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주민들, ‘애도기간’ 총화에 긴장

신년 공동사설과 북한(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 당 중앙위·당중앙군사위 공동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함경남도 군중대회가 2일 함흥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신년 공동사설과 북한(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 당 중앙위·당중앙군사위 공동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함경남도 군중대회가 2일 함흥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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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새해를 맞는 북한 주민들이 '애도기간' 총화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북한군부가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를 기념하는 녹음강연에서 조국통일 역사를 다시 쓸 거대한 사변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고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1. 북 주민들, 김정은 첫 신년사에 실망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김 위원장의 장례도 끝나고 새해 2012년을 맞으며 북한 당국이 ‘공동사설’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이 사설을 접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주민들도 새해 ‘공동사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은 ‘올해 공동사설은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고요.

후계자 김정은이 젊은 사람이니까 김일성 주석처럼 직접 나와 ‘신년사’를 발표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나누며 갑론을박 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 첫 아침에 모든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동상에 올라 인사를 하도록 조직화되어있는데요. 보통은 김일성 동상에 인사를 한 후 흩어져 휴식을 취하면서 ‘새해공동사설’을 청취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김일성 동상에 인사를 한 후 해당 공장, 기업소나 인민반장들의 집에 모여서 집체적으로 ‘새해공동사설’을 청취하라 이렇게 지시가 내렸다는 것입니다. 집체적으로 공동사설을 청취하라는 지시를 받고 주민들은 아, 이거 김정은이 직접 나와서 ‘신년사’를 하는 모양이다, 저마다 이런 판단을 하며 올해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당, 군, 청년보의 ‘공동사설’이 나온 데다 내용도 뚜렷한 것이 없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예전엔 정말 김일성 주석이 직접 나와 ‘신년사’를 읽었다면서요? 김정은 같은 경운 김일성의 외모도 닮으려고 애쓰는 것 같고, 그래서 직접 읽을 줄 알았는데 그 기대가 빗나갔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김일성의 외모를 닮고 성격도 김일성을 닮았다. 이런 소문이 북한 주민들속에서 많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일성 주석과 같이 직접 나와서 ‘신년사’를 읽을 것이다. 이런 기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새해 공동사설에도 특이한 변화는 없고 최근에는 김정은을 통한 변화보다 앞으로 있을 ‘애도기간’ 총화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발표가 나던 12월 19일부터 장례가 치러진 12월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하지 않았습니까?

이 열흘 동안 주민들은 하루 세 번씩 김일성의 동상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각 지방 문화회관과 회의실들에 꾸려진 ‘추모장’들에서 한 시간씩 통곡할 것을 강요받았는데요. ‘애도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12월 30일에는 곧 ‘애도행사’ 총화가 있다는 것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아주 강력한 애도기간 총화사업이 있었는데요. 올해 첫 출근일인 1월 2일에는 모든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애도기간에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매 날짜별, 시간대별로 써서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적어도 10장 이상씩은 써서 바쳐야 한다고 하니 그로 인한 후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주민들은 가슴을 조이고 있다는데요.

특히 30일에 있은 최고사령관 추대와 관련한 간부강연회에서는 애도기간에 있었던 일부 혼란과 결함들을 지적하면서 “우리 장군님이 생전에 너무도 많은 양보를 했다, 그래서 멋모르고 날뛰는 자들이 있다” 이렇게 김정은의 말을 전해서 참석자들 모두가 간담이 서늘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너무도 많은 양보를 했다, 도대체 누구한테 어떤 양보를 했다는 겁니까?

문성휘 : 그게 인민들과 간부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고 지나치게 많이 양보를 해 줬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애도행사에 불성실하게 참가한 주민들은 ‘역적’이라고 말해 앞으로 무시무시한 총화사업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저는 그 말이 거꾸로 들리네요. 자신은 인민들에게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 이런 말로 들리는데 그래서인지 최근엔 국경연선에서 도강하는 주민들을 즉시 사살한다, 이런 뒤숭숭한 소식들도 자주 들려옵니다. 김정은이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겠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북 군부, 녹음 강연 통해 대남도발 암시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12월 30일,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이죠? 이날 북한 지도부가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서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애도기간’ 총화에 김정은의 최고사령관 추대까지 지켜본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간부들이나 군인들까지 사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 당국이 12월 3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면서 국방위원회 성명을 내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우리에게서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 이렇게 밝혔는데요. 주민들은 변화까지는 기대하지 못해도 김정일 시대보다 더 폭력적이 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인들속에서는 올해 4월 15일, 그러니까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이 되는 때를 맞춰 전쟁을 한다는 소문이 크게 돌고 있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이런 소문이 많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던 30일 오후 5시 경에 각 군부대 대대부에서 사관급 병사들까지 모인 가운데 녹음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제목은 ‘최고사령관 동지와 함께 결전의 시각을 맞이하라’ 이런 거라는데요. 비공개 녹음강연이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만든 ‘방송정론’이라는데요. 인민군 총정치국이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인민보안부에 소속된 국경경비대는 방송정론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송정론에서 북한 군부는 “조국통일 역사를 다시 쓸 거대한 사변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우리의 최고사령관 동지와 함께 결전의 시각을 맞이하자” 이렇게 선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또 지난해 있었던 연평도 포격을 거론하면서 일개 중대의 포화력 앞에서 최정예를 자랑하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해병대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고 하면서 앞으로 있을 격전은 우리의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단 몇 초 내에 끝장을 내는 성전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데 그 정도는 북한이 항상 쓰던 표현이 아닌가요? 심지어는 노동신문들에서도 그런 논조의 글들이 자주 오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하지만 북한이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협박을 자주 한다는데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평도 도발사건도 그런 협박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고요. 단순히 군인들에게 힘을 주고 김정은에게 복종하라는 의미에서 한 말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방송정론에서 “이제 곧 다가올 성전”이라는 표현을 계속 반복하면서 후계자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정 앞에서 조국통일을 선물하지 못한 자책감에 오래도록 흐느꼈다고 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수산에서 최고사령관(김정은)의 통일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며 인민군 장병들 모두가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의 총대를 따라 조국통일의 선물을 안고 금수산으로 달려가자, 이렇게 호소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조국통일의 선물, 그게 전쟁이라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전쟁이라는 거죠. 이러한 소식을 전해준 소식통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해도 최근 북한이 언론을 통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민감하게 받아들일 부분도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박성우 : 네, 최고사령관이 된 후계자 김정은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뭔가 한번 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모한 도발이 아니길 희망해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