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남새온실’사업처럼 김정일 시대에 실패한 사업들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다시 꺼내든데 대해 북한 간부들과 지식인들속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최근 북한당국이 ‘남새(채소)온실’이나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 이런 사업을 장려하고 나섰다, 이런 이야기 있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업들을 다시 꺼내 들었는데요. 이와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먼저 설명을 드리자면 ‘남새온실’, ‘양어사업’, 그리고 ‘중소형발전소 건설’, 이런 사업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닥쳤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생활을 향상시킨다”며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업들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시원치 않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고 결국엔 숱한 자금과 노력만 낭비한 채 사업들이 모두 폐기됐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생활향상’과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진하다가 실패한 사업들을 답습하고 있어서 주민들속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이 같은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사업의 성공여부를 놓고서는 찬반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박성우 :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하셨는데요.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 김정일이 실패한 사업들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무슨 사정이 있다, 이런 말로 들리는데 그게 맞는가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사정이 있다는 건데요. 한마디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애초 북한은 ‘백두산관광철도’를 건설하고 백두산지구 베개봉 근처에 ‘마식령 스키장’보다 규모도 크고 여러 가지 겨울철 관광행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마식령보다 더 큰 건설을요?
문성휘 : 네, 또 삼수발전소 제2단계 건설과 동해지구 라선시와 김책시를 비롯한 여러 곳에 초대형 바닷가 양식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자금이 많이 드는데다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없고, 성공여부도 불투명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선뜻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박성우 :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군요?
문성휘 : 네, 대신 ‘남새온실’이나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 ‘담수양어사업’, 이런 건 돈이 많이 들지 않고 가능한데다 ‘인민생활 향상’과 직접 연관이 돼 성공할 경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주민들의 인기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성공하면 그렇겠죠. 그런데 다른 말로 해석을 하면 당장 김정은으로선 ‘남새온실’이나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 이런 것 말고는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로도 들리는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과거 북한은 ‘순천비날론’이나 ‘사리원카리비료’ 공장과 같이 숱한 자금을 들이고도 실패한 사업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남새온실’이나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 ‘담수양어’ 이런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사업들이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남새온실’만 건설하려 해도 비닐박막과 난방시설들을 마련하자면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비록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온실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비닐박막이나 난방설비들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건설하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판단인데요.
이런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사업들이 김정일 시대처럼 실패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이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를 두고 북한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평가를 하면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면 찬성하는 쪽은 무슨 이유를 들어 찬성을 하는지 그리고 반대를 하는 쪽은 왜 반대하는 건지, 이걸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그에 대해 소식통들은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이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사업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내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사업을 내미는 형식에 있어서 김정일 정권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요.
박성우 :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문성휘 : 과거 김정일 정권에서는 이러한 사업을 벌인다고 하면 먼저 김정일의 방침이나 지시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김정은 정권은 ‘남새온실’이나 ‘양어사업’을 독려하면서도 김정은의 직접적인 방침이나 지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처럼 어떤 사업을 강요하는 측면은 꼭 같은데 김정은의 지시나 방침을 조건으로 달지 않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건데요.
대신 최영림 총리나 관계부분 일꾼들을 내세워 마치도 그러한 사업들이 인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결정되고 집행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실패할 경우에도 김정은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사전에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사업내용 면에 있어서도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때와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김정일 정권의 경우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하면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내밀었는데 김정은 정권은 그와는 반대로 사업의 타당성과 성공조건을 많이 타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건 큰 차이군요.
문성휘 : 네, 그러한 사례로 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잔디심기’와 ‘화초재배’를 떠들기 전에 ‘잔디연구소’와 ‘화초연구소’를 먼저 내왔고 ‘남새온실’과 ‘담수양어’ 역시 ‘남새연구소’와 ‘양어연구소’를 먼저 내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요. 북한이 건설한 ‘남새연구소’가 남새작물의 종자나 품종연구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남새종자나 품종은 외국에서 모두 사들이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거고요. 그보다 지금의 ‘남새연구소’는 어떻게 하면 북한의 실정에 맞게 ‘남새온실’들을 성공시키겠는가, 여기에 중심을 두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내놓은 것이 북한의 실정에 맞게 4겹의 비닐박막으로 된 2중벽을 통해 ‘남새온실’의 온도를 보장하는 방법이고요. 겉으로는 ‘태양열 온실’을 크게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남새연구소’는 태양열과 함께 지열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열을 이용하면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도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고요. 온실의 규모도 예전처럼 무작정 크게 할 것을 주장하지 않고 ‘남새연구소’에서 길이와 너비, 높이를 규격화 해 공기의 순환속도를 보다 높이는 방법도 연구되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규격화’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건 ‘표준화’를 말씀하시는 거죠?
문성휘 : 네, ‘표준화’입니다. 기존에는 지방마다 자체의 자금이나 능력에 맞게 규모를 설정했는데 지금은 ‘남새연구소’가 내놓은 표준규격대로 건설을 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렇게 표준화 된 규격도 기온이 건조하고 차가운 산간지대와 기온이 습하고 더운 평야지대에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을 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문 기자 얘기를 듣고 보면 같은 건설이라고 하더라도 김정일 정권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관련해 찬반의견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떻게 갈린다는 거죠?
문성휘 : 이런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과거에도 실패한 사업을 다시 한다는데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고 하고요. 전기 문제를 비롯해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된 사업들이 성과를 이루자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은데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비판입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모든 사업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역시 배운 사람이 다르긴 다르다. 과거엔 몰라도 지금은 뭔가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정말 그런 식의 찬반의견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의도인 만큼 좀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