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분조관리제가 개혁개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망했습니다.
전국 농업분조장 대회 개최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전국 농업분조장 대회’를 개최하고 지금 농업개혁을 다그치고 있죠. 농업개혁이 결국은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기대감도 높았던게 사실인데요. 이와 관련해 북한 현지의 반응이 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건 김정은 노동당 비서가 2012년 6월 28일, ‘우리식의 새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 이런 비공개 노작을 발표하면 서부터였습니다. 이걸 ‘6.28조치’라고 하는데요.
이 노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된 것이 농업개혁, 한마디로 ‘분조관리제’라고 하는 농업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거였는데요. 노작이 나온 후 북한은 농업분야에서 ‘분조관리제’를 시험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올해엔 또 경제의 주 타격 방향을 농업분야로 정하고 최근엔 ‘전국 농업분조장 대회’까지 개최하면서 ‘분조관리제’를 더욱 확대할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 기자, 예전에도 이런 거 있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있을 때 2002년 7월 1일이었죠? 그때 ‘경제개선조치’라는 걸 내놓았었는데요. 당시에도 ‘분조도급제’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헛갈리거든요. ‘분조관리제’와 ‘분조도급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문성휘: 네, 큰 의미에서 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놓은 ‘분조관리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2002년 ‘7월 1일 경제개선조치’ 때에도 농업개혁의 하나로 ‘분조도급제’라는 걸 시험도입을 했었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입했다가 실패한 ‘분조도급제’는 지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강조하고 있는 ‘분조관리제’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 다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분조관리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았던 ‘분조도급제’에 비해 많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일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래요? 어떤 면에서 후퇴했다는 겁니까?
문성휘: 네, 우선 과거 ‘분조도급제’와 지금의 ‘분조관리제’는 현물분배, 그러니까 식량분배에서 꼭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생산물의 70%를 농민들로부터 ‘식량수매’라는 명목으로 거두고 나머지 30%를 농민들에게 ‘현물분배’로 준다는 내용에서 꼭 같은데요. 지어 농업생산량이 늘어나는데 따라 북한 당국과 농민들이 생산물을 5:5로 나눈다는 약속도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분조관리제’는 당시의 ‘분조도급제’와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 ‘현금분배'에 대해서 이렇다 할 내용이 없습니다.
박성우: ‘현물분배’, ‘현금분배’, 용어가 달라지는데요. 정리를 해보면 이런 거 아닌가요? ‘현물분배’는 농업생산물, 그러니까 한마디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배급과 비슷한 것이고 ‘현금분배’는 노동자들의 ‘생활비’와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되나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다만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배급과 생활비를 지급받지만 농민들은 1년에 한 번씩 식량과 그에 따른 현금을 지급받는데요. 과거 ‘분조도급제’를 실시했을 때에는 시범적인 단위들에 ‘현금분배’도 함께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식량으로 나누는 ‘현물분배’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데다 ‘현금분배’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박성우: 지금은 ‘현금분배’가 아예 사라졌다 하셨는데 그럼 과거에는 ‘분조도급제’를 실시할 때 ‘현금분배’를 어떻게 주었다는 겁니까?
문성휘: 과거도 그래, 지금도 그래 북한 당국이 정한 식량판매 가격은 북한돈으로 45원입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액수는 딱 정해져 있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런데 과거엔 북한 당국이 농업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농민들로부터 ‘식량수매’를 받을 땐 정해진 식량판매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 그러니까 식량판매 가격은 45원인데 식량수매 가격은 55원으로 농민들에게서 거두어 들였습니다.
박성우: 10원을 더 쳐서 거두어 들인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간단히 실례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국가알곡생산계획’이 한개 분조에 1백kg이라고 할 때, 북한 당국이 1백 kg에서 70%에 해당되는 70kg을 가져갑니다. 나머지 30kg은 농민들에게 식량 그대로를 ‘현물분배’로 주고요. 대신 ‘현금분배’는 당국이 거두어 간 70kg의 값을 돈으로 계산해 주는 겁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거두어 간 량, 70%에 해당해서만 현금으로 받는다, 그럼 식량 70kg을 북한 당국이 거두어 가면서 kg 당 55원씩 계산을 해도 3천8백50원이라는 돈을 ‘현금분배’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는 거군요.
문성휘: 그렇죠. 그렇게 ‘현금분배’로 받는 돈이 적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농민들의 사기는 대단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물분배’만 강조할 뿐 ‘현금분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으니까 농민들은 불만이 많은 거죠.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분조도급제’와 ‘분조관리제’가 그렇다면 단순히 ‘현금분배’에서만 차이가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차이도 있는 건가요?
문성휘: 다른 차이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농업 말단 단위 간부선발인데요. 과거 ‘분조도급제’는 협동농장 작업반장과 분조장까지 농민들의 의사에 따라 선거의 방법으로 ‘비밀투표’를 해 선출하도록 했습니다. 이로 하여 노동당 간부들의 권한이 크게 상실됐다는 간부들의 불평도 많았는데요. 하지만 농민들은 그러한 조치를 상당히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협동농장 작업반장이나 분조장을 농민들 스스로가 결정할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 더 구체적으로는 노동당이 협동농장 말단 일꾼들의 간부권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돼 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과거 김정일 시대의 ‘분조도급제’와 지금의 ‘분조관리제’가 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래서 과거보다 많이 후퇴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거군요. 그런데 또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분조관리제’와 함께 북한이 ‘포전책임제’라는 말 많이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어떤 의미입니까?
문성휘: ‘포전책임제’는 가족단위로 이루어진 농업분조 안에서 논밭을 또 분할 해 매 개인별로 나누어 주는 정책입니다. 가족 간에도 경쟁을 붙이겠다는 건데 어차피 농사일이라는 건 혼자서는 못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포전책임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포전관리제’는 분조의 하급 단위라고 보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북한의 ‘분조관리제’를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비교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요. 비교를 해보면 어떻습니까?
문성휘: 한마디로 비교 자체가 안되는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농업개혁을 ‘생산책임제’라고 불렀는데요. 중국의 ‘생산책임제’는 단순한 경작지뿐만 아니라 주변의 토지, 지어 산림까지 개별적인 농민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는 제도였습니다.
특히 중국 당국은 경작지에 심을 곡종까지 일일이 정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농민들이 심을 식량의 곡종까지 모두 일일이 정해주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러면 중국에서는 농민들이 자위에 따라 아무거나 심을 수가 있었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렇죠. 농민들이 경작지에 목화나 약초를 심는다고 해도 중국 당국은 일절 관계하지 않았습니다. 지어 경작지를 양어장으로 만든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고요. 다만 경작지에서 무엇인가 생산물만 나오면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묵인했습니다.
더욱이 농민들이 받은 토지와 산림도 일정하게 제한은 있었지만 농민들 스스로가 관리하도록 했는데요. 경작지가 아닌 토지에 집을 짓든지, 또 목장을 만든다든지 중국 당국은 상관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의 경우에도 농민들에게 분배된 면적의 30% 계선에선 마음대로 벌목을 하거나 필요에 따라 새로운 수종을 심도록 허가 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의 ‘분조관리제’는 자본주의 생산체계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중국의 농업개혁, ‘생산책임제’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거고요. 말단 농업간부들에 대한 농민들의 결정권마저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농업발전에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마치 좀 더 진전된 제도인 듯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2002년 당시에 시행했던 ‘시범조치’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