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년을 맞으며 추모분위기를 세우기 위해 분주한 북한이 지방당국들에 김정일 동상 건립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당국이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을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조직했다가 무슨 사정 때문인지 집회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북, 김정일 동상 건립 다그쳐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올해 12월 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벌써부터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글들을 쏟아내며 추모 분위기 띄우기에 분주한데요. 북한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급합니다. 관련해서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은 현재 언론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김정일 사망 추모분위기를 세우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들도 많이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장기업소마다 날짜를 정해 각 도 소재지들에 있는 '혁명사적관' 참관을 조직했다고 하고요.
가을걷이가 완전히 끝난 11월 초부터는 지방의 농민들을 상대로 '금수산태양궁전' 참관을 대대적으로 조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간부들을 향해서는 강연회, 영화문헌학습과 같은 방법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적극 선전한다고 하고요.
현재 각 도소재지들에서는 언론인들과 대학교수들을 동원해 '선군사상' 연구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도 22일 '선군사상' 연구토론회가 진행됐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렇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지 주민들속에서 추모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아직 김 위원장 사망일까지는 날짜가 남아있는데다 겨울나이(월동) 준비도 해야 하니까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요?
문성휘: 네, 물론 그런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북한 주민들이 이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선전에 질렸다는 거죠. 신문이나 텔레비죤(TV)을 봐도 거의 대부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선전뿐입니다. '선군사상' 연구토론회에 참가한 한 소식통은 이미 지겹도록 듣던 내용을 되풀이하는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오중석: 뭔가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 있어야 추모 분위기가 서겠는데 너무 식상한 내용들을 계속 반복하다나니 주민들의 관심이 오히려 멀어진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죠. 그런가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년을 맞으며 북한 당국이 지방 당, 행정조직들을 여러 가지 문제로 다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어떤 문제로 지방조직들을 몰아세우고 있나요?
문성휘: 가장 큰 문제로는 각 도소재지들에 건설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년 상이 당장 코앞인데 아직도 김정일 동상을 세우지 못한 도 소재지들이 있어 큰 문제가 됐다는 겁니다.
오중석: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군요. 도 소재지들에 김정일의 동상을 세우지 못한 게 모두 지방당국의 책임이라는 건가요?
문성휘: 네, 북한 당국은 각 도소재지들에 김정일 동상을 세우도록 하면서도 중앙으로부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의 재원을 가지고 자체로 건설하도록 조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상 건설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만 해도 지난해 5월부터 '도사적관' 주변에 김정일 동상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애초 양강도 당국은 노동당창건 기념일인 지난해 10월 10일까지 건설을 완공한다고 했는데 자금난으로 하여 아직도 완공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양강도 혜산시뿐만 아니라 황해북도 사리원시와 평안남도 소재지 평성시도 아직 동상을 세우지 못했는데 이게 큰 문제가 됐다는 거죠.
중앙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년이 되는 날인 12월 17일 전으로 지방 소재지들에 김정일 동상을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를 내려 해당 지역 관계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이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선전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역으로 주민들속에서 김정일 사망 추모분위기가 전혀 일지 않고 있다, 이런 얘긴데요. 열악한 지방당국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김정일 동상을 세우는 것도 문제이지만 건설 시간까지 정해서 동상건설을 재촉하면 애꿎은 주민들만 고통을 겪게 될 텐데 정말 걱정이 됩니다.
북, 유엔인권결의안 반대 집회 무기한 연장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11월 19일 유엔에서 유럽연합과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한 북한 내부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은 그동안 '유엔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긴박하게 뛰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은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되면서 북한은 변명할 여지가 없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언론과 관변단체들을 동원해 '유엔북한인권결의안' 통과가 미국과 한국의 조작이라고 떠들고 있지 않습니까? 또 '유엔인권결의안'통과를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며 남북 간 정세도 상당히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이번 '유엔북한인권결의안'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제재를 가하고 ICC, 그러니까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정은을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자로 명백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이 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성휘: 네, '유엔북한인권결의안' 통과가 남한의 공작이라고 떠드는데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걸 북한 당국 스스로가 인정한 꼴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자 즉각 이를 전면적으로 규탄하는 군중집회를 조직하도록 전국에 지시했다고 합니다. 군중집회 날짜도 23일, 일요일로 정해 각 지방 당, 행정조직, 공장기업소들에 이미 선포한 상태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11월 23일이 되자 북한당국은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을 배격하는 군중집회를 전격 취소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은 "군중집회 날짜가 미뤄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국의 라디오를 상시적으로 듣고 있다는 북한의 한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규탄대회를 통해서 오히려 '유엔북한인권결의안' 내용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중석: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을 반대하기 위해 조직된 규탄대회가 주민들이 결의안의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이 갑니다. 북한당국이 충분히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문성휘: 네, 북한당국도 결의안의 내용에 통해 자신들의 인권유린실상이 주민들속에 여론화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정작 선전매체를 내놓고는 북한당국이 '유엔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일절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중집회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주민들속에서 "도대체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관심이 비상히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을 했고요. 북한당국이 '유엔북한인권결의안'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주민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가고 있는 꼴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충분히 짐작이 갈만한 증언 내용입니다. 세계가 규탄하는 열악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북한당국이 자꾸 숨기려 하면 할수록 북한주민들의 궁금증은 더해갈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유엔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거세게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주민의 인권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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