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겉으로만 관계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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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겉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인민군 부대들을 향해서는 전쟁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중국장사꾼들이 위탁가공에 눈을 돌리면서 외화벌이 기관들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내부적으론 전쟁 철저히 대비 강조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당국이 지난16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제안’을 발표했는데요. 북한 당국의 ‘중대제안’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 국방위의 ‘중대제안’ 발표에 대해서는 남한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오히려 관심도 더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들 중 일부는 북한 당국이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남한 당국에 ‘중대 제안’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아직까지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전기사정이 악화돼 텔레비전을 많이 못 본다,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 많이 해주셨는데요. 아마 같은 이유때문인가 보죠?

문성휘: 물론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게다가 요새는 열차도 혜산-평양, 평양-두만강과 같은 기본선들만 운행할 뿐 간선열차들은 뛰지 못하기 때문에 신문조차도 제때에 보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이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북한 내부에선 지난달에 있었던 ‘장성택 처형사건’도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장성택 처형이 일부 간부들에겐 큰 충격이었겠지만 주민들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라며 애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이 그 정도로 당국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북한 국방위의 ‘중대제안’도 주민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문 기자, 북한이 18일에는 또 ‘노동신문’을 통해서 남한 당국이 자신들의 ‘중대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선언한대로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북한이 말한 ‘실천적 행동’이 무엇인지, 여기에 대해서는 뭐가 알려진 게 없는가요?

문성휘: 네, ‘실천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각 인민군부대들에 “다가 올 전쟁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자!”라는 내용의 ‘학습제강’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이 ‘학습제강’은 북한 국방위가 ‘중대제안’을 발표한 직후에 모든 군부대들에 배포된 것으로 알려져 더 주목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인민군 총정치국 명의로 배포된 ‘학습제강’에서 ‘당이 평화의 구호를 높이 들면 들수록 우리 혁명무력은 총대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첫 머리에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하면서 “전쟁은 언제 한다고 소리를 내며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을 강조하면서 현대전에 맞게 전술, 기술적 문제들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군이 ‘동계훈련’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런 ‘학습제강’이 내려 온 것이 아닐까요?

문성휘: 그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의 말로는 상당히 눈여겨 볼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학습제강’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에 대비하라며 기존과는 달리 장거리 전투체계로 군부대의 전술전환을 독촉했다는 것입니다.

기존까지 북한 인민군의 전술적인 전투체계가 모두 근거리 전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 장거리 전투체계를 부쩍 강조하면서 ‘저격수운동’, ‘명사수 운동’을 예전과는 다르게 강조하고 있다는데요. 이렇게 전술적인 전투체계를 변화를 시도하면서 매 인민군 분대들은 저격수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군부대 분대화기로 ‘저격소총’이 곧 도입된다는 얘기들도 군인들속에서 많이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통해서 남측을 상대로 평화공세를 펼치면서도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전쟁에 더욱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하는 2중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2. 북 주민들, 중국의 위탁가공 열풍

박성우: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 장사꾼들이 개별적인 북한주민들에게 위탁가공을 주문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개별적인 주민들에게 어떻게 위탁가공이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중국 장사꾼들이 주문하고 있다는 위탁가공, 이걸 일명 임가공이라고 하는데 이게 알고 보면 게 별게 아닙니다. 개별적인 북한 주민들에게 집에서도 할 수 있거나, 특별한 기계수단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주문한다는 건데요.

박성우: 그런 게 뭐가 있습니까?

문성휘: 그런 것들로는 주로 옷이나 신발, 가방과 같은 가공제품들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라진항과 청진항을 비롯해 중국 어선들이 공해상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직접 북한 현지에 가져와 가공해서 가져가는 일들도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문 기자,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중국 장사꾼들이 외화벌이 사업소나 공장기업소들이 아니라 직접 개인들에게 부탁해서 위탁가공을 한다는 거잖아요? 이게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북한 체제에서 이런 게 가능한가 하는거죠.

문성휘: 네, 그것도 따져 보면 별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중국장사꾼들은 북한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북한에 있는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장사를 한다는 데요. 이런 장사꾼들이 중국에서부터 완제품이 아닌 천이나 가죽, 고무와 같은 원료들을 많이 들여오고 있다는 거죠.

천을 가지고 들어 온 중국 장사꾼을 사례로 든다면 이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대개 전기로 움직이는 재봉기도 수동으로 움직이도록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중국 장사꾼들이 자신의 친척들을 동원해 이런 재봉기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에게 천이나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면서 일정한 형태의 옷을 무더기로 주문을 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무더기로 주문을 할 정도라면 상당한 숙련공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북한에 숙련공이 많을까요?

문성휘: 북한은 원래 ‘자력갱생’을 한다는 나라가 아닙니까? 집집마다 재봉기는 필수품인데 스스로 옷을 만들거나 개조해 입어야 하니까 주민들의 재봉기술도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일감이 없어서 그렇지 기술숙련공, 한마디로 기능공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탁가공을 하게 되면 돈벌이는 좀 된다고 합니까?

문성휘: 북한에서 옷이나 신발, 이런 걸 가공할 때에는 물량에 따라 무게 단위로 기준을 정한다고 합니다. 예하면 옷 10kg을 가공했을 때 중국인민폐 300원, 20kg이면 500원, 이렇게 기준을 정한다는데 벌이가 좀 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간단한 옷으로부터 시작해 가공이 까다로운 가죽가방, 지어 신발까지, 북한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져서 중국에 들어가는 임가공 제품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에서 임가공 한 제품의 경우 상표는 달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상표를 단다는 건데요. 이렇게 개별적인 주민들을 상대로 한 임가공이 늘다보니 북한 외화벌이 단위들에 차례지는 일감이 적어진다고 합니다.

북한도 이러한 실태를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당장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거죠. 개별적인 장사꾼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막을 수도 없고, 또 상표가 없는 옷을 세관에서 막을만한 법이나 규정도 지금까진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북한당국이 중국 장사꾼들의 임가공을 제한하는 어떤 법적 초치를 취하지 않는 한 외화벌이 기관들은 돈벌이에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박성우: 외화벌이 기관이야 손해를 보겠죠. 하지만 북한 주민들 개개인들에게는 득이 된다면 이런 북-중 민간인들의 임가공 무역은 점점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 많았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