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이웃 국가들에 보내는 경고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북 로켓발사, 이웃 국가들에 경고하는 성격도 있을 것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지난 4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난 4월 이른바 '은하 3호' 로켓발사에 실패한데 이어서 최근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 그러면서 발사 시일을 12월 10일에서 22일 사이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제사회와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북한의 로켓발사 의도, 이게 뭐냐를 풀이하는 분석 기사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내부는 어떻습니까? 로켓발사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 시도는 평양시 산음동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동체를 열차를 이용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옮기는 모습이 여러 나라의 지구감시 위성들에 포착되면서 이미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다만 북한이 발사계획을 언제 발표하겠는 지가 관심사였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12월 1일에 북측이 로켓발사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로켓발사와 관련해 외부세계에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북한 내부 주민들은 그러한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해 여러 외부 매체를 접하면서 이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젠 한두번 발사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북한주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게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온 이야깁니다.
로켓발사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관심이 없는가는 지난 4월에 발사한 '은하3호'로켓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어도 별로 놀라거나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소식통들은 "솔직히 로켓발사 실패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 이런 태도였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2월 2일에 연계를 가진 한 현지 소식통은 "쏘겠으면 쏘고, 말겠으면 말고, 난 그런데 관심이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북한의 대외용 매체들은 보도를 했습니다만, 대내용 매체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소식통들은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서는 그런 보도가 나온 것이 없다고 이야기 했고요.
이와 관련해 양강도에 있는 한 소식통은 "지난 4월에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공개했다가 실패하지 않았냐"며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발사가 성공했을 경우에만 보도를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로켓발사가 실패할 경우 역작용을 우려해 북한내부 주민들에게는 아직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런 말이군요?
문성휘 : 네, 물론 여러 소식통들이 로켓발사와 관련한 보도가 없었다고 동일한 주장을 했지만 북한이 예외로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아닌 조선중앙방송으로만 간단히 보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 주민들이 조선중앙방송을 거의나 듣지 않기 때문에 제때에 보도내용이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로켓발사 소식을 전해들은 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의 '의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는데요. 대체로 북한의 로켓발사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차라리 남한의 대선에 개입하려면 군사분계선 같은데서 도발을 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 아니겠느냐? 이런 거죠.
그렇다면 "북한내부를 결집시키려는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소식통들은 "그런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만약에 김정은이 "그런 방법으로 내부결집을 추구하려 한다면 크게 오산하는 것"이라는 충고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박성우 : 큰 오산이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지금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행위들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양강도에 있는 소식통은 "이젠 그따위 선전으로 관심을 받을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습니다. 로켓 발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와 관련한 선전이 주민들에게 먹혀들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왜냐면 그런 선전이 그럴싸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남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또 '내부 결속용인 듯하지만, 그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이밖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문성휘 : 네. 제가 북한 현지 소식통들에게 "외부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질문을 해 봤는데요. 역시 외부소식이 제때에 전달되지 못하니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미국에 경고를 보내는 성격이 짙다'는데 대해서는 책처럼 외우고 있는 말이니까 누구나 그렇게 대답을 했고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면,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대주의'와의 투쟁이 연관된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박성우 : '사대주의'와의 투쟁? 이건 건 또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네, 우선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최근 북한이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적지 않은 간부들과 무역일꾼들 속에서 '사대주의적 근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북한이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서 "외국에 있는 상대가 이렇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제를 내 걸고 거기에 맞추어 무역교제나 투자를 성공시켜보려는 경향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사대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박남기 후임으로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숙청당한 홍석형 전 함경북도당 책임비서 사건이 있다는데요. 홍석형이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를 지내면서 중국 어선들이 청진항을 이용하는 문제와 청진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숱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허용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당시 홍석형 책임비서는 중국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일정한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는 데요. 홍석형 책임비서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는 "조선 사람이 조선혁명에 충실해야지, 남의 눈치나 봐 가지고 무슨 혁명을 하겠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는 소식들이 있다는 겁니다.
또 김일성 시대에 뿌리 뽑은 줄 알았던 '사대주의'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애초에 그런 '사대주의'가 머리를 못 쳐들도록 우리혁명의 주체성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북한을 잠식한 중국이 불공정한 요구를 노골화하고 지어 정치적인 문제에까지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는 지적인데요. 이런 사례를 들면서 소식통들은 이웃 국가에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성격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몇 푼 안 되는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이런 김정은 제1비서의 방침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최근 '사대주의'에 대한 강한 투쟁을 벌일 데 대한 김정은의 방침에 특정한 나라나 기업을 거론한 내용은 없다고 하고요.
하지만 소식통들은 최근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의 개입에는 어떤 식으로든 본때를 보이려는 것이 김정은 제1비서의 배짱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또 그러한 김정은 제1비서의 감정이 이번 로켓발사에 배어있지 않겠냐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의도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추정과 분석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의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옥수수 250만t어치라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북한 주민 1,900만 명이 1년 동안 배급을 받을 수 있는 양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왜 당국이 하는 일에 매번 실망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인 듯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