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전국분주소장회의'에 이어 '사법검찰 열성자 대회'를 조직한 북측당국이 "내년부터 또다시 총소리가 울리게 될 것"이라고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당국, 내년부터 다시 총소리 울릴 것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지난 23일, 13년 만에 '전국분주소장회의'라는 것을 조직했습니다. 이어서 25일에는 '사법검찰일꾼 열성자대회' 참가자들이 평양에 모였다, 이런 소식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사법기관 간부회의가 연속으로 열리는데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또 사법간부회의를 연속으로 조직하는 북한의 의도는 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역사에 올해처럼 대규모 회의들을 연이어 조직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초기에도 이렇게까지 많은 회의들은 조직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첫해에 이렇게 많은 회의들을 조직한데는 그만큼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 속에 자신을 빨리 부각시켜야겠다는 이런 조급함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자면 현재 북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먼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북한이 올해 11월16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고 그 전날인 11월 15일에는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를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열지 않았습니까? 이 '전국어머니대회'는 북한의 '조선민주여성동맹'이 주최했습니다. 애초에 대회에 김정은 제1비서가 참가할 것으로 예측됐었는데요.
김일성 시대 같으면 이런 대회를 하나 조직한다하면 벌써 몇 달 전부터 요란하게 선전을 합니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경쟁도 치열했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을 당시에도 북한주민들은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전국어머니대회'만 해도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일반 주민들은 물론, 여맹원들 조차 대회가 시작되는 날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원칙적인 절차만 지켜도 여맹원들이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거죠. 대회가 조직되면 먼저 기층단위인 여성동맹 초급단체 조직에서부터 형식상이나마 이번 대회에 누구를 추천한다, 이런 추천모임이라는 걸 하게 됐거든요. 그러나 여맹원들이 '전국어머니대회'가 시작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 이러한 형식적인 추천 절차마저도 없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애초에 추천도 없이 도당이나 각 지방 행정기관들이 가지고 있던 문건에 기초해서 제멋대로 대회참가자들을 정하고 또 그런 월권행위들에 대해 주민들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건 한마디로 기층조직들이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겁니다.
이번 '전국분주소장'회의나 '사법검찰 열성자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에게 '전국분주소장 회의 소식을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그런 회의가 열렸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비단 어느 한 사람의 반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방에 있는 소식통들이 모두 꼭 같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인거죠.
박성우 : 아, 그러니까 주민들이 당국이 하는 일에 대해서 그만큼 무관심하다, 이렇게 해석을 해야 하는 건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이번 회의와 관련해서 이미 전에 '전국보위일꾼대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어느 소식통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회의날짜가 11월 말, 12월 초라고 애매하게 대답했었습니다.
박성우 : 대회를 조직하는 게 큰 비밀도 아닐 테고요. 특히 '전국어머니대회' 같은 건, 전부터 북한당국이 많이 선전을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몰랐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데요.
문성휘 : 그렇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첫해에 이렇게 많은 대회들을 조직하고 또 그 중에서도 사법기관간부회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데요. 이건 그만큼 자신의 권력이 공고화 됐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 말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비서는 남북정세를 긴장시키는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적들의 새 전쟁 도발책동'이라는 선전을 밥 먹듯이 해왔다고 합니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되고 탈북자 전영철이 북한 당국에 체포돼 그 무슨 '동까모'라는 조직이 있다고 진술할 당시까지만 해도 북한은 지금처럼 소란스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9월초부터 우리 내부의 적대분자, 반당 반혁명분자라는 말들이 요란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 뒤 10월에 들어서면서 국경연선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조치들이 있었고 또 11월부터는 군부와 노동당, 일반간부 계층들을 상대로 김정은의 방침관철 검열이라는 미명하에 지방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변화가 좀 있군요. 올해 8월 이전까지는 한국이나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그러니까 공화국을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주민들을 결집시켰는데 지금은 안팎의 반당, 반혁명분자들의 책동을 짓부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주민들을 들볶고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문성휘 : 네, 결국 방법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내용상에서 외부의 적들에서 내부의 적들로 바뀌었다는 거죠.
최근에는 사법간부들의 회의를 조직하면서 해당지역 담당 보안원들과 보위지도원들이 직접 매 인민반들을 돌며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현지 소식통들에 의하면 인민반회의에서 담당보안원과 보위원들이 "지금까지 해온 불법행위들을 솔직히 자백하면 용서 받는다" 이러면서 그 시한을 12월 초까지로 지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왜 하필 12월 초까지라고 합니까?
문성휘 : 이게 한마디로 12월 중순부터는 김정일 사망 1돌 추모행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어차피 추모행사가 시작되면 이해 말까지 계속 될 거니까 그 전에 미리 자수하라는 거죠.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자수하라는 거죠?
문성휘 : 우선은 국경연선의 경우 불법휴대전화입니다. 그 외에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불법라디오와 불법영상물(한국영화 등), 불법도서들이 첫 번째로 거론되고 있고요. 그 다음으로는 북한이 3대 범죄로 규정한 밀수, 밀매(성매매), 마약입니다. 이런 범죄들을 12월 초까지 모두 자수하고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불법적인 물건들을 해당 보안기관에 바치라는 거죠.
박성우 : 네, 그런데 방금 불법도서라고 했는데요. 마약이나 밀수, 밀매 행위, 이런 말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불법도서를 단속한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북한에 어떤 불법도서가 돌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중국에서 건너 온 종교관련 서적이라든지, 가장 많게는 미신행위와 관련된 도서들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개인들이 컴퓨터 인쇄기(프린터)를 통해 직접 제작한 도서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건 주로 북한 당국이 '대내본'으로 몇 백부씩 찍어낸 도서들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은 공식적으로 출판해 주민들에게 허용한 도서 외에는 일체 단속대상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지난해였나요? 북한 당국이 불법전화를 스스로 바치라, 이렇게 강요한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스스로 바치지 않고 후에 발견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겁니까?
문성휘 : 네, 그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 속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데요. '올해는 김정은이 집권한 첫해이니까 총소리(공개처형)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가차 없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여기서 총소리라는 건 뜻하는 게 처형, 공개처형 말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올해는 어디서 공개처형이 진행됐다, 이런 소식은 없었던 것 같네요.
문성휘 : 네, 지금까지 용서 할 만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정말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총살까지 서슴지 않겠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이게 다 체제유지를 위해서 내부를 단속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일일텐데요. 그런데 진정 체제를 유지하려면 김정은 정권이 공개처형이 아니라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는 게 돼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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