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낟알 털기로 더 피곤한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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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월요일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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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에서 가을수확을 끝낸 주민들이 볏짚을 걷어내는 등 농삿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가을걷이가 끝나자 북한 농민들은 낟알을 털어내기 위한 고된 작업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당국이 이를 무시하는 일이 양강도 혜산시에서 발생했습니다.


낟알 털기를 위해 삼엄한 경비까지 조직

진행자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 주말 뭐하셨습니까?

문성휘 : 한강공원에도 나갔고 자전거랑 타면서 운동을 좀 했어요.

박성우 : 저는 친가가 춘천이라서 춘천 시골집에 좀 다녀왔습니다.

문성휘 : 오, 춘천이면 강원도이니까 공기도 좋고 무척 즐거웠겠네요?

박성우 : 그렇습니다. 뭐, 공기도 좋고 다 좋은데 그런데 몸무게가 늘어서 걱정이에요.

문성휘 : 왜요? 친가에서 대접을 잘못 받았나요?

박성우 : 아니죠. 대접이 너무 진해서 탈인 거죠. 요즘에는 시골이가면 농사일이 다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서 음식도 나눠먹고 그런 일이 많거든요. 오랜만에 왔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막걸리에 안주를 퍼주니까, 서울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막걸리를 마셔도 술잔에 부어 조금씩 마시는데 농촌에선 아예 독채로 가져다 놓고 먹기 때문에 몸이 안날수가 없는 거죠.

문성휘 : 예, 한국이 이런게 참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얼마 전에 북한민주화위원회 회원들과 천안에 있는 천화원에 갔는데 1차로 술을 마시고, 2차로 맥주집에 갔다가 3차로는 노래방에 갔어요. 그러다나니 모두 술에 만취상태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마시지도 않은 맥주가 모두 병뚜껑이 열려 있는 거예요. 술이고 라면이고 안주고 모두 범벅이 돼있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니 은근히 화가 나는 거예요. ‘야 이놈들아, 니들 북한에서 온 사람들 맞아. 이렇게 아까운 음식들을 어떻게 버리겠냐고?’

박성우 : 그래요. 맞습니다. 남한 사람들을 보면은 음식이 남으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애들만 봐도요.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우유고 빵이고 입만 댔다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거든요. 그럴 때 마다 한쪽에선 쌀이 없어 인민들이 굶어 가는데 이렇게 다른 한 쪽에선 흥청망청 해도 되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성휘 : 네, 이자 박기자가 남한에서는 농사일이 다 끝나고 ‘농휴기’에 들어갔다고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더 피곤하대요. 산간지대인 양강도나 함경북도 북부, 그리고 자강도 같은 고장은 이미 겨울이 시작됐으니 잘 모르겠지만요. 평안남도나 황해도를 비롯한 앞지대(내륙지대) 농민들은 요즘이 제일 바쁜 철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오, 앞지대에 사는 농민들은 지금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가 보죠?

문성휘 : 일이라는게 끝이 없어요. 남한에선 기계로 가을걷이를 하니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아요?

박성우 : 그렇죠. 탈곡기가 벼를 베면서 한쪽으로 동시에 낱알을 털어내는 작업이 쭉 같이 이어지죠.

문성휘 : 그런데 북한에는 탈곡기가 몇 대 없어요. 옛날 동구권 사회주의 시절에 체코슬로벤스꼬(체코슬로바키야)나 뽈스까(폴란드)에서 들여온 탈곡기들을 아직도 쓰고 있는데요. 이젠 부속도 다 낡은데다 기름이 없어서 가동도 못합니다.

박성우 : 아, 네. 저도 본 것 같습니다. 기계를 쓰면 빨리 하고 좋을 텐데 그런데 북한에서는 농촌지원자들이 논판에 들어가 손으로 모를 꽂고 가을엔 낫으로 벼를 베더군요.

문성휘 : 네, 일체 모든 농사작업이 다 손노동입니다. 그러니 지금이 제일 바쁜 철인 거죠, 농장마다 베어들인 볏단을 탈곡장이라는 곳에 쌓아두고 지금 한창 낟알 털기를 하고 있거든요.

박성우 :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대로겠네요. 발로 채 바퀴 같은 것을 돌리면서 그 위에 볏단을 대면 알들이 모두 떨어지던데 그렇게 하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렇죠. 일부 전기로 한다고 하지만 지금 평양시도 자주 정전이 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나니 농촌들에선 봉건시대 조상들이 쓰던 탈곡기를 아직도 써야 하는 거죠. ‘농휴기’는 고사하고 지금은 농촌지원자들도 없으니 오히려 더 고달프게 일해야 되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죠. 뭐 꼭 어릴 때 어른들이 들려주던 옛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종자선별도 남아있죠. 또 북한 같은 경우엔 종자보관시설들이 제대로 갖추어진 데가 없어요. 그러니 종자보관실도 정비해야 하고 특히 낟알 털기 할 때면 일하는 사람들보다 경비병들이 더 많아요.

박성우 : 경비병이요? 뭘 경비하는 거죠?

문성휘 : 낱알을 지켜야 합니다. 협동농장이라는 게 개인 농장이 아니고 국가가 경영하는 거니깐 농민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해마다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제일먼저 굶어죽는 건 농민들이거든요. 그러니 낟알 털기 때만 되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해 낱알을 훔치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래서 경비병들을 배치한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뭐, 그래도 훔칠 사람들은 다 훔쳐내요. 경비원들과 짜고 훔쳐내기도 하고 지어 여성들은 검열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감추고 나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지금 장마당에서 쌀값이 900원이니까 하루에 1kg 정도만 흠쳐도 900원 버는 게 아닙니까?

박성우 : 아하, 그렇군요. 문 기자의 말씀 듣다보니까 이렇게 훔치고, 훔치는 걸 막고 그런 걱정 없이 북한 농민들도 ‘농휴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북한의 심각한 성폭력 범죄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며칠전에 문 기자하고 이야기를 할 때 문기자가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어요? 북한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개념의 정리, 이게 잘 안 돼 있다.

문성휘 : 네, 그랬죠. 아마 제가 보고 들은 대로 다 이야기를 하면 남한 사람들은 저를 거짓말쟁이, 협잡꾼이라고 할 거예요. 남한에서는 직장에서 같은 동료들끼리 성적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해도 성폭력 행위에 해당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은 그런 게 아예 없어요.

박성우 : 그러니까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도 옆에 있는 여직원에게 조금이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말을 하면 이게 성폭력인데, 그런데 북한에서는 직장이나 돌격대와 같은 집단에서 성적인 이야기를 아무런 수치심 없이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죠?

문성휘 : 네, 그와 관련해 북한사람들이 늘 외우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서로가 만나면 첫 번째는 ‘안녕하십니까?’, 두 번째는 ‘요새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리고 세 번째부터는 아무개가 어떻다든지, 어느 간부가 무슨 죄를 숨기고 있다든지 이런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나면 자연히 정치적인 화제로 돌아서 위에 간부들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비난하는 말이 나온다는 거죠.

박성우 : 네, 그러니 북한식대로 말하면 말반동이 되지 않습니까?

문성휘 : 그렇죠. 그래서 정치이야기는 될수록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깐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좀 분위기도 돋우고 웃기도 하고 하자니 정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남녀 간의 추문들을 들추어내는 거죠.

박성우 : 그러면은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언어폭력, 이런 걸 제한하는 법이 없습니까?

문성휘 : 제가 알건댄 직접 육체적 행동을 하지 않은 이상 범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28일에 양강도 혜산시 마산 1동에서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혜산방직공장에 다니는 22살의 처녀가 저녁 늦게 퇴근하다가 세명의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윤간을 당했어요. 마산1동에 양강도 지구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어 군인들이 많거든요. 그 여성이 범인을 잡아달라고 마산동 보안소(파출소)에 갔대요. 그런데 그곳 보안원이라는 작자들이 한다는 말이 ‘처녀가 강간당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냐?’이러면서 ‘네가 가서 직접 잡아오면 우리가 감옥에 넣어주겠다’ 이렇게 떠벌였다는 거예요.

박성우 : 너무하군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성휘 : 그러니 여성들은 저녁시간만 되면 집에서 외출을 못하는 겁니다. 평양시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정전도 자주 되는데다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한다고 숱한 군인 건설자들과 돌격대가 들어와 있거든요. 일단 돌격대가 마을에 들어오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박성우 : 뭐라는데요?

문성휘 : ‘이 마을의 술과 여자들은 우리가 다 책임진다’ 이렇게 아주 노골적으로 말을 해요. 여성들의 존엄성과 순결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공권력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이런 세상에서 북한 여성들이 하루하루를 참 불안감 속에 살고 있죠.

박성우 : 지난주에 한국의 통일부가 이런 발표를 했죠.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그가운데 70% 이상이 여성들이다 했는데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