 탈북자들과 전화연락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금'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그거면 쌀을 얼마나 살 수 있냐? 이렇게 궁금증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기초생활수급금'이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말하는 건데요. 저도 사실 이름만 들어봤습니다. 잘 몰라요. 탈북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주는 겁니까?

문성휘 : 네, 저도 처음 한국에 정착해 살 때 '기초생활수급금'을 받아봐서 잘 알고 있는데요. 세대주에 한해서는 한 달에 40만 원, 그 외에 집사람, 아내에 대해서는 25만원 정도이고요. 어린이들은 25만 원 정도씩 줍니다. 그러니까 자진 월북했다고 하는 김광혁, 고정남 부부의 경우 아이 한명이 있으니까 세명의 몫을 합치면 적어도 90만 원 이상은 되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아, 90만원 정도면 계산을 해보면 이게 한국에서 쌀을 380kg 정도 살 수 있는 돈이잖아요? 달리 말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금액 아닙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또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해서는 또 각 주민 센터들에서 한 달에 쌀 20kg씩 공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초적인 병원치료비도 모두 무상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북한엔 한국이나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다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 이게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기초생활수급자제도'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2. 청진시, 집 잃은 주민들 원성 잦아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건설'을 시작했을 때에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도 2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시작한다, 이렇게 북한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사업이 요즘에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한마디로 청진시 2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꼭 같이 닮아가는 꼴입니다.

북한 당국이 2012년까지 평양시에 10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다가 결국은 중도에서 포기했는데요. 대신 만수대 거리 살림집 건설과 유원지, 백화점과 같은 사회봉사망 건설들을 요란하게 떠들면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실패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덮어버리고 지나가는 분위기입니다.

청진시 2만 세대 살림집 건설 역시 청진시 신암구역에 있는 포항, 천마동 쪽과 송평구역 제철동 일대에 기껏해야 4천 세대 정도의 살림집 건설을 시작해 놓았는데 그마저도 자재와 자금이 모자라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목표는 2만 세대인데 4천 세대정도밖에 못 지었다?

문성휘 : 네, 소식통들에 따르면 처음 건설설계는 최고 15층부터 20층까지 살림집들로 되어있고 여기에 승강기까지 모두 설치하도록 계획에 잡혀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살림집 계획은 자금난으로 중국산 승강기를 구입하기 어려운데다 자재난으로 더 이상 고층 건물들을 올릴 수가 없어서 보통 11층 미만, 최고로 15층짜리 건물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는 겁니다.

애초에 함경북도 당국은 나선시에서 거두는 세금의 일부와 무산광산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 그리고 청진시에서 수산물 수출을 해서 얻는 자금과 주민들의 외화벌이 자금으로 2만 세대의 살림집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청진시 주민들은 그 책임이 이전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 홍석형에게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는 데요. 2009년 11월 당시에 홍석형 책임비서가 제대로 된 타산도 없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청진시 2만 세대 건설을 내세웠다. 또 그 공으로 노동당 재정경리부장까지 출세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 후 홍석형은 간첩 혐의로 숙청됐지만 그 책임을 지금의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 오수용이 다 떠안게 되었다는 거죠.

박성우 : 아, 그렇군요. 어쨌든지 간에 홍석형 책임비서에 대한 원망이 상당히 높겠군요?

문성휘 : 이게 단순히 높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제철동과 같은 곳은 주민들이 살던 집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짓고 있다는데요. 그곳에서 살던 주민들은 강제로 다른 주민들의 집에 곁방살림을 차리도록 조치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살림집이 완공되지 못했으니 곁방살림을 하는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지옥이라는 거죠.

그런가하면 나남구역 같은 곳은 아파트를 짓는다고 살림집들을 허물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는 바람에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일부 다행스럽게 벽체만 남은 집들은 대충 집을 꾸리고 생활을 하는데 완전히 허물어 버린 집들은 그 자리에 움막을 짓고 2년째 버티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올해엔 주민들이 집단으로 구역 인민위원회에 몰려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세워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살림집 건설을 둘러싼 원망소리가 그칠 새가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만 합니다. 숱한 주민들이 살림집 건설로 고생을 하는데 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게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 아니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