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노동당 1비서가 국가조직기반 강화를 위해 중간 및 하급간부들의 물갈이에 제동을 걸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 국가건설과 전략에 있어서 김정은 정권이 과거 김정일 정권보다 더 편중적이라는 우려가 북한의 간부들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김정은 '간부사업 더 신중하라'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요즘에도 군부대들을 돌며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경공업일꾼대회'를 개최했지요. 상반된 움직임인데 이와 관련해서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먼저 최근의 북한내부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언론들이 전하는 내용과 북한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부 정세를 비교해 보면 참 미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연일 군부대들을 찾으며 강경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그런데 실제 북한내부 주민들이라든지, 현역 군인들 속에서는 전쟁위기와 같은 긴장감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박성우 : 현지 분위기가 그럼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렇게 해석을 해도 되는 건가요?
문성휘 : 네, 그렇다는 거죠. 북한은 지금도 한반도에 조성된 정세가 전쟁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 선전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긴장감을 절대로 놓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18일 북한이 '전국 경공업대회'를 조직하면서 간부들과 주민들의 이동을 허용했고요.
또 3월 21일을 끝으로 인민무력부와 민방위군에 내렸던 '전투동원태세'도 해제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장마당도 모두 정상화 됐다고 하고요. 한마디로 이제는 전쟁위험을 떠들어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현지 소식통들은 북한당국이 긴장상태를 계속 끌고 나갈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장 농사준비도 해야지, 봄철 나무심기와 위생사업, 잔디밭 조성과 요새는 또 꽃밭조성 사업도 벌리고 있는데요. 또 각 도마다 건설되는 놀이공원과 롤러스케이트장 건설에도 노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각 지방에 주둔하고 있는 현역 군인들도 여러 가지 동원에 참가할 만큼 노력부족이 심각하다는 거죠.
여기에 또 최근 내려 온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들이 전쟁준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도 긴장상태를 늦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내려온 방침들이 문화오락시설 건설이라든지 농사, 그리고 주변 환경을 밝게 꾸리기 위한 사업들, 이런데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방침들 중에 당, 행정의 중간 조직들, 기층조직들을 잘 꾸리고 실력을 쌓은 간부들을 중용할 데 대한 내용들이 있어 북한 주민들도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데요.
이러한 방침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1월 28일과 29일, 평양에서 '당세포비서 대회'를 개최한 후 이틀간에 걸쳐 참가자들에게 '당 사업개선을 위한 강습'을 주면서라고 합니다.
또 평양에서 열린 '당세포비서 대회'에 이어서 각 지방마다 개최됐던 '시, 도당세포비서 대회'와 내각 산하 각 '직능별 세포비서대회'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을 가지고 강습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요.
김정은의 방침으로 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당조직의 중간급, 그러니까 초급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말단 기층조직인 당세포를 활성화해서 전반적인 당 조직을 살아 숨 쉬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돼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 조직뿐만 아니라 행정조직들도 툭하면 간부들을 교체하다나니 조직관리, 행정관리가 부실하다"며 "당, 행정조직 강화를 위해 함부로 간부들을 교체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조직의 기강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고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을 통해 북한 고위간부들 상당수가 물갈이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남은 것은 중간급과 말단단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중간급이나 말단단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이런 거네요. 지금까지 고위층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은 많이 했는데 중간급과 하급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도 단행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었는데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는 거죠? 체제 굳히기에 나선 김정은 정권이 중간급과 말단단위 간부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그로 인해서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2. 김정은의 집착증, 북한위기 더 부추기는 꼴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김정은 정권의 이번 핵전쟁 소동이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문 기자가 얼마전에 얘기 했는데요. 어떤 후유증을 뜻하는 겁니까?
문성휘 : 네, 좀 전에 제가 말씀 드렸듯이 북한은 지금 농사준비와 함께 봄철 나무심기, 위생사업, 잔디밭 조성과 꽃밭조성, 이런 사업들로 몹시 분주하다고 합니다. 또 여기에 각 도마다 놀이공원과 롤러스케이트장을 건설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여기에도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하고요.
문제는 이렇게 많은 사업들 중에 당장 인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감나는 사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 정권도 그랬지만 현 김정은 정권에서는 과시성 행사나 건설이 너무도 많다나니 간부들 속에서도 상당한 비난이 일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80년대 말~90년대 초에 수많은 건설을 주도해 자신의 업적을 쌓았는데요. 그런데 80년대 말~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경제형편이 비교적 좋았고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이 많이 도와주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은 이러한 도움도 없이, 현실을 무시한 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간단한 실례로 지난해 김정은은 희천발전소 건설성과를 조기에 시위하기 위해 지방의 전기까지 무분별하게 끌어다 평양시에 집중하면서 경제부문, 특히 가을 걷이를 하는 농업부문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합니다. 당장 낟알 털기를 해야 하겠는데 전력공급이 안 되다보니 농장원들이 겨울 내내 수공업적 방법으로 낟알 털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쟁훈련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제 당장 농사를 짓자면 지금부터 협동농장들에 트랙터를 가동할 기름이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부터 비료도 들여와야 하는데 이런 비료문제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훈련기간에 군부대들마다 전시예비물자로 저축했던 연료들을 상당히 소비했다고 합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쓸 기름이 상당히 부족한 형편이라고 하고요. 지어 지방 '4호 창고'들에 보관됐던 휘발유와 디젤유도 상당부문 퍼내서 훈련에 쓰다나니 전시 민간에 쓸 연유창들도 많이 비어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북한은 해마다 농사철이면 '4호 창고'에 보관된 휘발유와 디젤유들을 급한 농사일에 돌리곤 했는데 올해는 훈련기간에 너무 많이 퍼내서 이젠 그럴 여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이게 현재 간부들의 상당한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롤러스케이트장이라든지, 놀이공원처럼 지금 진행되는 다른 사업들도 당장 급한 식량문제와 인민생활 향상문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거죠.
그러니 주민들도 그래, 특히 간부들 속에서는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하고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번 훈련 후유증으로 당장 올해 농사가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도자 한 사람이 마음대로 나라의 경제를 탕진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북한체제의 특성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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