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사망 1주기를 맞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기간이 보름동안으로 짧게 정해진데다 추모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김정일 추모행사 보름동안으로 정해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이제 다가올 12월 17일, 이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년이 되는 날이죠? 지금쯤은 북한에서 추모행사들이 한창일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왠지 북한의 언론들은 그와 관련해서 특별한 소식들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년 추모행사, 왜 이렇게 조용한지 궁금한데요. 그와 관련된 북한 내부소식, 좀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이미 북한은 12월 8일부터 22일까지 보름동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년 추모기간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렇게 추모기간까지 정했으나 언론을 비롯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이건 말씀입니까? 설명을 좀 자세히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그에 대해 잘 알려면 우선 김일성 주석의 사망 1년 추모기간부터 다시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 6월 20일부터 7월 30일까지 무려 50일 동안이나 추모기간을 정했습니다. 또 추모기간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김일성 주석의 동상을 찾아가 묵념을 하도록 조직했고요.
당시 북한 당국은 사망 1년 추모행사 분위기를 세우기 위해 언론을 비롯한 모든 선전수단들을 총동원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나 '노동신문'과 같은 언론매체들은 추모행사와 관한 소식들을 장시간에 걸쳐 반복해 보도했고요. 주민들이 많이 지나치는 길목들에서는 시, 군 '방송선전차'들이 배치돼 하루 종일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와 시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런가하면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나 유화작품 주변에는 각 공장, 기업소들에서 만든 추모선전판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져 있었고요. 김일성 주석의 동상으로 오가는 주요 길목들에서는 지역 공장기업소, 또는 '기동예술선전대원'들이 악기를 들고 나와 추모곡을 매일 연주했습니다.
박성우 : 그런데 주민들을 그렇게 전부 다 동원시키면 공장이나 기업소들을 누가 가동하는 겁니까?
문성휘 : 그때는 이미 '고난의 행군' 초기였습니다.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그 당시도 공장, 기업소들이 대부분 멎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주민들을 추모행사에 동원시키는 것이 더 쉬웠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년 추모기간을 선포한 지금은 그때와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이렇게 소식통들은 한 결 같이 대답했습니다.
애초 12월 초부터 '조선중앙텔레비죤'이나 '노동신문'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적지 않게 언급을 해왔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12월 8일부터 '추모기간'으로 선포했으면 언론도 그래, 사회적 분위기도 뭔가 달라져도 많이 달라져야겠는데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추모기간 이전인 12월 초나 추모기간으로 정해진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거죠. 추모기간과 관련해서도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1년 추모기간은 50일이었다면 지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년 추모행사는 불과 보름밖에 안 되고요.
더욱이 북한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추모기간으로 정한 12월 8일부터 지금까지의 분위기입니다. 북한 당국은 추모기간동안 술을 마시지 말고, 일체의 불법행위들을 저지르지 말며, 또 가족들의 사망이 아닌 이상 일체의 여행을 금지한다고 주민들 속에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에서 그치고 말았다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추모기간동안 새로 세워진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들과 전국 450여 곳에 세워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를 찾아가 머리를 숙여 묵념하는 이런 '조문행사'가 있어야합니다.
박성우 : 예전에 비교하면 이런 게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특별한 언급을 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나니 추모기간 첫날인 8일부터 추모기간이 3일째나 지난 10일까지도 공장, 기업소나 인민반들에서 김정일의 동상, 김정일의 모자이크 벽화에 찾아가 묵념을 하는 모습은 일체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저도 요즘은 사실 관심을 가지고 '조선중앙텔레비죤'의 보도나 '노동신문'기사들을 열심히 살피고 있거든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기리는 구호나 기사는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직접 나서 묵념을 한다든지, 이런 영상이나 사진은 본 기억이 없거든요.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되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반응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긴 합니다.
일부 소식통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들의 수고를 생각해 주민들을 동원한 행사들을 자제하도록 한 것 같다" 이런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박성우 : 아주 긍정적인 해석이군요.
문성휘 : 네, 그런가하면 또 다른 편에서는 "추모기간을 길게 잡고 온갖 행사들을 조직해 봐야 주민들의 반감밖에 살 것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조직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어쨌거나 이건 아직까지는 추정인거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러한 지시가 알려진 것은 없으나 현재 분위기 상으로 볼 때 내부적으로 어떤 지시가 있지 않았겠냐, 이렇게 의심을 하는 정도이죠.
하지만 북한의 일부 주민들과 지식인들 속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제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년 추모기간을 통해 자신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런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한 지식인 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이 처한 가장 불리한 상황은 인민들이 '김정은은 곧 김정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 주변의 친구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금이라도 인민들 속에서 존경을 받아왔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민들 스스로가 예의를 갖춰 애도의 뜻을 표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눈치를 보며 누구하나 김정일을 추모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현지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이렇게 좋지 않은 인식이 고스란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때문에 김정은 제1비서가 이번 추모기간을 통해 자신이 김정일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식을 주민들 속에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또 다른 소식통은 '추모기간'이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며 지어 장마당까지도 전혀 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동안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민들의 감정을 잘못 평가했던 것 같다, 김정일의 흉내를 내 봐야 자신한테 손해밖에 될 것이 없다는 현실을 최근에야 깨달은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신을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추모기간과 같은 각종 행사들을 통해서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장기간 '추모행사'를 조직할 형편이 못 된다"는 주장들도 있긴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정은 제1비서가 주민들을 너무도 혹독하게 다스렸다, "김정일 시대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 좋은 감정이 다 집중돼 있는데다 "이건 오히려 김정일 보다 더하다"는 인식까지 덧씌워져 김정은 제1비서도 지금의 상황을 계속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설명이죠.
박성우 : 그렇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신은 확실히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이런 말인데요. 글쎄요.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 방법은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돌아보는 게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다시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