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새해 들어 자동차와 버스를 비롯해 개별적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윤전기재(자동차 등 운송수단)들을 국가에 자발적으로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이 “개인 소유의 윤전기재들을 자발적으로 국가에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북한이 왜 갑자기 개인들의 윤전기재를 모두 회수하려 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설명 좀 해 주시죠.
문성휘: 네, 간단히 말씀을 드린다면 북한에서 윤전기재는 엄연히 ‘생산수단’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원칙에 맞게 지금까지 일체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북한에도 돈 많은 부자들이 생기면서 일부 윤전기재를 비롯해 생산수단이 개인의 소유로 되어가고 있다는 거죠.
오중석: 네, 그러니까 특별히 윤전기재, 그러니까 자동차들만이 아니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산수단은 모두 국가에 바쳐라, 이런 의미이군요?
문성휘: 네,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은 윤전기재들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국가에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윤전기재를 제외하면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생산수단은 별로 회수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개인들이 신발을 만들어 판다든지,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수공업적인 생산방식에 의한 것이지, 특별한 기계나 생산수단을 이용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러나 윤전기재라고 하면 어떤 상품을 만드는 기계는 아니지만 분명히 생산수단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문 기자, 윤전기재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것도 있고 농민들이 쓰는 소형 뜨락또르(트랙터)와 같이 크기가 작은 것들도 있는데 북한이 말하는 윤전기재의 범위는 대체 어디까지라는 겁니까?
문성휘: 북한이 현재 바치라고 한 개인소유의 윤전기재는 화물자동차, 버스, 농민들이 쓰는 소형 뜨락또르와 세발 오토바이를 비롯해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일체의 모든 기계수단들이라고 합니다. 지어 개인들이 보유한 오토바이도 세대 당 한 대씩으로 제한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오중석: 오토바이까지 세대 당 한 대씩으로 제한했다면 그럼 오토바이도 생산수단에 속한다고 보는 건가요?
문성휘: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오토바이를 세대 당 한 대씩만으로 제한한 것은 “오토바이 보유 대수에 따라 빈부 차이를 가늠하는 주민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중석: 오토바이 대수를 보고 어떻게 빈부 차이를 가늠한다는 거죠?
문성휘: 네, 북한의 주민들은 항상 과시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습관이라고 봐야죠. 그런데 흔히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나 버스 같은 것은 드러내 놓고 자랑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나 버스 같은 것은 생산수단에 속하기 때문에 형식상 기관기업소의 소유처럼 등록을 해놓습니다. 한마디로 오토바이를 제외한 다른 윤전기재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민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죠.
오중석: 네, 그렇군요. 돈 있는 사람들이 부를 과시하고는 싶은데 자동차나 버스로는 안 되니까 오토바이의 대수로 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말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다는 겁니다. 이렇게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의 부의 과시가 사회적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고, 한쪽으로는 북한의 도시들에 너무도 많은 오토바이가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폐기처분된 오토바이들이 밀수꾼들에 의해 북한에 들여와 쓸 만한 부속품들을 모아 재조립되어 팔린다고 하는데요. 중국에서 폐기된 오토바이가 북한에서 수리돼 쓰이면서 오토바이 대수도 늘고 그로 인한 교통사고도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오중석: 다른 말로 해석을 하면 북한이 교통사고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오토바이 수가 많다는 의미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못쓰게 된 오토바이나 텔레비죤(TV)을 비롯해 북한은 지금 중국의 폐기물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거죠. 이와는 달리 북한이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윤전기재, 그러니까 짐을 실을 수 있는 윤전기재들을 회수하려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다른 의미는 또 뭔가요?
문성휘: 북한은 현재 노동당 창건 70돌을 앞두고 수많은 건설을 벌려놓았습니다. 이런 건설장들은 물론이고 올해 농사준비를 위한 거름생산을 위해서도 더 많은 윤전기재들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개인들의 윤전기재는 북한 당국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는 거죠.
오중석: 왜 그렇습니까? 개인들 소유의 윤전기재를 공장, 기업소의 소유처럼 등록해 놓았다고 했는데 그럼 당국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형식상으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공장, 기업소에 등록을 해 놓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공장, 기업소들에 있는 윤전기재들을 동원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허점이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무슨 허점입니까?
문성휘: 북한 당국이 공장, 기업소의 자동차나 버스의 휘발유도 그래, 부속품 한개도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작업을 위해 공장기업소들에 등록된 개인들의 차를 움직이려 하면 개인 소유자들이 차의 중요한 부속품을 미리 떼어낸다는 겁니다.
부속품을 떼어내고 ‘자동차가 고장 나 뛰지 못 합니다’라고 버티면 북한 당국도 어쩔 수가 없다는 거죠. 북한 당국이 부품을 가져다 보장해 줄만한 처지도 못되니까 말이죠. 그래서 윤전기재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은 항상 못쓰게 된 주요 자동차 부속품을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네, 잘 알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건설장이나 협동농장들에서 자신의 윤전기재를 동원하지 못하도록 개인들이 미리 대비책을 다 준비해 두고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도 그래, 북한의 간부들도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자동차 부속을 해결해 줄 수가 없으니 고장이 났다고 버티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거죠.
사정이 이러한데도 올해 완공해야 할 많은 건설과제들을 가지고 있어 북한 당국도 몹시 절박해 보인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젠 개인들에게 윤전기재들을 자발적으로 바치라고 강요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거죠.
오중석: 그러다 당국에서 공장, 기업소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윤전기재들을 모두 회수하게 되면 어떻게 한다는 거죠?
문성휘: 그와 관련해 북한 현지 소식통들과 주민들은 설령 북한 당국이 공장, 기업소들에 등록한 자동차들을 강제로 빼앗아 간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운영하기는 절대로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자동차 부속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개인이 보유한 윤전기재를 자발적으로 바칠 데 대한 북한 당국의 지시가 떨어지기 바쁘게 소유주들은 벌써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자동차나 버스에서 요긴한 부속품들을 다 떼어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이제 당장 끌어 갈 수도 없고 당장 끌어간다고 해도 사용할 수가 없게 만들어 놓았다는 거죠.
오중석: 그렇다면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윤전기재들을 자발적으로 바치라는 북한당국의 강요가 아예 없었던 일처럼 끝나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가요?
문성휘: 일단 북한 주민들도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북한이 장마당을 없앤다며 요란을 피우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빈번히 무산된 것처럼 윤전기재를 보유한 개인들은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네, 당국이 의도한대로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처지도 참 답답하군요. 노동당창건 70돌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숱한 건설을 벌려놓은 북한이 얼마나 급해 맞았는지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