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조류독감 발생 늑장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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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구제역’과 ‘조류독감’의 발생을 언론에 뒤늦게 보도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도 안해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발생해서 “많은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북한 언론이 이런 보도를 했는데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구제역과 조류독감의 발생을 너무 늦게 보도한 것 같다, 이렇게 문 기자가 최근에 이야기 했었는데요. 언제 보도를 했던 거죠?

문성휘: 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21일에 구제역 발병과 관련한 첫 보도를 했습니다. 북한당국도 2월 19일 세계동물보건기구에 구제역 신고를 해서 4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받았는데요. 그러나 조류독감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지금까지도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북한 언론이 구제역이 발생한지 한 달도 넘어서 보도를 했는데 이번 조류독감과 관련해서도 좀 비슷한 행보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문 기자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휘: 네, 정확한 의도는 저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제역 발생한 날짜가 1월 8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도를 2월 21일, 그러니까 구제역이 발생한지 41일이 지나서야 처음 보도를 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전염병이지 않습니까? 전염병이 발생하면 조기에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습니까.

문성휘: 네, 그렇죠. 앞서 조류독감 발생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구제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이 북한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이 4월 9일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3월 21일에 조류독감이 발생해 “이미 수만마리의 닭이 폐사 및 도살되는 등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3월 21일에 조류독감이 발병했는데 그때로부터 지금까지면 벌써 23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북한이 이렇게 시간을 끌며 제때에 신고를 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철저히 검증하고 깨끗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언론 보도들 보면요. 비록 국제기구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국가수의방역위원회’를 조직하고 전국에 ‘비상방역’을 선포했다, 이렇게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북한의 ‘비상방역’ 대책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문성휘: 네, 저도 구제역이 발생했을 초기부터 조류독감 발생보도가 나온 지금까지 북한 여러 지역의 주민들과 소식통들을 통해 ‘비상방역’ 대책에 대해 좀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를 해 봐도 북한 내부 주민들과 소식통들은 ‘비상방역’ 대책이 하달되지 않았다고 일치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오, 그래요? 이게 하달되지 않았으면 북한 주민들은 아예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거 아닌가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닙니다. 텔레비죤(TV) 보도를 통해 소식통들도 이미 알고는 있다고 했는데요.

박성우: 아, 발병사실은 알고 있다?

문성휘: 네, 하지만 자신들이 사는 지역들에선 아직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거기다 중앙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국가차원에서는 ‘수의방역위원회’도 조직하고 전국에 ‘비상방역’을 선포했다고 보도를 하는데 이게 하달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그럼 보도내용과 현실하고 차이가 있다는 뜻 아닌가요?

문성휘: 네, 언론의 보도내용과는 좀 많이 다르다는 거죠. 이에 대해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해 보았는데요. 우선 중앙의 지시가 내렸지만 북한의 명령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지시가 전달되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북한은 어떤 지시든 해당 공장, 기업소들을 통해 전달하고 인민반 회의를 열어 관련 지시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들 대부분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관련해 ‘비상방역’을 선포하는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자면 중앙의 지시가 있긴 했으나 이게 하부 말단 주민들에게까지는 잘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또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식량사정으로 인해 집짐승이나 가금류를 많이 기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굳이 주민들에게까지 ‘비상방역’을 선포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는 거죠. 박성우: 아니, 그래도 북한에 꽤 많은 돼지공장이나 닭공장, 오리공장들이 있지 않습니까?

문성휘: 네, 물론 그런 공장들은 많이 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축산과 가금류를 위해 45만톤의 정도의 알곡을 사료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지난해 초 “식량을 많이 소비하는 가축류를 줄이고 풀 먹는 집짐승을 늘이라” 이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가 내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시에 따라 한해 축산용으로 들어가는 알곡을 45만 톤에서 20만 톤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축산류나 가금류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박성우: 공장 차원에선 그렇다 치고, 그럼 개인들은 어떻습니까? 개인들도 돼지나 닭을 많이 기르지 않는가요?

문성휘: 그러니깐 문제라는 거죠. 최근엔 북한 장마당들에 중국산 돼지고기나 계란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료난과 도적들이 기승을 부려 개인들이 기르는 돼지나 염소의 개체 수는 많이 줄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개인들이 닭은 많이 기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비상방역’ 체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큰 문제라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자, 그런데 개인들은 닭을 많이 기른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야기 좀 해보죠. 어떤 식으로 키운다는 거죠?

문성휘: 네, 북한에서 닭은 개인들이 방안에서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한 가정에서 방 한칸이면 30~40마리 정도의 닭을 기를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도적을 맞을 걱정 때문에 방에서 기른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죠. 방에서 기르면 도적을 맞을 걱정이 전혀 없다는 거죠.

박성우: 그건 알겠습니다. 그럼 사료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문성휘: 네, 여기에 대해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장마당에서 계란 한 알에 중국 인민폐로 1원(위안)입니다. 북한 돈으로 이걸 환산하면 1천2백50원이 되죠. 대신 강냉이 1kg은 북한 돈 1천5백원입니다. 그러니 계란 한알을 팔면 강냉이 900그램 정도를 살 수 있다는 거죠. 닭은 보통 하루에 300그램 정도의 낟알과 90그램 정도의 모래나 작은 돌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 외 조개껍질과 계란 껍데기를 비롯해 칼시움 성분을 많이 먹여야 단단한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요. 닭이 이렇게 가리는 것 없이 먹고 소화를 잘 시키기 때문에 북한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내 위는 닭똥집이다’, ‘인민군대는 닭똥집을 가져야 살 수 있다’, 이게 한마디로 가리는 것 없이 먹을 수 있어야 북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을 풍자한 우스갯소리라는 거죠.

박성우: 그런 이야기도 있군요. 문 기자의 이야기를 정리를 좀 해보면요. 매일 계란을 한 알씩 낳는 닭을 30마리만 키워도 계란 30알이면 강냉이 27kg을 살 수 있다는 거고요. 대신에 사료로 쓰는 량도 있죠. 강냉이 9kg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럼 18kg의 정도의 강냉이를 이익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위생적으로 불결한 걸 알면서도 집안에서 닭을 많이 기르고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로 볼 때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관련한 ‘비상방역’ 대책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닭을 방안에서 키워야 하는 북한 사정은 좀 차치하더라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의 발병사실은 제때에 알리는 게 국가가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 지금까지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