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올해부터 ‘북한은 오늘’ 프로그램은 문성휘 기자 단독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청취를 바랍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설 명절도 지나갔습니다. 1월 4일 사흘간의 명절휴식을 보낸 남과 북의 근로자들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새해의 첫 출근을 시작하면서 남한이나 북한의 인사말은 꼭 같습니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여러분들께 새해 첫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는 북한 인민들 모두에게 원 없는 행복이 펼쳐지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여러분 2016년 새해를 축하합니다”…
네, 그런데 2016년 북한의 새해는 출발부터 뭔가 순조롭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새해를 앞둔 12월 29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석 하에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 때문인지 새해 첫 아침인 0시에 맞추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축포(불꽃)행사는 1월 1일 저녁 9시로 21시간이나 연기됐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은 평양시간에 맞추어 아침 8시부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는 9시에 방영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평양시간으로 낮 12시에 방송돼 ‘신년사’를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이 갑니다.
북한 텔레비죤(TV)은 설명절을 맞는 밝고 명랑한 평양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방송했습니다.
조선중앙TV: 새해첫날부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아옵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래과학자 거리가 생겨서 처음으로 맞는 설명절이어서 그런지…
그런가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제시된 경제과제들을 성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결의들을 잇달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 승리자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아 주고 새로운 신심과 낙관을 백배해주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신년사’의 사상과 정신은 뜻 깊은 새해 첫 자욱을 뗀 일꾼들속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언론들은 이렇게 새해를 맞는 인민들의 정서와 ‘신년사’를 접한 일꾼들, 근로자들의 분위기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정작 북한현지 소식통들이 전한 지방의 새해풍경은 이 같은 보도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들은 아침 7시부터 양강도 당위원회와 혜산시당 위원회, 인민위원회, 사법기관 간부들이 앞장서 ‘쾌궁정’ 기슭에 세워진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찾아 화환을 올리고 추모인사를 올렸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오전 9시까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의 모든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찾아 추모인사를 했는데 추모인사를 올리는 여성들은 꼭 치마를 입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모여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청취해야 했는데 북한은 ‘신년사’ 청취를 위해 새해 첫날만큼은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예고도 없이 ‘신년사’가 낮 12시부터 방영되는 탓에 추위에 떨며 추모인사를 하고 돌아 온 주민들은 술 한 잔도 기울이지 못한 채 ‘신년사’를 끝까지 청취하며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불만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설명절 기간에 ‘신년사’를 거듭 청취하면서 기본내용을 외워야 하는 관계로 새해 첫날부터 편안치 못한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설명절은 1월 2일 하루뿐이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새해를 맞으며 인민들에게 3일 동안의 명절휴식을 주었지만 1월 3일 오후부터는 모든 주민들이 새해 ‘첫전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조직이나 공장, 기업소들을 찾아가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나마 주민들에게 공급하던 전기도 1월 1일 저녁 11시부터 중단이 돼 지방은 또 다시 캄캄한 세상이 됐지만 올해는 그래도 지난해 농사가 예상보다 잘 된 덕에 예년에 비해 명절음식이 풍성했다고 합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지금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전해드리는 ‘북한은 오늘’을 듣고 계십니다.
북한의 언론들은 명절 휴식이 끝나기도 전인 1월 3일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관철을 위해 떨쳐나선 “전국 각지의 일꾼들과 사법기관 간부들, 인민군 군인들의 경제부문 지원 소식”을 앞 다퉈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새해 ‘신년사’에서 경제 강국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간부들이 앞장에 서 있음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따라 나설 것을 호소했는데 올해는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있어서 그런지 여느 해보다 ‘첫전투’의 느낌이 달랐다고 북한 현지의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보통 북한의 새해 ‘첫전투’는 공장, 기업소의 노동자들이 부족한 비료를 대신해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생산해 지원을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거름생산과 함께 인민반 부양가족들은 나무심기에 동원됐다고 합니다.
고급중학교 학생들 역시 거름생산이 아니라 파고철(고철)과 파고무, 파지(휴지)와 같은 생산원료들을 해당 학교들에 바쳤다고 북한의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특히 나무심기는 어린 중학교 학생들까지 동원됐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선전수단들과 인민반 회의, 간부 강연회들을 통해 새해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주민들에게 적극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당의 웅대한 구상에 따라 펼쳐진 산림복구 전투는 말 그대로 총, 포성 없는 자연과의 전쟁이었고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한 거창한 자연개조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혹한기에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한 나무심기가 과연 효력을 보겠는지, 소식통들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시한 노선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반응과 함께 올해 노동당 제7차대회를 앞두고 여러 건설현장과 농업부문에 주민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벌써부터 농업부문만이 아닌 여러 부문들로 새해 ‘첫전투’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아 올해 얼마나 많은 노력동원이 있을 것인지를 예고해 준다는 게 소식통들의 언급이었습니다.
‘신년사’에서 김 제1위원장이 ‘단천발전소’ 건설을 언급했지만 지난해까지 1단계 공사가 완공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와 ‘어랑천발전소’에서는 아직도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내년도 당 대회 전으로 끝낸다는 황해북도의 ‘자연흐름식 물길’ 공사에 대해서도 “‘자연흐름식 물길’은 물 흐름이 느려 자칫 장마철에 물난리를 빚어낼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그들은 설명했습니다.
새해를 맞는 북한인민들이 김정은의 ‘신년사’ 관철을 위해 한 사람같이 떨쳐나선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지방의 인민들은 고단한 노력동원과 끝이 보이지 않는 건설에 지쳐 일찌감치 주눅이 들어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주민들의 사기가 이처럼 주저앉아 올해 김정은 정권의 구상이 얼마나 현실화 되겠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아무쪼록 북한의 인민들이 노력동원에서 해방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하면서 ‘북한은 오늘’ 마칩니다.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시고요.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