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당국, 위성발사 실패 소식 조직적으로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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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보도한 '광명성 3호'발사 실패 소식을 주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북한당국이 청소년 학생들에게 지급한 교복이 장마당들에서 협동농장원들의 작업복으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당국, 위성발사 실패 소식 조직적으로 은폐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했습니다. 발사한지 2분여 만에 폭발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례적으로 발사실패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응 어떤지 궁금한데요.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3일 12시 3분경에 로켓발사 실패소식을 알렸습니다.

박성우 : 조선중앙통신이 먼저 보도를 했던 거고요.

문성휘 : 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인용해서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도 13일 12시 11분에 신속하게 보도를 했습니다.

박성우 : 이건 북한 일반 인민들이 볼 수 있는 거죠? 조선중앙텔레비전?

문성휘 : 네, 당시 보도 전문이 이겁니다.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3호’발사가 4월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되었다. 지구관측위성의 궤도진입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이렇게 30초도 못 되는 짧은 보도를 내보냈어요.

북한 당국이 텔레비전을 통해 이런 보도까지 내 보냄으로써 김일성 생일 100돌을 경축하는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내부적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남한을 비롯해 언론들에서 이런 추측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외부언론들의 전망과는 달리 북한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로켓발사가 실패한지 이틀이 지난 4월 15일까지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로켓발사 직후부터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에 있는 소식통들을 통해 주민들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했는데요. 일부 소식을 전해들은 국경연선 주민들의 경우,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아닌 중국텔레비전의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밀수나 불법휴대전화로 중국의 지인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는 주민들도 일부 있긴 있습니다.

박성우 : 왜 그런 거죠? 12시면 북한도 점심시간인데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보도를 했으니까 많은 주민들이 봐야 되는 시간대 아닙니까?

문성휘 : 네, 위성을 통해 해외에까지 전파를 내 보내는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는 분명 그러한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박성우 : 실패했다는 보도를요?

문성휘 : 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이게 문제인데요.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이 로켓 발사당일인 13일에 “전기가 왔으나 텔레비전 중계는 오후 5시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정확한 확인을 요청받은 함경북도 소식통도요. “13일 오전 시간에는 타임신호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박성우 : 잠깐만요. 그러니까 TV 중계는 오후 5시부터 시작이 됐다. 그리고 또 한가지 ‘타임신호’라는 말씀 하셨는데 이건 뭡니까?

문성휘 : 네, 이게 저도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잘 몰랐는데요.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위성을 통해 방송신호를 내 보냅니다. 그러면 그 위성전파를 가정세대들에서 직접 받아서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 있는 중계소들에서 위성안테나를 통해 전파를 잡습니다.

박성우 : 아, 그 접시처럼 생긴 위성안테나를 말씀하시는 거죠?

문성휘 : 네, 이렇게 잡은 전파들을 중계소들에서는 중계기를 통해 다시 초단파 대역으로 변환을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변환해서 각 가정들에 중계를 하면 가정들에서는 텔레비전 안테나를 통해 수신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중계소들이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되면 무조건 중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다고 해도 텔레비전 중계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중앙으로부터 ‘타임신호’라는 걸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타임신호’라는 것은 “지금부터 방송을 중계해도 된다”는 것을 각 지방들에 통일적으로 전달해주는 신호체계입니다. 이러한 신호는 각 지역 체신관리국들에 전신신호 형식으로 보내준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 신호가 없으면 아무리 중앙에서 텔레비전을 내보내도 중계를 못하게 되어있다는 겁니다. 이 체계를 위반할 경우 담당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13일에 그와 같은 현상이 있었다는 겁니다. 중앙텔레비전은 분명 오전 8시 30분부터 위성송출을 시작했는데 각 지역에 있는 중계소들에 ‘타임신호’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문 기자 얘기하는 걸 들으니까 이렇게 정리를 해도 되는 겁니까? 북한 당국이 위성발사 실패 사실, 이게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은폐를 했다, 이 말씀이신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러니까 오전에는 계속 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오후 5시부터 중계신호를 내 보내서 외부 세계에서 볼 때에는 마치도 저들이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이 보거나 듣지 못하도록 그렇게 은폐 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그러면 하나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5시 이후에는 위성발사에 실패했다는 보도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내보내지 않았습니까?

문성휘 : 그날 12시, 한번밖에 더는 내보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정말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텔레비전을 통해서 실패사실을 보도했기 때문에 뭔가 변화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2. 북 농장원들, 학생교복을 사서 작업복으로 이용해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을 맞으며 전국의 청소년 학생들에게 교복을 지급했죠. 한국에서는 우리 자유아시아 방송이 이런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는데요. 그런데 이게 무료로 지급되는 게 아니고 돈을 내고 팔아주는 거라면서요?

문성휘 : 네, 물론 팔아주는 거라고 하지만 국정가격이니 아주 눅은(싼) 가격에 주는 겁니다. 이번 교복의 경우 소학교 학생들은 북한 돈으로 천원, 그리고 중학생들은 북한 돈으로 1,500원씩 내고 지급받았다는데요. 이는 장마당 가격의 5/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성우 : 장마당 가격의 5/1이라다. 그러면 장마당에서도 학생들의 교복이 거래된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 네, 장마당에서도 몰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중학교 남학생들의 바지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요. 바지 한 벌에 국정가격이 380원이라고 하는데 장마당에서는 2천500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꽤 많이 받고 파는 군요. 간부들이나 해당 관계자들이 몰래 빼돌리는 겁니까?

문성휘 :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교복을 받은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이 장마당에서 되판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게 해도 됩니까? 교복을 팔면 학생들은 뭘 입고 다니게 됩니까?

문성휘 : 그러니까 중학생들, 사춘기의 학생들은 옷에 몹시 신경을 쓰는 게 아닙니까?

박성우 : 그렇겠죠. 그건 남한도 마찬가지지 않아요?

문성휘 : 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나일론 천을 선호합니다. 나일론은 면에 비해 질기고 또 잘 구겨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같은 환경에서 오래 입고 깨끗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준 교복은 모두 테트론으로 된 천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네, 그런데 테트론이라는 얘기 참 자주 듣는데 이게 나일론하고 어떻게 다릅니까?

문성휘 : 테트론의 경우 나일론에 비해 훨씬 두텁고 더 질기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일론에 비해서 천이 빛깔이 없고 보기가 좋지 않다는 거죠.

박성우 : 이쁘지는 않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흔히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작업복으로 즐겨 입습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바지가 더 잘 팔리는 거군요?

문성휘 : 네, 학생들은 교복을 장마당에서 몰래 팔고 거기에 얼마간의 돈을 보태 나일론으로 된 천을 사서 자체로 교복을 만들어 입는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래요? 자체로 만든 교복은 그래도 승인을 해 주나보죠?

문성휘 : 그런 건 아닌데요. 학생들이 교복을 잘 입지 않는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단속을 매우 엄격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도시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복을 외면하고 최대한 교복 색깔에 맞추어 장마당에서 질 좋은 천을 사서 자체로 해 입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교복을 그대로 입으면 못 사는 집, 돈이 없는 집으로 따돌림(왕따)을 당한다고요. 이렇게 나일론 천으로 비슷한 색깔로 만들어 입으면 보기에도 좋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왕따를 안 당하고, 그렇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북한 사정이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학생들에게 준 교복이 협동농민들의 작업복으로 팔리고 있다. 기왕 국가가 해주는 거라면 학생들의 기호에 좀 맞추어서 그리고 질도 좀 잘 따져서 해주면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시간 또 기대해 보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