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농업개혁’이 또 다른 착취형태로 변하고 있어 농민들 속에서 외면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농사철을 맞은 북한 당국이 알곡생산을 독려하느라 분주하죠.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농업개혁’과 관련해서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게 좀 의문스럽습니다. ‘농업개혁’과 관련한 북한 내부의 소식, 새롭게 알려진 게 있나요?
문성휘: 네, ‘농업개혁’을 중심으로 북한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았었는데요. ‘농업개혁’과 관련한 올해 북한 당국의 움직임을 두루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북한은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각 협동농장 분조장들을 능력 있는 일꾼으로 구성하는 문제를 비롯해 2014년 ‘농업개혁’과 관련된 안건들을 토의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올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 타격 방향은 농업”이라고 제시했고요. 이런 가운데 지난 2월에는 북한 당국이 ‘농업분조장 대회’를 조직했습니다.
이예진: 네, 북한의 건국 이래 ‘농업분조장대회’라는 걸 개최하기는 처음이었죠?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만큼 ‘농업개혁’의 절박성을 북한 당국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농업분조장대회’에서 연설한 박봉주 내각 총리는 지난 2013년의 식량생산에서 “보기 드문 생산성과는 ‘포전담당제’ 덕”이라고 ‘농업개혁’을 극찬했습니다.
또 올해 알곡 증산을 위해 “농사에 모든 힘을 총집중” 해야 한다며 그동안 부분적으로 시행돼온 ‘농업개혁’을 올해부터는 전면적으로, 통이 크게 전개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예진: 네, ‘농업분조장대회’까지 조직한 걸 보면 ‘농업개혁’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 좀 짐작을 할 수 있는데요. 올해 ‘농업개혁’을 위한 준비와 조치들이 그러했다면 현재 시행과정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네, 시행과정이라 하면 참 아쉬움도 많고 장래도 불투명하다, 북한의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농업개혁’도 시작은 거창했는데 결과는 벌써부터 신통치 않다,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예진: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말씀인가요?
문성휘: 네, 북한의 ‘농업개혁’은 한마디로 해방 후 김일성 주석이 내놓았던 ‘토지개혁’의 재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토지개혁’도 많은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농민들은 ‘농업개혁’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무엇보다 공정한 토지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지배와 간섭이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하고요.
또 농민들이 자유롭게 농업물자를 구입하고 생산물을 팔 수 있도록 허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도 뭐, 토지에 대한 소유가 분명해야 된다는 등 많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이예진: 네, ‘농업개혁’이 안착되기 전까지는 상당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이런 뜻이군요.
문성휘: 그렇죠. 그런데 지금 북한의 ‘농업개혁’을 보면 국가가 농민들에게 토지를 대여해 주는 형식입니다. ‘포전담당제’라는 이름으로 개인들이 분여 받은 토지에 대해 평당 북한 돈 12원이라는 돈을 내야 한다는 건데요.
거기다 북한은 뇌물행위가 성행하고 힘 있는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국가입니다. 그러다나니 농업간부들이 자기의 친인척, 인맥에 따라 토지를 불공정하게 분배해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예진: 토지를 불공정하게 분배하고 있다는 말은 힘 있고 배경(빽)이 있는 농민들에게는 좋은 땅이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농민들은 좋은 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죠. 더욱이 큰 문제는 농민들이 대여 받은 땅에서 자기들의 의사에 따라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예진: 그건 또 무슨 의미입니까?
문성휘: 북한은 ‘국가식량생산계획’에 따라 협동농장들에 일일이 식량 곡종을 지정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농민들이 국가가 지정한 곡종 외에 다른 알곡 작물은 절대로 심을 수 없다는 거고요.
특히 분조관리제가 시행된 이후 북한은 ‘생활총화’를 비롯해 농민들의 조직생활 강도를 예전보다 훨씬 높였다고 합니다. 농사일이 바쁜 와중에도 농민들은 각종 학습, 강연회, 작업반 조회(아침회의)까지 다 참가해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불평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예진: 학습에, 조회에 농사일은 뒷전이 됐겠네요.
문성휘: 아닌 게 아니라 농민들 속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다 빼더라도 북한 농민들이 ‘농업개혁’에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농물자 구입에 대한 문제인데요. 북한 당국은 농업 기층단위인 분조나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영농물자를 구입하거나 팔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그 이유는 뭡니까?
문성휘: 이게 겉으로는 개인들이 국가영농물자를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구실을 붙인다는 건데, 이에 대해 농민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예진: 국가가 농민들을 속이고 있다, 농민들을 어떻게 속인다는 거죠?
문성휘: 간단히 이해하자면 이렇습니다. 북한의 ‘농업개혁’은 생산물의 70%를 국가가 ‘수매량곡’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식량 현물로 농민들에게 남겨주는 정책입니다.
이예진: 생산물을 7대3으로 나눈다는 것,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문성휘: 네, 알려져 있죠. 그런데 북한은 영농자재, 이를테면 농사에 필요한 비료나 비닐박막 등을 농민들이 분배받는 30%의 식량에서 제외한다는 거죠. 북한은 농민들로부터 ‘수매량곡’으로 식량 70%를 거두어 갈 때 강냉이는 1kg에 북한 돈 25원, 입쌀은 1kg에 45원씩 쳐줍니다.
그런데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비료는 질소비료 1kg에 북한 돈 20원입니다. 요소비료는 1kg에 25원이고 외국산 복합비료의 경우 1kg에 35원입니다. 여기에 운임비요, 노력비요 또 붙으면 결국 농민들이 받는 비료 1kg의 가격은 북한 돈 40원 대를 훌쩍 뛰어 넘는다는 거죠.
이예진: 네, 그러니까 비료 1kg가격이 입쌀 1kg과 맞먹거나 더 비싸질 수도 있다, 이런 얘기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돈으로 계산하지 않고 농민들이 분배받는 30%의 식량에서 떼어낸다는 거죠. 결국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하면 농민들에게 차례지는 몫은 전체적인 식량생산 량의 20%도 못 된다는 겁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결국 북한의 ‘농업개혁’은 농민들에 대한 또 다른 착취행위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문성휘: 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취지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농업개혁’은 처음의 설명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농민들 속에서 실망감만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이예진: 네, 북한이 최근 들어 ‘농업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 기대됐던 ‘농업개혁’, 뚜껑을 열어보니 북한 농민들조차 원하지 않는 개혁이었다, 이런 내용으로 얘기 나눠봤습니다. 문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