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망 2돌 추모기간을 이달30일까지로 연장하고 외부 이동을 금지하는 등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과 간부들 통제 기간 늘려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장성택 처형사건이 북한 언론들을 통해 보도된 것이 지난 13일입니다. 북한내부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데요.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네, 장성택 처형사건, 정말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은 워낙 간부들의 처형을 많이 경험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큰 동요는 없는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다만 이전 정권들에서 있었던 것과 같은 그런 숙청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이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이 전한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는 “지금은 장성택이 아니라 그 보다 더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의 처형 방법과 관련해 확인하기 어려운 온갖 소문들이 확산되고 있다는데요. 이를테면 “장성택을 기관총으로 쏘아 죽였다”, “죽은 장성택의 시신을 화염방사기로 태워버렸다” 이렇게 차마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이런 이야기들이 북한 주민들속에 광범히 유포되면서 “꼭 그런 방법까지 동원해야만 했느냐” 이런 반발도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이고요. 장성택의 처형방법 이야기들을 통해 친근한 지도자로써 김정은의 가면은 모두 벗겨졌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러니까 처형방법을 놓고는 상당한 반감을 주민들이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장성택이 죽은 것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그런데요. 하지만 일반주민들과는 달리 북한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은 장성택 처형사건을 두고 생각이 좀 복잡한 듯 합니다. 북한의 많은 지식인들은 장성택을 권력층들 중에서도 중간파, 그러니까 온건파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저도 그런 이야기 들은 것 같습니다. “장성택이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이다” 이런 말도 들은 것 같고요.
문성휘 : 네,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건파라고 하는거죠. 평소 장성택은 ‘경제일원화’를 많이 주장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장성택의 주도하에 북한은 국방 분야와 사법기관들이 가지고 있던 군복제작과 같은 생산 사업을 모두 내각에 통합했습니다. 또 장성택은 행정부 54국으로 내각과 군과 사법기관들이 제가끔 가지고 있던 외화벌이 사업들도 모두 통합했다고 하고요.
이러한 ‘경제일원화’ 사업이 북한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속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당, 행정, 사법기관을 비롯한 권력기관들마다 국가경제의 일정부분을 장악함으로써 사실상 “내각은 있으나 마나”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박성우 : 허수아비였죠.
문성휘 : 네, 그러나 장성택을 통해 내각의 기능이 상당부분 회복되고 ‘경제일원화’가 이루어 졌다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은 장성택 숙청사건을 ‘김정일 시대에로의 회귀’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과거로 되돌아 갔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장성택 처형사건은 ‘경제일원화’ 과정에 이권사업을 모두 빼앗긴 당과 군부, 사법행정부문 권력자들의 집단적인 반란이었다는 게 대학생, 지식인들의 판단이라고 하고요.
장성택 숙청으로 노동당 행정부 54국이 해체되면서 군부나 사법기관들이 빼앗겼던 외화벌이사업, 군복생산과 같은 각종 이권사업들을 도로 찾을 것이라고 그들은 추측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래서 북한의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선 장성택의 처형을 놓고 생각이 좀 복잡하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 기자, 현재 북한의 사회분위기가 상당히 궁금합니다. 장성택 처형후 북한이 주민통제를 더 강화한다든지, 내부 혼란에 대비한 별도의 움직임은 포착된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 북한 당국은 평온을 유지할 데 대해 지시하면서 낮에는 주민들의 생활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밤이 되면 도로에서 주민들을 단속하는 등 ‘특별경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민들은 김일성 사망 ‘추모기간’이나 김정일 사망 ‘추모기간’이면 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해 특별히 경계가 강화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주민통제가 김정일 사망 2돌 관련 ‘특별경비주간’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장성택 처형과는 연관 짓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면 장성택 처형으로 발생한 사회적 긴장감이나 혼란, 이런건 없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문성휘 : 네, 겉으로 보기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 후 북한은 사상학습을 강화하고 모든 주민들에게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에 근거한 ‘반성문’을 써서 바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추모기간을 늘렸다는 점도 눈에 띄우는데요. 북한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기간을 12월 10일부터 25일까지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추모기간을 이보다 짧게 12월 9일부터 20일까지로 선포했었는데요. 그런데 14일에 갑자기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추모기간을 이달 30일까지로 늘린다는 지시를 각 노동당 지방조직들을 통해 알렸다고 합니다.
박성우 : 왜 그랬을까요? ‘추모기간’을 30일까지 늘린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게 있는가요?
문성휘 : 네, 상당히 달라지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우선 ‘추모기간’에는 모든 주민들이 일체 술과 도박, 마약을 못합니다. 그런 게 들키는 날엔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거고요. 그리고 평시와는 달리 직장에 일감이 없어도 정상적인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지각 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고요.
특히 이 기간엔 결혼식이나 환갑과 같은 가정 대사도 허용되지 않아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다는 겁니다. 더욱이 아침저녁으로 김정일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에 인사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인원체크를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직장에서 한 걸음도 이탈할 구실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사법기관은 24시간 비상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하고요. 간부들의 출장과 이동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이나 군, 행정기관 간부들은 물론이고 일반 공장기업소 기관장이나 초급당비서들도 가족들 중에 누군가가 사망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기간’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주민들과 간부들을 통제하는 기간이 늘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는 거죠.
박성우 : 굳이 장성택 처형과 연관 짓지 않으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기간’이라는 구실로 주민들을 꼼짝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런 말이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런 주민통제가 언제까지 갈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추모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북한은 새해를 맞으며 또 ‘특별경비주간’이 시작된다고 하고요.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1월 20일까지는 ‘신년사’ 학습기간입니다. 이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 시작되는 2월 16일까지 ‘퇴비생산 기간’이어서 주민들은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다는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앞두고 또다시 ‘특별경비주간’이 발령될 거라고 하고요. 그런 사이면 주민들속에서 장성택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아마도 북한이 이런 식으로 장성택 처형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내부혼란을 잠재우려 하지 않나, 이렇게 추정을 해 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이 가지고 있던 북한 내 위상이 있기 때문에 그 흔적을 모두 지우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