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나선시, 대대적 주민추방사업 추진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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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중국과 공동개발을 다그치고 있는 나선시에서 불량주민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대적인 주민추방사업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에 주민들의 불안이 가증되고 있습니다.

- 북한의 제관공들이 방범창과 철문을 만들어 판매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산 용접기와 선반까지 차려놓고 돈을 벌고 있다고 합니다.

= 나선시 주민들, 주민조사에 불안감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훈춘-나선항 구간 도로보수공사가 9일 나선시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고 하는데요. 현재 나선시 건설상황에 대해 좀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문성휘 : 네, 언론보도들에 따르면 9일에 나선시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중국의 진덕명 상무부장이 주관한 가운데 훈춘-나진항 도로보수공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는데요.

당초 북한은 중국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황금평 개발 착공식에 대해서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크게 보도한 반면 개발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는 나선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황금평·나선시 공동개발을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북한 당국의 강성대국 치적 쌓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황금평에선 착공식이 지난지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어떠한 공사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고요. 실제 중국 료녕성 당국이나 개별적인 투자자들은 황금평에 대해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금평 개발이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012년 강성대국 생색내기를 목적으로 하는 북한 당국으로선 자칫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처지에 놓였는데요.

이와는 달리 나선시는 중국이 동북 해상로를 개척하기 위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훈춘·나진항 도로보수 착공식이 열린 9일에 나선시에서는 중국 기업이 투자한 시멘트공장 착공식도 함께 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장춘의 일부 기업들이 나선시에 투자해 상당한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도 제기 되었고요.

문제는 나선시가 외부의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효과적인 경제특구가 되겠는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선도할 중추적인 경제협력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는가, 하는 건데 최근엔 실망스러운 소식들이 연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내부에 있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나선시 주민들조차도 9일에 있은 도로공사 착공식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착공식이 있기 전부터 나선시에는 장성택과 김경희 부부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도로 청소라든가, 마을꾸리기도 진행되었고 장성택이 나선시 개발관련 협의를 위해 온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요.

의외로 행사가 조용히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알 수가 없었다는데요. 오히려 나선시에서 앞으로 문제가 있는 주민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새 북한 당국은 나선시에서 주민조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불법적으로 외부의 북한주민들을 끌어들였던 기록이 있는 자, 범죄기록이 있거나 감옥에 갔던 일이 있는 자, 그리고 행불자 가족들이 속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진행되는 주민조사로 하여 곧 대대적인 추방사업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들도 파다하게 돌고 있는 형편이고요. 그런데다 중국과 개발협력이 확대된다는 소식에 나선시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다고 합니다.

박성우 : 왜 그런 거죠?

문성휘 : 생계 문제 때문인데요. 현재 대부분의 나선시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진시 앞바다에서는 성계와 게, 조개, 낙지(오징어), 문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고급 어족들이 잡힌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직접 이러한 어패류들을 잡아 중국 상인들과 직접 거래를 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개발이 지속되면 통제구역들이 많이 생겨나고 어민들의 생계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판단인데요. 합작기업들이 생겨난다고 해도 수익은 전부 북한 당국이 챙기기 때문에 나선시 주민들은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거죠.

실제로 현재 나선시에는 중국과 합영으로 신발공장과 식료공장을 비롯한 일부 공장들이 돌고 있는데요. 노동자들의 월급은 북한의 다른 기업소들과 마찬가지로 2천원에서 3천원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 주민들은 정상적인 출근을 해야 하고 또 북한 당국이 주는, 생계도 유지할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수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크게 우려하는 거죠. 물고기를 잡아 중국 상인들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을 더 선호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듣고 보니 나선시 경제개발, 이게 정작 나선시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군요. 주민조사까지 진행되고 있다니 추방되는 가정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 범죄 증가로 방범창 수요 급증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입니다. 요즘 북한에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중에 용접일을 하는 제관공들이 있다고 하던데요? 물론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도 용접공(제관공)들이 돈을 많이 법니다. 북한에서는 이들이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법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이라는 나라가 범죄가 굉장히 많은 나라가 아닙니까? 돈 많은 집들에선 집을 지키는 사람을 사서 쓸 정도로 가정집을 터는 도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거든요.

그러다 나니 각종 방범장치, 그러니까 철문이라든지, 자물쇠, 쇠로된 창살 같은 것들이 아주 비싸게 팔립니다.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제관공들이니깐요.

요즘엔 여름철이여서 전기도 잘 오고 그러니까 중국산 용접기와 선반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용접기와 선반을 개인들이 산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휘 : 네. 북한산 용접기나 선반은 크고 굉장히 무겁습니다. 또 개인들이 소유하는 건 불법인데요. 대신 중국산 용접기나 선반은 아주 작다는 거죠. 불법이라 해도 개인들이 몰래 소유하고 있기엔 아무런 불편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관공들은 몰래 집에 선반이나 용접기들을 가지고 철문이라든지, 자물쇠, 쇠살창들을 제작하는데요.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산 용접기의 가격이 북한 돈으로 150만원, 중국 인민폐로 4천원이라고 하는데요. 가정집들에서 휴대할 수 있는 선반 하나의 가격은 북한 돈으로 7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 정도면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비(월급)으로 따졌을 때 몇 년 동안 벌수 있는 돈이죠?

문성휘 : 노동자들의 월급이 보통 2천5백 원에서 3천원 사이니깐 일생동안 벌어도 못 버는 돈이죠.

박성우 : 그렇게 비싼 걸 개인들이 어떻게 살 수 있습니까?

문성휘 : 북한에서 중국산 철문 하나의 가격이 현재 북한 돈으로 60만원입니다. 군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보통 40만원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 한 채보다 더 비싼 값인데요.

그러다나니 주민들은 제관공들이 만든 철문을 많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중국산 철문은 단일 규격인데 비해 제관공들이 만드는 철문은 개인들이 직접 주문으로 철문의 크기를 맞출 수 있고 값도 30만원이어서 중국산 철문의 절반 가격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본인들이 철판이나 자재들을 직접 가지고 가면 10만 원대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니깐요. 주민들이 많이 선호할 수밖에 없죠.

박성우 : 네, 방범창이나 철문 때문에 제관공들이 돈을 제일 많이 번다, 이 같은 사실만을 보아도 북한에 범죄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