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낟알 털기’ 아직 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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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낟알 털기를 모두 끝냈다고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속에서는 낱알 보관시설의 부실로 인해 식량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북한당국이 경제개혁 조치의 하나로 시범단위 노동자들의 월급을 최대 백배까지 올렸지만 환율급등으로 인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주민들, '낟알 털기' 아직 안 끝나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11월 18일까지 전국적으로 낟알 털기를 100% 끝냈다" 이렇게 자랑을 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한 달 가량 앞당겨진 거라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북한주민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 네, '조선중앙방송'이 11월 21일에 그런 보도를 내보냈죠. 북한 현지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끝냈다는 건 '낟알 털기'가 아니라 '군량미' 징수라고 그들은 강조했습니다.

박성우 : 잠깐만요. 그러니까 '낟알 털기'가 예년에 비해 일찍 끝난 것이 아니라 '군량미' 징수가 예년보다 일찍 끝났다, 그렇지만 '조선중앙방송'은 "군량미 징수가 끝났다"는 말을 "낟알 털기가 끝났다"라고 보도 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 맞습니다. 그런데 잠깐 북한에서 말하는 '군량미'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군량미'라고 하면 농민들에게 분배할 몫을 빼고 당국이 거두어가는 일체의 식량을 의미합니다.

박성우 : 의미가 좀 다르군요?

문성휘 : 네, 북한당국은 이를 '식량수매'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농민들이 당국에 바치는 '식량수매'를 통틀어 '군량미'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고난의 행군'시기 '군량미'라는 명목으로 농민들이 먹을 식량도 남겨놓지 않고 모조리 빼앗아 간데서 유래됐습니다.

박성우 :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래서 통칭 '군량미'라고 한다, 이런 건데요. 그런데 어쨌거나 '식량수매'가 끝이 났다면 그것만으로도 '낟알 털기'가 예년보다는 상당히 빠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문성휘 : 상당히 빠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내부소식통들의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11월 18일까지 전국적으로 낟알 털기를 100% 끝냈다"고 보도했지만 함경북도 회령시의 경우 11월 22일에야 '식량수매'를 끝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고요. 북한 당국이 낟알 털기를 끝냈다고 주장한 11월 18일은 '식량수매'를 끝내라고 지정한 날짜라는 것입니다.

박성우 : 지시가 그렇게 떨어진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 아직 '식량수매'를 끝내지 못한 농장들도 많다고 하고요. 이젠 대부분 끝내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올해 북한은 농업개혁의 차원에서 당국이 70%, 농민들이 30%씩 식량을 나눈다는 7:3의 분배원칙을 고수했습니다.

때문에 '식량수매'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는 북한 당국이 농민들로부터 가져가야 할 몫인 70%의 '낟알 털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농민들에게 차례질 몫인 30%의 '낟알 털기'는 손도 못 대고 있는 형편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낟알 털기'가 100% 끝났다면 이젠 농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는 '현물분배'가 있어야합니다. 그러나 아직 '현물분배'에 대한 소식은 북한의 어떤 언론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런 문제가 또 있었군요. 그러니까 앞으로 북한이 농민들에게 '현물 분배'를 실시하는데 따라서 '낟알 털기' 실태가 정확히 알려지게 된다, 이런 의미가 되는 거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올해 '낟알 털기', 그러니까 '식량수매'가 너무 일찍 끝난데 대해 몹시 우려했습니다.

박성우 :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낟알 털기'가 일찍 끝나면 농민들에게는 좋은 거 아닌가요?

문성휘 : 물론 농민들에게 좋은 거죠. 그러나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이로울 게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현재 북한은 '식량수매'로 징수해 간 식량을 도정시설이 갖추어 진 주변 '량정사업소'들과 전시예비식량 보관소인 '2호 창고', 그리고 각 군부대 식량창고들에 저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식량저장시설들이 바람과 습기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라고 하고요. 더 우려되는 것은 '식량수매'를 독촉하다나니 협동농장들마다 제대로 말리지 못한 겉곡을 마구 바쳤다는 겁니다. 이런 식량을 습기에 노출된 식량창고들에 쌓아두면 곰팡이가 끼거나 심하면 썩어버린다고 소식통들은 우려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낟알 털기'가 일찍 끝났다고 해서 좋아 할 일만은 아니다, 이런 말로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2. 월급 올려주니 환율급등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죠. 북한 당국이 시범단위 노동자들의 월급을 100배까지 올려주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문 기자가 얼마 전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월급을 올렸는데 왜 역효과가 난다는 겁니까?

문성휘 : 네, 그 문제에 대해선 이미 북한전문가들이 많이 예측을 한 부분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범단위 노동자들의 월급을 높여주면서 장마당에서 북한 돈의 가치가 폭락했다, 북한 돈 대 외화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 외화 환율이 많이 오른 상태인가요?

문성휘 : 네, 가을걷이가 금방 시작되던 9월 20일까지만 해도 중국인민폐 1위안 대 북한 돈 환율은 1천2백3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위안 대 1천4백50원으로 북한 돈 200원 이상이 치솟았고요. 북한의 환전꾼들은 이마저도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중국 인민폐나 달러를 장마당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환율이 그렇게 오른 게 시범단위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준 것만 원인일까요?

문성휘 : 북한내부에선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걷이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 당국은 경제개혁을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단위들에서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준데 대해 내부적으로 절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공장기업소들의 자율적 경영을 고무하는 차원에서 '평양기초식품'공장을 비롯해 일부 시범단위로 지정된 공장기업소들에서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 준데 대해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선전을 계기로 식량가격하락에 따라 전반적으로 내리던 환율이 다시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이고요. 앞으로 경제개혁이 가속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월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이러한 환율 상승은 계속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망했습니다.

박성우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리면 왜 외화환율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까?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 한마디로 북한이 '화폐개혁'이 주민들에게 참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1992년에 이어 2009년에도 강제적인 '화폐개혁'을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에도 2002년에 5백원과 천원짜리 화폐들을 새로 찍어내는 등 '화폐개혁'으로 볼 수 있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북한화폐는 보관기능과 저축기능을 상실했다는 거죠. 현재 장마당들에서 북한 돈은 한 끼 남새(채소)나 쌀을 사먹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라 하고요. 주민들은 모두 중국인민폐를 기본화폐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경제개혁이 가속화되고 노동자들의 월급이 오를수록 북한 화폐의 가치가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김정은 제1비서가 추구하는 경제개혁이 성공이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북한의 경제개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상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죠.

박성우 : 그렇습니다. 시장은요, 그냥 굴러가도록 가만히 놔두면 자생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자꾸 인위적으로 손을 대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