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강제노역 너무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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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성과적으로 맞이한다는 구실로 주민들을 강제노역에 다시 내몰고 있어 원성이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의 선전매체들이 내년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제7차대회를 '최대의 성과로 맞이하자'며 열띤 선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런데 노동당 7차대회와 관련한 '최대의 성과'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최대의 성과'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우선 먼저 설명을 드릴 것이 북한에서도 노동당 7차대회 개최시기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놓고 잠깐 잠깐 살펴봐야 할 부분이 왜 노동당 대회를 내년 5월 초로 못 박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3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명의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내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내년 5월이면 본격적인 농사철로 당연히 당 대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오중석: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의문이 좀 듭니다. 주민들이 뙈기밭 농사도 지어야 하고 농촌지원에도 나서야 할 텐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바쁜 시기에 당 대회라는 큰 행사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성휘: 네, 한창 복잡한 농사철에 노동당 대회를 결정한 것에 대해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은 무엇보다 식량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가 잘돼 내년도 5월까지는 넉넉하게 버틸 수 있다는 북한당국의 배짱이 깔려 있다는 건데요.

당 대회를 개최하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활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내부분위기가 어수선하면 노동당이 대회를 개최하기도 불편하겠죠. 그러나 잘 아시겠지만 북한의 내부 분위기는 식량문제에 가장 크게 좌우됩니다.

오중석: 아무래도 식량난이 심해지면 북한 내부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당 대회를 개최할 명목도 서지 않는다, 그런 말씀이군요. 그런데 5월이 아니더라도 농사일에 여유가 생기는 다른 시기를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휘: 솔직히 따지면 노동당이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그리 많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겨울철이라면 추위로 당 대회를 위한 행사들이 어렵게 될 거구요. 또 여름철이면 자칫 장마로 큰 재난을 입을 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당 창건일이 있는 내년 가을철에 대회를 개최하는 게 제일 적합하지만 그러자면 내년도 농사가 잘 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내년도 농사를 망치게 되면 당 대회를 개최한다고 해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고 인민들의 불만만 가증시킬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북한의 농사는 그야말로 하늘이 해 주기 탓입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된다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타산을 해보면 내년도 5월이 노동당 대회 진행에 제일 적합한 시기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오중석: 네, 그래서 북한이 노동당 제7차대회를 내년 5월 초로 정했다는 말이군요. 어찌되었든 내년 5월에 노동당 제7차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군요.

문성휘: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북한 언론이 말하는 노동당 대회의 '최대의 성과'라는 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문성휘: 이게 여느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항상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최대의 성과'를 고무하고 있지만 딱히 목표를 짚어 놓지 않고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무한히 주민들에게 몸으로 때우는 노역을 강요한다는 거죠.

오중석: 몸으로 때우는 노역이라면 지금 어떤 게 있습니까?

문성휘: 현재 북한 당국은 내부 언론을 통해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수산사업소들에서의 성과를 크게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가하면 석탄, 광업 분야의 성과도 내세우고 있고요. 또 겨울철 전력생산 성과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데요. 그 외 중앙과 지방의 경공업 공장들을 만가동으로 돌려 여러 가지 소비품들을 더 많이 생산할 데 대해서와 철강, 비료, 시멘트의 생산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부문들에서의 성과들을 크게 내세우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인민생활 향상됐고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그리고 성과라고 하는 생산물이 다른 해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중석: 워낙 북한은 성과에 대해 크게 자랑만 하고 다른 일상적인 문제점들은 늘 그늘 속에 감춰두고 있는 나라가 아닙니까? 그나마 언론에 보도된 성과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는데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은 다른 성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네, 비록 북한의 언론에는 많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동당이 대회를 앞두고 나름대로 제시한 과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제라는 게 어느 것이랄 게 없이 모두 주민들이 손노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라는 것입니다.

오중석: 주민들이 손노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라면 노력동원을 의미하는 건가요? 그런 과제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문성휘: 무엇보다 11월 중순부터 북한에서 시작된 '흙깔이'라는 게 있는데요. '흙깔이'는 땅의 지력을 높이기 위해 주변 산에서 부식토를 채취해 협동농장 논밭에 까는 작업입니다. 일감이 없는 공장기업소들은 지금 모두 '흙깔이'에 동원됐습니다.

그 외 북한은 공장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 지어 고급중학교 학생들까지 동원해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데요. 나무심기는 주로 깊은 산에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어린 나무들을 솎아내 나무가 없는 산에 정해진 간격으로 심는 작업입니다.

양강도의 경우 공장기업소들마다 '흙깔이'를 위해 일정한 규모의 인원을 협동농장들에 상주시키고 있다고 하고요. 나무심기 과제는 공장기업소 인원에 따라 한 사람이 한주에 4대씩 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공장기업소 인원에 따라 과제를 주니 지금처럼 '흙깔이'를 나가거나 돌격대에 나간 다른 인원들의 몫까지 남아있는 종업원들이 다 맡아서 해야 한다는 건데요. 그러다 보면 한 사람이 한주에 10대까지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내년 5월 노동당 대회를 구실로 겨울철에도 주민들을 노력동원에 강제로 내몰고 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공장기업소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좀 괜찮은 편이라고 합니다. 농민들은 '12바닥파기'와 같은 거름생산으로 어느 하루 편할 날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 주민들은 잘 아시겠지만 '12바닥 파기'라는 건 또 뭘 의미하는 건가요?

문성휘: 이게 한마디로 돼지우리, 소우리, 변소바닥, 부엌바닥, 이렇게 거름이 날수 있는 바닥 12종류를 북한 당국이 정해 놓은 게 있습니다. 이런 바닥을 모두 파내 거름으로 쓴다는 거죠.

오중석: 네, 잘 알겠습니다. 전부 쉬운 작업은 아니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이외에도 북한은 당 대회 전으로 전국의 시, 군, 교육기관들에 있는 '김일성주의 연구실'들에서 김일성 주석의 석고상을 김일성, 김정일 석고상으로 전부 교체하는 과제를 내렸다고 합니다. 석고상은 만수대 창작사에서 제작한다고 하는데요. 석고상 제작을 위해 주민들로부터 북한 돈 3천원씩이라는 과제도 부담시키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들입니다.

오중석: 네, 점점 추위가 더해가는 이때 당 대회 준비를 위해 동원되는 북한주민들의 고충이 어떨지 대강 짐작이 가는군요. 지난 10월 당 창건 기념일 행사로 녹초가 된 북한주민들이 또다시 노력동원에 내몰리는 북한의 현실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