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초겨울을 맞는 북한이 낟알 털기와 보관과정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잦은 비와 습한 날씨 때문이라는데 협동농장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은 제1위원장이 12월 10일 이전으로 '낟알 털기'를 끝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 시간에 이런 내용으로 문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어떻습니까? 그동안 북한의 '낟알 털기'에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네, 전 시간에도 언급을 하였지만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11월 10일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12월 10일 이전으로 무조건 '낟알 털기'를 끝내라"는 지시를 내각에 하달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낟알 털기'를 제때에 끝내지 못하면 북한 군인들과 배급을 받는 간부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이러한 문제로 하여 북한 노동당과 내각은 군인들까지 동원해 '낟알 털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오중석: 네, 이와 관련해 청취자들이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이 있는데 북한과 남한의 가을 걷이는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예컨대 남한에서만 봐도 가을걷이라면 응당 탈곡기와 볏짚결속기가 함께 논판에서 일을 합니다.
탈곡기가 벼를 베어 낟알을 털어내면 그 옆에서 따라다니는 볏짚결속기가 볏단을 묶어 비닐로 포장까지 해버리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인력으로 벼를 베어 한데 묶어 놓으면 뜨락또르(트랙터)와 같은 운송수단으로 탈곡장까지 그 볏단을 모아서 운반해야 하죠.
또 탈곡장까지 운반한 볏단에서 전기탈곡기나 수동탈곡기로 낟알을 털어내야 한다는 거죠. 한마디로 북한의 가을걷이는 농작물 가을과 운반, 낟알 털기로 나누어져 있다는 건데요. 이런 점을 유의해서 들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문성휘: 맞습니다. 북한에서 가을걷이가 끝났다는 말은 말 그대로 논밭에 심은 농작물을 거두어 들였다는 의미이지 낟알을 털어내고 보관까지 이루어졌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일단 북한의 가을걷이는 끝났지만 지금 협동농장들마다 탈곡, 그러니까 '낟알 털기'가 한창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낟알 털기'가 지금이 한창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예년엔 낟알 털기가 대개 언제 끝났죠?
문성휘: 보통 북한에서 '낟알 털기'는 11월 말까지라고 기간을 잡지만 실제로 '낟알 털기'가 모두 끝나기까지는 12월 말이 돼야 합니다. 그나마도 '낟알 털기'만 끝났을 뿐 도정을 못해 북한 당국은 군인들에게 조차도 껍질을 벗기지 못한 벼를 그대로 공급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오중석: 네, '낟알 털기'가 끝나면 벼 도정이라는 과정이 또 남아있다는 말씀이군요.
문성휘: 네, 북한은 '낟알 털기'와 도정을 모두 전기로 하는데 예나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력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낟알 털기'도 '족답기'라고 전기가 없이 발로 돌려 벼 알을 털어내는 기구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기 생산을 주로 수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는 심한 가뭄으로 저수지들과 강들이 말라 수력발전소들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농업부문에 전력을 수요량만큼 공급할 수 없다는 거죠.
오중석: 문 기자가 아까 '족답기'라고 했는데 그럼 군인들을 동원해 '족답기'로 낟알을 털어내도록 하고 있다, 이런 말씀인가요?
문성휘: 네, 우선 '족답기'를 동원해 군인들도 낟알을 털어 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낟알 털기'에 군인들을 동원하기까지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는 건데요. '낟알 털기'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알곡 손실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오중석: 알곡 손실이라면 어떤 손실을 의미하는 건가요?
문성휘: 네, 이게 우선 참새나 쥐에 의한 낟알 손실을 의미합니다. 올해 북한은 베어놓은 볏단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농촌학교 운동장으로부터 농촌 선전실 마당까지 야외에 볏단을 모두 쌓아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야외에 곡식단들을 보관하면 쥐나 참새들에 의한 알곡손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에 또 다른 우려는 쌓아 놓은 곡식단들이 변질입니다. 올해는 가을철에 비가 자주 내리고 날씨가 습해 곡식단들을 한데 쌓아 두면 속으로 발열되면서 썩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군인들을 동원해 비가 오면 비닐박막으로 자주 곡식단들을 덮어주고 또한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곡식단들을 자주 뒤집어 주는 등 여러 가지 일들에 동원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털어놓은 낱알들도 습기가 많기 때문에 잘 말려야 한다고 합니다. 협동농장들에 지원나간 군인들이 이런 일들을 맡고 있다는 거죠.
오중석: 군인들이 직접 탈곡을 하기보다는 탈곡을 하거나 탈곡을 해야 할 곡식들을 보관하고 처리하는데 동원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런 의미입니다. 그나마 올해 '낟알 털기'에 주변 군인들을 동원해 농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탈곡한 벼들은 탈곡장과 협동농장 탁아소, 유치원, 그리고 선전실들에서 볏짚을 태워 말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고요.
한쪽으로는 군인들을 동원해 볏짚으로 가마니를 엮는 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볏짚으로 엮은 가마니에 잘 말린 벼들을 넣어 탈곡장과 주변 전시식량 보관창고인 '2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건데요.
탈곡장과 '2호 창고'는 땅바닥으로부터 1미터 가량 높게 여러 층으로 된 알곡 보관시설이 있다는 겁니다. 또 지붕도 잘 되어 있어 비나 습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식량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김정은 제1위원장이 12월 10일까지 '낟알 털기'를 끝내라고 지시했다면서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군인들까지 동원했다면 이젠 '낟알 털기'도 거의 마무리 되는 단계가 아닐까요?
문성휘: 네, 그동안 북한의 협동농장들은 군인들까지 동원돼 '낟알 털기'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합니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김정은이 지시한 12월 10일까지 낟알 털기를 끝낼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망했고요. 이제 남은 변수는 날씨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죠. 비가 오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알곡 보관이나 '낟알 털기'에 지장이 많이 생기죠.
문성휘: 네, 바로 그겁니다. 특히 볏단들이 햇볕에 잘 마르지 않으면 전기탈곡기나 '족답기'와 같은 수동탈곡기에서 벼 알이 잘 털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벼 알이 잘 털어지지 않으면 개별적인 농장원들은 오히려 좋아한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건 왜 또 그런건가요?
문성휘: 이게 왜냐하면 탈곡이 완전히 끝나고 버려진 볏단을 다시 '족답기'로 털면 그래도 얼마간의 식량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북한 당국으로선 그만큼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거죠.
함경남도의 경우 최근 많지는 않지만 수시로 비가 내리며 볏단들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알곡 손실을 많이 보고 있다고 현지를 방문한 한 소식통이 전했고요. 이러한 사정은 평안북도와 황해북도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현지 농민들한테는 오히려 좀 이로운 일이 아닌가요?
문성휘: 네, 농민들은 그런 현상을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북한 당국으로선 상당히 근심이라고 합니다. 자칫 지금이라도 날씨가 나빠져 많은 비나 눈이 오게 되면 다 지어 놓은 한해농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북한 당국도 협동농장들에 '낟알 털기'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이 워낙 자랑하는 '주체농법'에도 이런 '낟알 털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군요. 올해는 북한의 농사도 잘 됐다고 하는데 '낟알 털기'를 제때에 끝내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좀 됐으면 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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