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지원 의약품 장마당서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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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국제사회가 지원한 의약품들이 북한의 장마당들에 흘러들어가고 있어 환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 북한의 소형 고기잡이 어선들이 마약밀매로부터 자동차부품 불법매매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국제지원 물자들 어디로 가나?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최근 북한판 부자들의 놀라운 호화생활이 중국과 한국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죠? ‘환구시보’에 최근 실린 기사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평양 상류층들이 어떻게 놀라울 정도의 고수입과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문 기자는 그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판 부자들의 생활에 대해 상세히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부자들의 수입이 한국의 중상류층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보도 내용만 보면 정말 그렇더군요.

문성휘 : 네, 이와 관련해서 9월 10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된 내용이 있는데요. 돈 많은 평양의 특권층들 속에서 안상택 거리에 있는 ‘해외명품상점’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서 한 벌에 2천 달러씩이나 하는 미국산 ‘세인트죤’, 북한 말로는 이걸 ‘에스티죤(St. John)’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에스티죤’ 원피스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이렇게 언급을 했었습니다.

박성우 : 네, 평양에서 볼 수 있는 빈부격차의 단적인 예로 ‘에스티죤’이라는 의류이야기를 한 건데요. 이게 비단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는 비법적인 방법으로도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다면서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도 거의 비슷한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돈을 버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국제적인 범죄조직들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이 많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 외 중요한 수입원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물자들이라고 합니다.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물자가 북한판 부자들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나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북지원 단체들이 지원하는 결핵약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최근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결핵약들이 모두 장마당에서 팔린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병원이 아니라 장마당에서 팔린다고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결핵약을 ‘도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결핵약인 ‘도쯔’는 하루에 두 알씩 6개월분의 량이 포장돼 있다고 하고요. 이러한 ‘도쯔’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 정도면 비싼 거죠?

문성휘 : 비싼거죠. 그중 한 종류는 장마당에서 한 알당 북한 돈 600원씩 팔리고 있다고 하고요. 하루분인 두 알을 먹으려면 북한 돈 1천2백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종류는 한 알당 북한 돈 800원씩 팔리고 있다는데요. 하루분인 두 알을 먹으려면 1600원, 지금의 가격대로 볼 때 장마당에서 통 강냉이 거의 1kg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박성우 : 하루에 북한 돈 1천6백원 어치씩이면 6개월을 180일로 봐도 북한 돈으로 거의 30만원이 되는거죠?

문성휘 : 네, 30만원이 됩니다. 이게 돈 있는 사람들에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돈 없는 사람들에겐 정말 엄청난 액수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국제사회가 지원한 ‘결핵약’ 6개월분 포장 하나만 팔아도 30만원이라는 돈이 공짜로 생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결핵환자들의 대부분, 그리고 병들고 앓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돈 없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이죠.

매일 1천8백원씩 들여 결핵약을 사먹어야 할 사람들은 여력이 안 된다는 겁니다. 더욱 심각한 건 결핵은 꾸준히 약을 먹어야지, 중간에 자주 끊으면 병이 고질화되고 만성화돼 나중엔 아무리 약을 먹어도 효능을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내성이 생겨서 그런 거죠.

문성휘 : 네, 내성이라고 하죠. 내성이 생긴 결핵환자는 서서히 말라죽게 되고 환자가 있는 가족들도 장기간의 병시중을 들다나면 함께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비단 결핵약뿐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남뜨보’로 알려진 약이 있습니다. 이게 아마 한국의 대북지원 단체들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요. ‘남뜨보’라는 말은 ‘남조선(한국)의 뜨보진’이라는 말을 줄인 약자입니다.

‘뜨보진’은 강력한 항셍제입니다. 일반적인 감기나 설사를 비롯해 북한에서 해마다 전염되고 있는 ‘파라티브스’나 ‘발진티브스’와 같은 각종 비루스(바이러스), 세균성 질병들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것도 장마당에서 많이 팔린다고 하고요.

이렇게 간단한 사례만 들었지만 실은 이게 단순한 의약품만이 아닌 북한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지원물자들이 이런 식으로 장마당에서 팔린다는 거고요. 그렇게 국제사회와 대북지원 단체들의 지원물자가 권력층의 전유물이 되어 장마당에서 팔리니 북한사회의 빈부격차는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국제사회, 그리고 한국의 지원 단체들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모든 지원물자들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차례지도록 감시한다는 게 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소형 어선 통한 밀수 극성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 보겠습니다. 북한에서 자동차 부품을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엔 전문적으로 자동차 부품만 밀수하는 소형어선들이 늘고 있다. 얼마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소형어선을 가지고 자동차 부품만 전문적으로 밀수를 해도 돈 벌이가 되나 보죠?

문성휘 : 그런 건 아니고요. 소형어선, 북한에선 원동기를 단 소형어선을 ‘뜨랄’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러한 뜨랄선들은 물고기도 잡으면서 중국 어선들을 통해 밀수도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그러니깐 고기잡이를 하면서 부업으로 밀수를 한다는 거군요?

문성휘 : 그와는 좀 반대입니다. 밀수가 우선이고 부업으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건데요. 소형어선들이 자동차 부속품밀수에 많이 개입하게 된 건 변경지역 중국 밀수업자들을 통해 자동차 부속품을 얻기가 어렵다는 사정 때문입니다.

무거운 자동차부속품의 경우 국경을 통해 넘기는데도 문제가 있고요. 최근엔 자동차부속품도 전자장치들이 많아 웬만한 중국 시골밀수꾼들은 정확한 자동차부속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대신 평안북도 주변 바닷가 같은 곳은 중국 단둥시와 가까워 여러 가지 자동차부속품들을 얻기가 쉽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운행하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외국제 차량들입니다. 때문에 공식적인 통로로 부속품을 사려면 각 지역 무역국에 주문을 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또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소형어선들을 이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자동차 부속품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거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역국에 자동차 부품을 신청하면 중국현지에서 팔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인민폐를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심지어는 비싸기도 하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훨씬 비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몇 달씩 기다려야 부속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소형 어선들을 이용하면 많은 돈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중국인민폐 대신 북한에서 비교적 쉽고 눅(싸)게 얻을 수 있는 고순도 아연이나 니켈 같은 귀금속, 그리고 북한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마약으로 얼마든지 대체 할 수 있다고 하니 깐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공장기업소들은 물론 간부들조차도 대부분 소형 어선들에 마약을 주고 자동차부속품 밀수를 부탁하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마약의 용도가 정말 다양해지고 있군요.

문성휘 : 네, 국경연선에선 필로폰 1그램에 중국인민폐 70원입니다. 그러나 내륙지방에선 그램당 중국인민폐 50원 이하로 얼마든지 필로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고요. 이러한 마약을 소형어선들은 맞거래를 하는 중국 어선들에 그램당 인민폐 120원씩 받고 넘겨준다는 거죠.

박성우 : 말이 자동차 부속 밀수지, 실제로는 마약밀수라는 의미인데요. 상황이 이 정도라면 국경을 통해, 그리고 해상을 통해, 북한의 마약이 주변국들에 얼마나 밀수출되는지 헤아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