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정권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연기한 것을 놓고 북한 내부에서도 많은 의문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해체된 ‘은하수 경음악단’ 배우와 가족들의 일부가 양강도 풍산군으로 추방됐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이산가족 상봉’ 연기 왜?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9월 21일, 추석연휴 중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이렇게 일방적인 발표를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이젠 남북한에 이산자 가족 분들이 많이 생존해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다나니 북한 주민들속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기한 문제를 놓고서는 북한 주민들, 특히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은 거의 없고요. 대부분은 또 무슨 건더기를 잡아 남북 간 정세를 긴장시키려는 것 아닌지 몹시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당국이 남한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허물어가면서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기한으로 연기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부분이 억지스럽고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이고요.
한 가지 그냥 스쳐지나가기 어려운 내용이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에는 남한출신들만 전문으로 관리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조직지도부 6과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중앙당뿐만 아니라 각 도당에도 조직지도부 6과라는 것이 있어 지방에 있는 남한출신 인물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내보낼 인물들 역시 조직지도부 6과에서 선발했다는 거죠.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되면서 이들을 선발했던 도당 조직지도부 6과 담당자들조차도 몹시 황당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사전에 연락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발표가 나온 거군요?
문성휘 : 네, 이미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방에서 선발된 인물들은 8월 20일부터 9월 1일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평양으로 모두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왜 갑자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중단했는지 중앙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는 거죠.
다만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가 6과 담당자들 사이에서 은밀히 돌고 있다고 하는데요. 내용인즉 이미 남측과 교환한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런 겁니다.
박성우 : 명단에 문제가 있다, 그건 남측명단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북측 명단을 말하는 겁니까?
문성휘 : 남측 명단이 아닌 북측 명단인 걸로 6과 관계자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6과 담당자들조차도 자신들이 선발한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깐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추측을 하는데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맞습니다. 그러한 내용이고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상봉자 명단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어떻게 되는 거죠?
문성휘 : 북한 해당 관계자들의 추측으로는 상봉자 명단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일정 기간 뜸을 들이다 명단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망이나 사고와 같은 이유를 만들어 가지고 문제가 된 상봉자들을 다른 사람들로 교체할 수 있다는 거죠.
박성우 : 알겠습니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인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은하수관현악단 배우들 추방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 보겠습니다. 지난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런 보도를 했죠. “북한 당국이 최근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예술단 소속 단원 9명을 지난 8월 처형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한국의 언론사들도 아사히신문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은하수관현악단 배우 처형사건은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인 이설주가 연관되어있다, 이런 내용은 아사히신문이 처음 보도한 건데요.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문성휘 : 일단 북한 주민들속에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이 해산되었다는 소식은 이젠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습니다. 또 음란물을 제작한 배우 4명이 처형됐다는 소식도 여러 지역에서 일치하게 나오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도 그러한 음란행위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김정은의 옛 애인이었던 현송월이 음란물 촬영 혐의로 처형되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간간히 나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이 사건이 현송월과 관련되었다는 내용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속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대략 이런 것입니다.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 배우들이 평양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건설된 예술인아파트에서 온갖 음란행위를 다 했고 또 이걸 영상물로 촬영을 했다는 거고요. 이들의 음란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가택수색을 하는 과정에 수많은 음란물 영상과 음란물 사진이 담긴 알판(DVD)들이 발견됐고 음란행위에 이용된 기구들도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겁니다.
지난 8월 20일, 이 날이 음란행위를 한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 배우들을 처형했다고 알려진 날인데요. 8월 20일부터 전국에 ‘음란행위자들을 엄벌에 처함에 대하여’라는 인민보안부(경찰) 포고가 내렸고 지금도 북한의 공공장소들에 가면 그러한 포고문이 현재 붙어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 사건으로 포고문까지 내렸다는 거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 해산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양강도에 있는 복수의 소식통들은 해체된 ‘은하수 경음악단’ 배우와 가족들의 일부가 양강도 풍산군으로 추방돼왔다고 일제히 전해왔습니다. 죄가 중한 자들은 즉각 처형하고 그 나머지 죄가 경미한 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북한에서도 가장 생활이 어려운 농촌에 추방했다는 건데요.
양강도 풍산군이라고 하면 올해 봄에도 아사자들이 발생했을 만큼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 은하수관현악단 배우와 그들의 가족 7세대가 추방됐다고 하고요. 이들은 풍산군에서도 각 리들에 한 세대씩 분산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면 추방된 배우들의 이름 같은 건 좀 알려졌나요?
문성휘 :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추방된 사실은 풍산군 주민들도 그래, 양강도 주민들에게도 모두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신원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주민들이 알 수가 없다는 거고요. 현재도 이들이 엄격한 통제 속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전혀 가까이 할 수가 없다는 게 양강도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렇지만 아무리 통제된 사회라고 하더라도 이런 소식은 금방 퍼져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