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3.12 상무’를 조직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최룡해가 김정은 제1비서의 휴대전화를 제 때에 받지 않은 벌로 좌천됐다는 설이 북한 주민들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최근에 또 무슨 ‘상무’라는 걸 조직했다, 문 기자가 얼마 전에 이런 얘기를 했었죠. 이미 많지 않습니까?
문성휘: 네,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막기 위한 ‘109상무’라는 게 있고 비사회주의 척결을 위한 ‘1118상무’라는 것도 있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3.12상무’라는 걸 또 만들었다는 건데요. 근데 하나 엿쭈어 볼게요. ‘상무’라는 말하고 ‘그루빠(그릅)’라는 말이 다르게 쓰이나 보죠?
문성휘: 네, 이건 북한 주민들도 많이 헛갈리는 개념인데요. ‘상무’라는 말은 한마디로 “상설적인 업무를 보는 기관” 이런 뜻입니다. 반면 ‘그루빠’라고 하면 대개 임시적인 기구입니다. 때문에 ‘상무’는 한번 조직되면 장기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루빠’는 대개 몇 달, 혹은 일정하게 기간이 지나면 조직자체가 해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례로 ‘109상무’는 2005년에 조직됐는데요.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요. 올해 초 ‘국가보위부 그루빠’의 검열이 있었는데 이 ‘그루빠’의 검열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해산됐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3.12상무’도 앞으로 계속 존재하는 상설적인 검열기관이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임시적인 검열조직이 아니라는 거죠.
박성우: 그렇다면 ‘3.12상무’가 조직된 배경은 무엇이고 주요 임무는 어떤 것입니까?
문성휘: ‘3.12상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올해 ‘3월12일 방침’에 따라 조직된 검열조직입니다.
박성우: 보통 날짜를 따서 이렇게 이름을 짓더군요.
문성휘: 네, 올해 3월 9일 북한이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치루지 않았습니까?
박성우: 네, 그렇죠. 선거와 연관이 돼 있나 보죠?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박성우: 네. 그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기억되는데요. 선거가 치러진 9일 오후 6시 현재 “다른 나라에 가있거나 먼 바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선거자들을 제외하고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들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렇게 밝혔었죠?
문성휘: 그렇죠. 북한의 언론들은 ‘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에 대해 그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은 실상은 좀 달라 보인다,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박성우: 달라 보인다면 어떤 게 달라 보인다는 거죠?
문성휘: 한마디로 북한엔 꽃제비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 꽃제비들 중엔 선거권이 있는 유권자들도 상당히 있다는 거죠. 또 무직자나 군 탈영자, 그리고 거주이전 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꼽자면 군에서 제대돼 대학에 입학한 지방 대학생들의 경우가 많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군복무 기관이 10년이기 때문에 군에서 제대하면 대부분 장가부터 드는데요. 특히 지방에서 결혼한 대학생들은 돈이 없고 또 거주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아내들을 도시로 불러들일 수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아내들 역시 대부분 지방 여성들인데요. 이들은 허가 없이 도시에 올라와 남의 집에서 셋집 생활을 합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지방에 거주권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허가 없이 도시에 올라와 있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게 올라와 셋방생활을 하면서 남편의 학업을 돕고 있거든요. 그런데 선거를 치루자면 이들은 거주권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엔 버스도 거의 없고 또 열차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설령 열차를 타려고 해도 ‘여행증명서’라는 걸 떼야 하는 등 도시에서 시골로 가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여성들의 경우 미처 현지에 도착하지 못해 선거를 못 치룰 수도 있다는 거죠.
박성우: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선거가 최고의 정치행사잖아요. 선거에 빠지면 처벌을 받게 되는 거 아닌가요?
문성휘: 물론 처벌을 받죠. 하지만 본인이 의도적으로 선거에 빠진 것도 아니고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빠졌을 경우 그들을 다 처벌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빠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가지 확실한 거는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북한의 주민통제체계가 상당히 허술하다는 뜻이죠.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고가 들어가면서 선거가 끝난 지 사흘 후인 3월 1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문제해결을 위한 방침을 내놓았고 김정은의 방침에 따라 ‘3.12상무’라는 검열조직이 생겨났다는 겁니다.
박성우: 선거와 관련해서 검열조직이 생겼다는 건데요. 그럼 ‘3.12상무’의 주된 임무는 무엇입니까?
문성휘: 한마디로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인데요. 주로 꽃제비, 무직 건달들, 거주지가 없는 자들을 모두 단속해 북한 당국이 관리 통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항시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하는 게 주된 임무라고 합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또 한가지 알 수 있는 게 있는데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북측 매체의 선전대로 모든 유권자들이 다 참가했다는 거, 이건 표현상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최룡해 직무조동에 북한 주민들은 ?
박성우: 이번엔 다른 소식들 좀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엔 어떤 소식 준비됐습니까?
문성휘: 네, 이번엔 최룡해 이야기 좀 해봤으면 합니다. 요새 한국 언론들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최룡해의 직무조동과 관련된 문제인데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노동당 비서로 조동(이동)된 사건을 놓고 한국의 언론들에서 직무조동이 처벌이냐, 아니면 업무와 관련된 효율성 차원이냐를 두고 논란이 꽤나 있었습니다.
박성우: 네, 그렇죠. 정말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상당한 특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성휘: 그렇죠.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최룡해 조동설과 관련해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게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된 건 아니고 다만 주민들속에서 광범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이번 최룡해 직무조동은 일종의 처벌이다, 다만 앞으로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될 만한 처벌은 아니고 정신을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처벌을 한 것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박성우: 구체적인 사정을 좀 설명해주시죠.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속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에 따르면 최룡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손전화, 이것을 ‘1호전화’라고 하는데요. ‘1호전화’를 제때에 받지 않아 처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성우: 전화를 제때에 받지 않아서 처벌을 받았다, 최룡해가 전화를 직접 받지 않았다면 무슨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아, 그렇죠. 주민들속에 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떤 사안인지는 모르겠으나 김정은이 자신의 손전화로 최룡해의 손전화에 연락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최룡해는 손전화가 든 겉옷을 벽에 걸어 둔 채 부서 직원들과 술자리를 펴놓고 있었다는 거죠.
박성우: 술 마시고 있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러다나니 김정은이 무려 여섯 차례나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화가 난 김정은이 자신의 부관을 직접 시켜서 최룡해를 찾아가서 불러 오도록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화를 못 받은 이유를 알게 된 김정은이 몹시 화를 내면서 “최룡해 동지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했고 그 후 최룡해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노동당 비서로 강등되는 처벌을 받았다, 이런 내용의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많이 퍼져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누가 전화를 했는데 이걸 안 받으면, 그것도 여섯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화는 날만하지요. 그렇다고 해도 그 이유하나만 가지고 직무조동 지시를 내렸다면 이것도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