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간부들, 무모한 지시에 불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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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지도부가 일관성 없는 방침과 지시들을 마구 쏟아내면서 주민들은 물론이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가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침 · 지시 남발…서로 상충되기도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앞뒤가 맞지 않는 방침과 지시가 마구 남발되면서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북한에서 쓰이는 ‘방침’과 ‘지시’, 다른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다릅니까?

문성휘: 네, 우선 ‘방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한 말을 가리키는 북한식 용어입니다. ‘방침’은 일반적으로 모든 주민들을 향한 일반적인 방침이 있고 해당부분과 간부들에게 내린 ‘대내용’, ‘비공개’ 방침들이 있습니다.

‘방침’의 특징은 짧고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가 병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하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8월 제련소 압연직장을 돌아보시면서 주신 방침” 이런 식인데요. ‘방침’은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들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당 단위들에 하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박성우: 무슨 소린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김정은이 내린 방침이니까 이건 싫든지, 좋든지 무조건 집행은 해야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김정은의 방침은 북한에서 ‘곧 법이고 죽어도 수행해야 할 최대의 과제’ 이렇게 말합니다.

박성우: 네, 그렇다면 ‘방침’과 ‘지시’의 차이점은 뭡니까?

문성휘: 북한에서 ‘지시’라면 좀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흔히 ‘지시’라는 말보다 ‘지시문’이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요. 이러한 ‘지시문’은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내린 것이 있습니다. 실례로 ‘새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 이런 김정은의 로작 있지 않습니까?

박성우: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한 노작이라면 ‘6.28 조치’를 뜻하는 게 이난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6.28 조치’, 혹은 ‘6.28 지시문’, 이런 식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내용이 방대하고 구체적인데요. ‘6.28 지시문’처럼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가 명기된 지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하면 최근 전력부문에 대해 내린 ‘방침’들을 한데 모아서 “전력부문에 주신 지시문” 이렇게 전달될 때가 있는데요. 이런 지시문의 경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가 없습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방침’들을 모아 가지고 하나의 지시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또 다른 형태도 있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당단위가 올린 제의서에 수표(싸인)을 하는 방법으로 내리는 지시가 있는데요. 흔히 해당 단위에서 제의서를 올리면 김정은이 “그대로 집행 할 것”이라는 수표를 해서 내려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의서’를 올린 기관의 명칭을 따서 ‘조직지도부 지시’, ‘내각 경공업성의 지시’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지시문도 김정은의 방침과 꼭 같이 취급됩니다. 왜냐면 김정은이 직접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법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박성우: ‘방침’과 ‘지시’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그런데 문 기자, 얼마전 “앞뒤가 맞지 않는 방침과 지시로 하여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이야기 했었지 않습니까? 이번엔 구체적 사례를 좀 얘기해 주시죠.

문성휘: 북한에서 잘못된 ‘방침’과 ‘지시’로 주민들이 혼란을 겪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닌데요. 최근엔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그 구체적인 사례로 석탄수출과 관련한 김정은 제1비서의 올해 1월과 3월 ‘지시문’ 내용을 이야기 했는데요. 올해 1월에 내린 ‘지시문’은 무역부문과 당 간부들, 내각 채취공업성에 ‘비공개’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1월에 내려진 지시문은 북한의 원자력 발전수준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들이 많이 건설된다, 원자력 발전소들이 건설되면 석탄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니 그 전에 석탄을 더 많이 팔아 외화를 벌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돼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더 많이 팔아야 한다고 했다는 거죠? 장성택 처형의 원인 중 하나가 석탄과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팔아 ‘주체철’과 ‘주체비료’ 생산을 가로 막았다, 이런 거였지 않습니까? 그런데 장성택을 처형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석탄을 더 많이 팔라, 이렇게 지시했다면 이건 앞뒤가 좀 많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문성휘: 그러니까 간부들과 주민들이 황당해 한다는 거죠. 더욱이 장성택이 무역부문을 총괄하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월까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무연탄 한톤 당 96달러 정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후 중국의 석탄 값이 하락하면서 지금 무연탄 한톤에 60달러 정도밖에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후: 60달러요? 오히려 장성택 처형 전보다 더 헐값으로 석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이게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장성택이 석탄과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팔았다는 것도 한갓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 3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지시가 또 있었다고 하는데 3월 지시문은 일반 주민들 모두를 상대하고 있다는데요. 석탄을 이용한 공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인민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태양열, 지열, 수력과 조수력, 풍력을 비롯해 친환경적인 자원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는데요.

이와 관련해 소식통들은 “기껏 석탄을 팔아먹다 할 소리가 없으니 쓸데없는 풍월을 친다”며 주민들이 방침의 내용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우: 친환경적 자원을 이용하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데 있겠습니까? 다만 초기 개발비용이 좀 많이 들죠. 그리고 기술수준도 높아야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실용화가 못되고 있는 부분들이 상당한데 과연 북한이 그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일단 의문이 생깁니다.

문성휘: 글쎄요. 저도 상당히 의문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잘 못된 지시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더 큰 문제라는 거죠.

박성우: 다른 사례가 있나보죠?

문성휘: 네, 올해 2월 초 김정은 제1비서는 평양시 애육원과 육아원을 방문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물고기와 곶감을 정상적으로 먹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이날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군 제4302군부대 산하 감나무중대를 사례로 들며 이곳 여성군인들이 곶감을 만들어 주변 탁아소와 유치원에 보내주고 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중대이름이 ‘감나무’에요? 감나무가 많은 모양이죠?

문성휘: 네, 그런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모범을 본받아 모든 인민군 부대들이 감나무를 심고 곶감을 만들어 주변 애육원과 육아원에 보내줄데 대한 ‘방침’을 내렸다는 겁니다.

박성우: 모든 인민군 부대들에 이런 방침을 내렸다는 건가요? 그럼 이제부터 북한 군인들이 곶감도 만들어야 된다는 소리군요.

문성휘: 그러니 참 답답하다는 거죠. 곶감은 군인들도 못 먹는 겁니다. 특히 2011년 김정은 제1비서가 “사과를 수출해 입쌀을 사오는 것이 이득”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모든 군부대들이 주변에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그렇죠. 저도 그런 기억이 납니다.

문성휘: 네, 그런데 군부대는 ‘위수구역’이라는 게 따로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어도 ‘위수구역’ 내에서밖에 해결할 수가 없는데요. 땅이 제한돼 있다는 거죠. 그런데 군부대들마다 심은 사과나무가 이제는 열매를 맺을 만큼 자랐다는 겁니다.

이런 시점에 갑자기 군인들에게 곶감을 생산하라고 하니 지금 군부대들마다 큰 고민에 빠졌다는 거죠. 군인들이 한쪽으로는 ‘감나무 심기운동’이라는 걸 펼치고 있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이니까 이미 심었던 사과나무까지 뽑아버리고 감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느냐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군인들이 건설도 하고, 농촌지원도 하고, 이젠 곶감까지 만들라고 하니 북한 군인들은 정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할 것 같습니다.

문성휘: 그렇죠. 그런 지시나 방침들을 꼽으라면 미처 다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니 간부들이나 주민들속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한처럼 ‘유일지도체제’를 유지하는 나라에서 최고지도자의 지시나 방침이 이렇게 상충한다면요. 국가운영의 효율성은 정말 뚝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주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