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식량공급에 주민들 긴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포병부대들의 실전능력을 검열하려고 포병 화력타격훈련을 명령하고 현지에서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포병부대들의 실전능력을 검열하려고 포병 화력타격훈련을 명령하고 현지에서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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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전시예비식량인 2호미로 식량공급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속에서는 전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개인기술이 요구되는 체육종목들을 발전시킬 데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갑작스런 배급에 “전쟁박두 했나”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군이 요즘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이죠.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 맞서 대규모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 들리지 않아요. 북한이 이렇게 강도 높은 대응훈련을 준비 중이다, 그러면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긴장됐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현지 소식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먼저 최근까지의 북한 상황을 살펴보면 새해 들어 미국과 한국의 전쟁도발책동을 강조하며 내부 주민들을 향해 군사적 긴장감을 끊임없이 높여왔습니다. 전 시간에도 언급했듯이 지난 1월 말에 ‘전투동원태세’를 발령한데 이어 2월 12일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았습니까? 그 후 2월 19일부터 29일까지 열흘간 또다시 ‘전투동원태세’를 발령했습니다.

‘전투동원태세’가 발령된 첫 며칠간은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면서 자동차나 지어는 화물열차까지도 위장망을 치고 다니도록 엄격히 통제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의 언론들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 소식들을 잇달아 전하면서 호전적인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나니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미국과 남한이 군사적 긴장상태를 높이는 것 아니냐? 미국과 남한이 가만히 있는데 우리 북한이 이유 없이 자꾸 훈련을 하겠냐? 이렇게 긴장상태를 놓고 외부적인 위협을 의심하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2월 말, 3월 초에 들어서면서 북한 당국이 갑자기 주민들에게 식량공급을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주민들에게 지금 배급을 주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지금까지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나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비롯해 어떤 국가적 기념일이라든지, 특별한 계기에 조금씩 식량공급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계기점도 없고 예고도 없이 불쑥 주민들에게 식량공급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전시예비물자인 ‘2호 창고’에 있던 식량을 털어서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고 있다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온성군에서 2월 27일부터 ‘2호 창고’의 식량을 배급으로 풀고 있다, 자신도 3월 달 한 달분의 식량을 배급받았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도 양강도 혜산시에서 운총리 ‘54호골안’에 있던 ‘2호 창고’의 식량을 모두 털어 배급을 주고 있다면서 사무원들은 한 달분, 일반주민들은 보름 분씩 통 강냉이로 배급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배급을 주니까 긴장상태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한마디로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배급에 ‘전쟁이 박두했다, 이제 어느 순간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2호 창고’가 전시예비식량을 저장하는 창고인데 그 식량을 털어서 배급을 준다니까 주민들의 긴장감이 더 높아진다는 거죠.

박성우 : 아, 당장 전쟁이 터질 것 같다, 그래서 당국이 미리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다는 거죠. 이렇게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식량을 더 사두자는 주민들도 장마당에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식량공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마당의 쌀값은 여전히 내리지 않고 환율도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북한 당국이 ‘2호 창고’의 식량을 털어서 배급으로 주면서 오히려 주민들이 느끼는 전쟁위기감이 더 높아졌다, 이건데요. 배급을 주면 오히려 기뻐해야 하겠는데 북한 주민들이 겪는 긴장감,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김정은, 개인기의 체육 국제적 패권 쥐어야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4일자로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체육 분야에서 조선(북한) 사람의 본때를 온 세상에 과시하여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요즘 들어 북한 언론이 체육 분야에 대해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이 지금 강조하고 있는 체육은 대중화된 체육, 주민들이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체육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지금 강조하고 있는 체육은 전문화된 체육, 세계최고의 실력을 갖춘 체육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는데요.

박성우 : 아, 그러니까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엘리트 체육, 이걸 북한 당국이 지금 육성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은 국제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벤츠 승용차와 함께 평양시에 있는 고급아파트를 선물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는 지난해 말 최고위기관 급의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전격 출범시키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북한 소식통들은 국가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서 체육 사업이 가장 쉬운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경기에서 이름을 날리면 그만큼 나라의 위신이 선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해에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많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에 내려진 김정은의 방침 가운데는 인간의 선천적 재능을 지적하면서 “무작정 체육인재를 키운다고 덤비지 말고 운동감각이 뛰어난 인재들을 제때에 찾아내 전문적인 훈련을 주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북한이 “1%의 인재가 세계를 움직인다” 이렇게 ‘인재론’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는데요. 체육사업도 역시 ‘인재론’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국제경기 종목들 모두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아시아인들만의 강점을 가진 종목들부터 우선적으로 배양하고 돈이 적게 드는 종목들부터 효과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지적한 부분입니다.

2월 중순 체육일꾼들에게 내려진 지시에 따르면 단체경기, 그러니까 축구나 농구, 배구와 같이 팀 전체의 기술력이 필요한 경기보다는 권투, 유술, 휘거(피겨), 이렇게 개인들의 기술을 요구하는 선수들을 많이 배양해야 한다, 권투나 유술, 휘거 같은 경기는 국제경기에서 밀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예술체조(리듬체조)와 탁구, 스케이트 선수들도 많이 길러내야 한다며 개인기가 요구되는 경기들부터 힘을 쏟으면서 팀 전체의 기술이 요구되는 경기들도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또 체육 분야는 돈이 적게 들면서도 국력을 시위할 수 있는 좋은 분야라면서 우수한 체육인재들을 제때에 발굴하고 개인기술을 요구하는 체육 분야를 국제적 수준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북한이 이렇게 체육 사업을 강조하는 또다른 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굉장히 체육을 좋아 한다면서요? 이런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문성휘 : 네, 언론에도 그래, 김정은이 ‘농구광’이다, 이런 말들도 많은데요. 실제 북한에서도 2009년 이후에 농구를 굉장히 장려했다고 합니다. 그런 말들을 종합해보면 김정은 개인적인 취향도 많이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여집니다.

박성우 :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눈에 띄었던 뉴스, 하나가 또 있었죠. ‘제14차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김금옥이라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라는 거였는데요. 나라가 가난할 때에는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따오는 금메달 하나가 그 나라 국민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군 하죠. 지금 북한이 딱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