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토 산림화’로 식량난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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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국토 산림화'를 추진할 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인해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우려했습니다.

- '학교과외활동소조'를 다시 조직할 데 대한 북한 교육당국의 조치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국토 산림화' 지시로 식량난 악화 우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11월 11일 평양 중앙양묘장을 시찰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의 심각한 산림훼손 문제를 지적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김정은이 중앙양묘장을 방문한 직후 북한 장마당들에서 땔감 값이 폭등하는 등 겨울철 주민들의 생활난이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좀 더 알려진 게 있습니까?

문성휘: 네, 11월 17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이미 그러한 내용을 가지고 보도를 했었는데요. 이게 단순히 땔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토 산림화'를 구실로 북한 당국이 내년도 주민들의 뙈기밭을 모두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산에 나무를 가꾼다는 '국토 산림화'를 하자는 건 알겠는데 하필이면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뙈기밭을 빼앗아 거기에다 나무를 심겠다는 건가요?

문성휘: 아, 왜 그런지 잠깐 여기 북한의 위성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잘 아시게 될 텐데요. 여기가 자강도 만포시입니다. 여기 압록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밭들이 모두 협동농장 밭입니다.

오중석: 네, 그렇군요. 그런데 산과 들이 구분이 없이 모두 밭으로 보이는데 개인 뙈기밭과 협동농장 밭을 어떻게 구분하죠?

문성휘: 네, 산에 있는 밭들은 모두 개인들 소유의 뙈기밭으로 보면 됩니다. 북한은 협동농장들도 그래, 개인들도 경사각 15도 미만인 땅만 밭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산등성이까지 모두 벗겨 개인들이 만든 뙈기밭들은 철저히 불법에 해당합니다.

오중석 : 사진을 보니 산등성이를 벗겨내 일궈낸 뙈기밭들이 협동농장 밭들보다 면적상으로 훨씬 넓게 여겨지는데요. 실제 개인들의 뙈기밭이 협동농장 밭보다 더 크다고 보아야 하는 건가요?

문성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니깐요. 다만 여기 위성사진에서 보여주듯이 산이 많은 북부 산간지대는 개인들 소유의 뙈기밭이 협동농장 밭 면적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중석: 네, 산등성이까지 모두 벗겨 뙈기밭을 만든 사진을 보니 북한의 산림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실감이 나는데요. 결국 북한 당국의 '국토 산림화'라는 게 이런 뙈기밭들을 모두 회수해서 거기다 나무를 심는다는 건가요?

문성휘: 맞습니다. 뙈기밭으로 벌거벗은 산들을 다시 푸른 숲이 우거지게 나무를 심는다는 건데요. 북한은 벌써부터 각 지역마다 뙈기밭들이 뒤덮은 산을 '소년단림', '청년림', '애국 여성림'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그렇게 지정된 산에 일체 곡식을 심지 못한다고 선포를 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식량공급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이 무작정 뙈기밭을 빼앗아 나무를 심겠다고 하니 주민들이 아우성이라는 거죠.

오중석: 땔감용 나무를 팔지 못하게 하면서 장마당에서 석탄 값이 치솟고 있다는데 뙈기밭까지 모두 회수해 나무를 심게 되면 앞으로 식량가격도 함께 뛰어서 주민들의 생계가 더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산등성이까지 모두 뙈기밭으로 만든 게 주민들의 불법행위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절대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주민들이 산에 나무를 일부러 베어내고 뙈기밭을 만든 게 아니라 뙈기밭이 된 산들엔 애초에 나무가 없었다는 거죠.

오중석: 처음부터 산에 나무가 없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들여오기 위해 산에 나무를 마구 베어냈습니다. 통나무 수출을 통해 식량을 들여와서는 주민들에게 공급한 것이 아니라 간부들이 장마당에 내다 팔아 돈벌이를 했는데요.

식량뿐만 아니라 영농자재구입, 공장기업소 기계설비와 자동차구입, 각종 건설, 등의 용도로 산에서 나무를 마구 베어냈습니다. 그러니까 산이 벌거벗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주민들은 나무를 다 베어낸 산에서 뙈기밭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만든 뙈기밭들을 빼앗아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주민들의 어려운 식량문제부터 해결해줘야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이고요. 식량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작정 뙈기밭을 빼앗으면 여기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 온 주민들이 큰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게 현지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우려입니다.

오중석: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남한에서는 현실을 모르고 대책 없이 무작정 지시하는 행위를 가리켜 '탁상행정'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뙈기밭을 빼앗아 나무를 심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야 말로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생각지도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2. '과외생활소조'에 학부모들 반발

오중석: 이번엔 다른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교육당국이 1990년대에 중단했던 '학교과외활동소조'를 다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학교과외활동소조'는 뭐고, 왜 학부모들이 과외활동소조에 반발하고 있나요?

문성휘: 네, '학교과외활동소조'는 방과 후 학생들의 취미와 지향에 맞게 여러 가지 학습이라든지, 체육활동과 같은 '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소조, 그러니까 학생들의 모임(동아리)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의미입니다.

오중석: 남한의 학교에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방과 후에 학생들의 취미와 지향에 맞게 학습과 과외활동을 시킨다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학부모들도 좋아하겠는데 왜 반발하는 건가요?

문성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우선 점심식사 때문입니다. 북한의 학교들에는 식당이라는 게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데요. 교육환경이 가장 좋다고 하는 평양시 학교들에서도 점심시간에 '콩우유'를 한 컵씩 공급하는 게 전부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초등학교에서 고급중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아침 8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오후 1시, 지어 2시까지 수업을 하는 때가 많다는 겁니다. 수업을 모두 끝낸 후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한다는 거죠.

그러나 '학교과외활동소조'를 운영하면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학생들이 또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북한은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운수 수단이 발달하지 못해 학생들이 모두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주요 건설이라든지 농장 일에 시도 때도 없이 학생들을 동원하거든요. 이러한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학교과외활동소조'까지 운영하면 학생들의 고통만 더 늘어난다는 거죠.

오중석: 가장 중요하게는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게 문제라는 건데 그럼 점심식사를 미리 준비해가면 되지 않을까요?

문성휘: 북한엔 점심식사를 준비할 형편이 못되는 가정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교육당국이 '학교과외활동소조'를 다시 내오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의도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수업이 끝나 집에 돌아 온 학생들은 집단적으로 마약을 한다든지, 도박을 하고, 불법 영상물을 보는 것과 같은 행동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학교과외활동소조'를 운영하려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학생들을 좀 더 학교에 붙잡아 두고 학생들의 불량행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학교과외활동소조'를 조직하려 한다는 얘기인데요. '학교과외활동소조'를 잘 운영하면 훌륭한 인재들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제대로 된 인재로 키우려면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최소한 점심식사 정도는 제공하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