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주민들이 겪는 핵전쟁 공포증이 예상보다 심각해 전쟁분위기가 더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북한의 대학생들은 최근의 ‘전투동원태세’를 ‘김정은 업적 만들기’를 위한 연출 작업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주민들 “핵전쟁땐 다같이 죽는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핵전쟁발발 위협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이런 말까지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는데요. 주민들이 겪는 핵전쟁 공포증도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하는 말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지금의 상태가 그리 오래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전쟁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북한도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내용입니다.
박성우 :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전시동원태세’까지 선포됐다면서 왜 더 힘들어진다는 거죠?
문성휘 :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주민들에게 강조하면서 지금 당장 미국이 핵전쟁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정세를 몰고 간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는 얘깁니다.
마치도 북한이 핵전쟁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적들의 소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이렇게 계속 떠들어 대면서 주민들은 상당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제 전쟁이 나면 그것은 필연코 핵전쟁으로 번질 것이고 핵전쟁을 하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 같이 죽는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가 전쟁이 박두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전시갱도들에 지휘소들을 전개하고 각 지역 방송국들과 야전병원을 갱도 속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또 전쟁에 대비한다고 하면서 전국적인 범위에서 ‘2호 창고’에 보관됐던 전시예비식량을 모조리 풀고 있고요.
이러한 모습은 과거 북한 주민들이 전쟁위협을 피부로 느껴야 했던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1993년 ‘영변 핵위기’ 때에도 없었던 일들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주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얼마나 공포감을 느끼는가는 장마당과 교육기관들에서부터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현재 쌀 매대를 제외하고 공업품(생필품)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장마당 매대들이 텅 비어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당장 전쟁이 일어나겠는데 장사가 다 뭐냐?”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하고요. 대다수 가정세대들이 비상시 갱도나 야외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식량과 솜동복 같은 것들을 보따리에 싸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큰 도시들의 경우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아이들을 모두 시골로 내려 보내면서 도시학교들은 당장 수업을 하기도 곤란한 지경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시골은 무사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나보죠?
문성휘 : 그런 게 아니고요. 이제 전쟁이 일어나면 핵전쟁이 되는데 핵은 주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들에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기껏해야 주민들 몇백명씩 모여 사는 농촌들은 핵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다면 도시 주민들일수록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더 크겠군요.
문성휘 : 네, 도시주민들일수록 전쟁공포증이 더 크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전쟁공포증이 어디까지 다다랐냐 하면요. 양강도 혜산시에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값이 kg 당 1만 7천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1만 2천 원 정도, 그러니까 평균 5천원씩이나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돼지고기 값이 폭락하는 게 전쟁하고 무슨 상관이 있죠?
문성휘 : 상당한 연관이 있습니다. 당장 전쟁이 난다니까 집집마다 돼지나 염소를 비롯해 집짐승들을 마구 도축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면 돼지나 염소를 가지고 뛸 수도 없지 않습니까?
또 전쟁이 일어나면 가족들 중에 누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니까 한 끼 추억이 되게 잘 먹는다는 거죠. 집짐승들을 도축해서 가족들이 먹을 만큼은 남겨놓고 나머지는 팔려고 하는데 집집마다 도축을 하다나니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하고 북한 현지의 분위기는 이렇게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인데요.
농촌주민들의 경우도 지금 거름생산이나 ‘흑보산비료’를 생산해야 하는데 전쟁을 하겠다면서 비료생산은 해서 뭘 하냐며 아예 작업장에 나오지도 않는 현상들이 잦다는 것입니다. 주민들도 핵전쟁이 일어나면 농촌으로 뛰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짐을 다 싸놓고 비상소집이나 군사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핵미사일이 동원되는 전쟁에 자동보총(소총)이나 가지고 뛰어다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일단 전쟁만 일어나면 농촌으로 피신해있으면서 전쟁이 끝날 때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이 주민들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긴장한 전쟁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전쟁 위기감,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됩니다.
2. 북 대학생들 “전쟁위협은 김정은 업적 만들기”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에 대해서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야기를 했는데요. 어떤 이유로 북한의 대학생들이 그런 평가를 내리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북한의 일반주민들과 달리 북한의 대학생들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 대학생들도 한국의 대학생들과 비슷한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자기들만의 문화적 소통 공간(네트워크)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오, 친한 친구들끼리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이러한 소통 공간은 북한 최고의 대학으로 불리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주축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김일성 종합대학’은 북한 최고위 간부들과 돈 많은 집 자식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국내정세는 물론, 국제정세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거죠.
최근의 정세를 놓고도 북한의 대학생들은 “전쟁은 우리(북한)가 먼저 일으켜야 하는데 우리는 절대로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못한다. 우리의 무력은 미국을 상대로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소식들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박성우 :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먼저 하지는 않을 거다, 이런 생각을 북한의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금과 같이 정세를 긴장시키는 원인을 북한대학생들은 김정은의 업적 만들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다른 이유가 있을 건데 그게 김정은의 업적만들기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공적이 없는 김정은에게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구실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작업이라는 거죠. 지금과 같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 결국 북-미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면 “미국이 김정은의 담력 앞에 무릎을 꿇고 대화의 장에 끌려나왔다” 이렇게 설명을 하기 위한 연출이다, 이렇게 북한의 대학생들은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정세긴장행위가 김정은 업적 만들기 차원에서 치밀하게 연출된 것이다, 이런 주장인데요. 북한의 협박이 정말 연출된 것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