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검열 바람에 애꿎은 북 주민들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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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월요일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진행에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연말을 맞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각종 검열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환율로 식량과 생필품 가격들이 크게 올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1. ‘검열 바람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해마다 이맘때면 북한 주민들이 온갖 검열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던데 올해는 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올해는 북한주민들이 예년보다 더 을씨년스럽고 괴로운 겨울을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23일, 김정은의 소행으로 추측되는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그 후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계속되다나니 12월 1일부터 동계훈련에 들어가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한시도 편히 지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새벽 4시부터 적위대 비상소집 발령이 내리면 복장을 차리고 집합장소에 모여야 하고, 밤늦게까지 등화관제 훈련이다 뭐다 해서 등잔불조차 변변하게 켜놓지 못한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등화관제 훈련, 그 이야기 하시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납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찍은 한반도 야경 사진, 한번 보셨습니까? 남한은 온통 대낮처럼 하얀 불야성인 반면에 북한은 암흑천지이던데요. 평양시내 조차도 희미한 불빛이 겨우 비치더군요. 그게 다 등화관제 훈련 때문인가요?

문성휘 : 그런 건 아닙니다. 등화관제 훈련이라는 게 보통 저녁 7시나 8시에 시작해 밤 11시면 다 끝나거든요. 특히 평양시내 같은 경우는 등화관제 훈련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평양시마저도 희미한 불빛 한 점밖에 비치치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사정이 어렵다는 거고요. 밤에는 주민들에게 전기를 전혀 주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우 :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외국인 친구 하나가 그 사진을 보더니 혹시 북한에서 한 순간에 전기를 모두 끄는 그런 훈련을 하는 시점에 사진을 찍은게 아니냐?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 그럼 이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전기도 안주는데 등화관제 훈련은 왜 하는 건가요?

문성휘 : 전시에는 등잔불이나 손전지불빛도 비행기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 하는데요. 등잔불빛도 밖으로 새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거죠.

박성우 : 요즘에는 폭격기에 야간 조준을 위한 적외선 조준장치 같은 게 있어 자동으로 목표를 타격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등화관제 훈련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문성휘 : 필요가 없죠. 북한 당국자들도 현대전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훈련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주민들을 들볶자고 그러는 거죠.

박성우 : 왜 그러는 겁니까?

문성휘 : 그래야 정세타령이라도 할 게 아닙니까? 미국과 남조선 때문에 인민들이 고생한다는 걸 부각시켜 저들에게 쏠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자는 거죠.

박성우 : 그렇게 주민들이 들볶이는데 요새 전기검열대가 도시들을 휘젓고 다닌다는 말이 있어요. 전기도 안주면서 도대체 뭘 검열한다는 거죠?

문성휘 : 전기검열대만이 아니고 유선방송검열, 불법 녹화물 검열, 비사회주의 검열, 국방위원회 검열, 국가보위부 검열, 수매량정 검열, 뭐 이름조차 다 외우지 못할 정도로 검열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무슨 검열이 그렇게 많은 거죠? 주민들이 그런 검열을 다 받아낼 수 있을까요?

문성휘 : 뭐, 해마다 벌어지는 연례행사이니깐 그럭저럭 형식적으로 받아내겠죠.

전기검열의 경우만 놓고 보아도 밤에는 비록 전기를 주지 않지만 주민들이 직장에 출근을 하고 난 아침 8시부터 오전 11시 정도까지는 전기를 준다고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통강냉이도 찧어서 먹고 또 국수도 눌러 먹을 수 있고 하니 깐요. 그런데 그렇게 전기를 주는 시간에 몰래 도둑전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박성우 : 도둑전기가 뭡니까?

문성휘 : 북한은 항상 전력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전기를 준다고 해도 전등 하나만 켜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켜지 못하게끔 딱지를 붙입니다.

하지만 전기가 오는 시간만 되면 몰래 전기히터나 전기담요로 방을 덥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또 병원 수술실 같은 곳은 전기를 특별히 공급하고 있는데 그런데 몰래 연결시켜 전기를 보는 주민들도 일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단속한다는 거죠.

박성우 : 남한처럼 전기를 쓰는 것만큼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쓰지 못하게 막는다는 얘긴가요?

문성휘 : 그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겁니다. 유선방송 검열이라는 것도 그래요. 주민들이 도시와 농촌을 잇는 방송선 들을 불법적으로 잘라내 못을 만들거나 여러 가지 용도로 쓰고 있거든요. 그러니 방송이 나올 리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위에서 유선방송 검열을 계속하라 하니깐 검열을 하는 사람들도 방송이 나오는가를 보는 게 아니에요. 방송이야 나오든 말든 집집마다 방송을 가지고 있는가만 검열하는 거죠.

박성우 : 상부에다 보고는 해야 하니깐 형식이라도 갖춘다는 말이죠? 일년 열두달 검열만 한다는 북한의 현실이 왜 그 모양인지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한꺼번에 그렇게 수많은 검열을 진행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요?

문성휘 : 그런 게 아니고요. 이제 설명절만 지나면 ‘새해 첫 전투’를 한다고 온 주민들이 거름생산에 동원되어야 하거든요. 그게 2월 달까지이고 그다음은 새해 농사차비입니다. 5월부터는 여름 내내 농촌동원에 철길보수작업, 살림집 건설, 뭐 동원으로 세월을 보내야 하니깐 언제 사람들을 만나고 검열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11월 중순부터는 가을걷이도 끝났으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거죠. 게다가 각 부서별로 연말 총화도 있고 하니 그동안 밀렸던 검열을 한꺼번에 다 하는 거예요.

박성우 : 무슨 검열이나 실속 없이 겉핥기로 대충 한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문성휘 : 특별한 검열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검열이 다 그래요. 그렇지 않으면 한꺼번에 쓸어드는 검열에 주민들이 어디 견뎌낼 수 있겠어요?

박성우 : 아무리 날림식 검열이라 해도 그렇게 많은 검열을 한꺼번에 받아내자니 주민들의 고통이 오죽하겠습니까? 하루빨리 이 추운 겨울도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환율로 인상으로 식량가격도 껑충 뛰어

박성우 : 또 다른 소식인데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북한 장마당들에서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 오르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일까요?

문성휘 : 북한당국이 무모하다는 게 그래서 하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강행한 ‘150일 전투’나 ‘화폐개혁’만 놓고 보아도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외부적인 시각이 정확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문제를 만든 당사자들은 그런 걸 전혀 타산 못했다는 거죠.

연평도 사건을 만들어 낸 북한 군부도 단순히 군사적 차원에서만 타산했지 인민생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연평도 사건이 김정은의 소행이 틀림없다면 김정은은 정치가로써의 기질은 물론이고 경제나 군사 전략가로 써도 아무런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죠.

박성우 :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군사적 문제는 경제와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지 않습니까?

문성휘 : 그렇죠. 위성사진으로 보면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킨 북한이 남한군의 대응 사격으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연평도 사건의 여파로 환율이 오르고 쌀값도 요동치니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죠. 그럼 도대체 김정은이 얻은 게 뭐겠습니까?

박성우 : 그러니까 문 기자는 연평도 사건으로 환율이 오르고 장마당 생필품 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그걸 강조하는 거죠?

문성휘 : 실제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전쟁 위험을 느끼면서 주민들이 국제적인 화폐가치가 없는 북한 돈을 외면하는 거죠. 너나 할 것 없이 달러나 중국 인민폐를 거두어들이다 나니 갑자기 환율이 껑충 뛰게 되고 또 환율이 뛰니 장마당 물가도 덩달아 뛰게 된 겁니다.

박성우 : 전쟁에 대비한 주민들이 달러나 중국 인민폐를 모아들이면서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게 됐다. 이런 현상은 결국 북한 주민들도 전쟁이 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 그렇죠. 전쟁에서 이긴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제 나라 돈을 모으지 왜 외화를 모으느라 정신들이 없겠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무리 핵이다 뭐다 하면서 큰 소리 해도 인민들은 어느 길이 살 길인지를 스스로 판단한다는 말입니다.

박성우 : 네, 연평도 사건 이후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북한의 환율과 장마당 물가. 가뜩이나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 겨울이 얼마나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이 될지 짐작이 됩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