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은 왜 숙청됐나?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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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권력층의 이권다툼이 장성택 당 행정부장 숙청사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9일에 보도한 내용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정치국확대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터 출당, 제명키로 결정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그동안 단순히 추정일 뿐이었던 장성택 행정부장의 실각, 한마디로 숙청사실이 확인되었는데요. 장성택 실각설이 처음 나온 것이 12월 3일이었죠.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장성택 측근들인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 리용화와 부부장 장수길이 공개 처형되었다' 이렇게 밝히면서였는데요. 그러면서도 장성택 숙청사건의 배경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배경에 대해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은하수관현악단 사건'을 먼저 꼽고 있습니다. 장성택 숙청사건은 지난 8월에 있었던 '은하수관현악단 사건'부터 시작됐다는 것인데요.

한국에서는 '은하수관현악단' 배우들이 공개처형된 사건을 놓고 '은하수관현악단 사건'으로 많이 부르고 있지만 정작 평양시 주민들은 이 사건을 '창전아파트사건', 또는 '예술인아파트사건'이라고 부른다는 얘깁니다. 사건이 단순히 '은하수 관현악단'의 단원들만이 아닌 예술인들 모두를 상대로 장성택의 부정행위를 들추어내는데 집중됐다, 이 말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평양주민들은 왜 이 사건을 '창전아파트사건', '예술인아파트사건' 으로 부르는 거죠?

문성휘 : 사건의 발단이 평양시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새로 건설된 예술인아파트를 배정하면서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원래 창전거리 예술인아파트 배정문제는 노동당 영화예술부와 선전선동부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장성택을 등에 업은 노동당 행정부가 창전거리 예술인아파트 배정에 개입해 저들과 관계가 있는 예술인들에게 제일 좋고 큰 집을 주도록 강요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월권을 한 거군요.

문성휘 : 네, 월권행위죠. 또 이렇게 부정적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일부 예술인들은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당 행정부의 간부들을 끌어들여 풍기 문란 행위를 저질렀다, 이렇게 알려졌습니다.

배우들의 문란한 사생활이 주로 창전거리 예술인아파트에서 벌어졌다는 의미에서 평양시 주민들은 '창전아파트사건', '예술인아파트사건'으로 부른다하고요. 이 사건을 빌미로 삼아 장성택을 목표로 모든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겁니다.

박성우 : 장성택을 목표로 했다면 아무래도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문성휘 : 아직까지 그에 대해선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을 향해 모든 권력실세들이 반기를 들었다고 하고요. 소식통들에 따르면 장성택은 그동안 김정은을 보좌한다는 구실아래 북한의 권력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많은 권력층의 원한을 샀다고 합니다.

특히 처형된 행정부 부부장들은 장성택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구실로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들이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해야 할 자료들까지 사전에 저들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했다는 겁니다. 행정부 1부부장들이 "1부부장 위의 1부부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건데요.

박성우 : 한마디로 '옥 상 옥'이었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이는 영화예술부와 선전선동부는 물론 노동당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가 힘을 합쳐 장성택을 숙청할 구실을 만들어 줬다는 얘기입니다. 그런가하면 올해 5월 장성택은 국가보위부 소속 '세관총국'을 당 행정부로 편입시키면서 국가보위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고 하고요.

그동안 한국언론에서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한 인민보안부장 최부일도 사실은 이번에 장성택에게 반기를 든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6월에 대장으로 승진한 최부일은 그동안 당 행정부가 관리해 온 인민보안부 8국, 재정경리국을 돌려줄 것을 장성택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또 "8국은 무조건 내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장성택에게 대항했다고 합니다.

이보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중앙당 연락소가 석탄을 수출해 중국으로부터 비료와 영농자재를 들여오려고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이걸 장성택이 파탄시켰다는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석탄과 광물반출은 오극열이 책임진 중앙당 연락소가 전적으로 맡아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노동당 행정부, 정확히는 장성택이 개입해 석탄과 광물반출 권한을 내각으로 넘겼다는 것입니다. 일단 장성택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거고요. 지난해에는 장성택이 인민군 후방총국이 관할하던 군복생산을 내각에 넘기고 인민군 후방총국이 관리하던 광산들을 내각 채취공업성으로 돌려놓았다고 합니다.

박성우 : 이야기 해 주신 내용만 들어봐도 그 정도면 북한의 거의 모든 권력층과 장성택이 마찰을 빚었다, 이렇게 봐도 될 것 같은데요.

문성휘 : 네, 한마디로 북한의 모든 권력층과 마찰을 빚었고 그로 인해 권력층의 집중포화를 맞고 숙청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장성택이 개입했다는 문제들을 보면 대개 경제적 이권이 개입된 사안들이라는 겁니다. 장성택이 북한권력층들이 장악하고 있던 이권 사업을 모두 내각이나 자신이 관활하는 당 행정부에 집중시켰다는 건데요.

과거 북한의 당, 군, 그리고 사법기관 간부들이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면서 수많은 재산을 모아왔습니다.

박성우 : 옛날에 그랬다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때문에 간부들의 이권행위를 차단한 장성택의 조치들은 북한지식인들은 물론 중간급 간부들속에서도 한때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을 하면서 장성택의 세력이 커지는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북한 권력층 내에서 높았다고 하고요. 이번 숙청사건이 보여주듯이 김정은도 장성택의 세력이 커지는데 대해 상당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 게 장성택의 숙청이 과연 김정은의 지시가 없었다면 가능했겠냐는 건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문성휘 : 그래서 이번 장성택의 숙청을 놓고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이 좀 지나치지 않았냐, 이런 평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면 장성택은 자기나름대로는 김정은에게 최대한 충성을 해왔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 자기나름대로요?

문성휘 : 네, 장성택은 이미 지난해에 북한의 고위층들 앞에서 자신을 김정은의 제1서기로 자처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을 만났기 때문이었다"고 자신을 제갈량에 비유하면서 "제갈량이 초나라의 모든 형편을 꿰뚫고 있었기에 유비를 제대로 보좌할 수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입니다.

장성택은 그만큼 평소 모든 일에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다고 하고요. 경제문제라든지 권력층들 내부의 갈등을 조절하면서 실타래처럼 엉킨 북한의 모든 문제들을 정리해 김정은에게 보고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이것도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해당되는 부분이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한마디로 장성택은 김정은이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중간 조정자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고요. 하지만 이런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장성택이 주변에 자기세력들을 끌어들이며 곁가지를 조성하려 한다는 김정은의 의심을 샀고 결국 그를 견제하려는 권력층들까지 가세해 숙청이 불가피했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북한 사회는 이번 장성택 숙청사건의 후과로 한동안 시끄러울 듯 합니다. 오늘도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