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백두 혈통’을 자칭하는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으로는 ‘백두산 줄기’ 씨 말리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함께 ‘백두 혈통’으로 분류됐던 빨치산 출신 자녀들은 이제 오금철과 최룡해, 김문경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일성과 빨치산 활동을 해 온 최현의 아들이고 인민군 부총참모장인 오금철은 같은 빨치산 출신 오백룡의 아들, 그리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인 김문경은 김일성과 제일 가까웠다는 김책의 손녀입니다.
이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빨치산 후손들이 자리를 내놓거나 권력계에서 멀어진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빨치산의 상징이었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훈, 오일정, 오일수가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빨치산 출신 전문섭 전 국가검열위원장의 사위인 김영일도 노동당 국제부 부장자리에서 해임돼 지금은 외무성 연구원으로 사실상 권력계에서 밀려났습니다. 빨치산 출신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로 노동당 총무비서였던 태종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빨치산 출산 박성철 전 부주석의 사위인 문재철 대외문화연락위원장 대리도 해임되고 오백룡의 아들이자 오금철 인민군 부총참모장의 동생이기도 한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의도 최근 권력계에서 밀려나 지방으로 좌천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이 ‘백두 혈통’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 빨치산 출신 자녀들을 권력계에서 밀어낸 원인은 자신이 재일교포인 고용희의 아들이고 아내인 이설주마저 ‘백두산 줄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이유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백두 혈통’을 독점하기 위해 북한의 권력계에서 ‘백두산 줄기’를 곁가지마냥 모두 제거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정은의 눈 밖에 난 빨치산 출신 자녀들, 이제 그들의 앞날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고향을 양강도 삼지연군으로 공식화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지금껏 국내매체들와 대외매체에서 김정은의 고향을 공식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17년 1월 18일 “백두대지가 끓는다”라는 제목의 영상물에서 김정은의 고향을 삼지연군이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에 올라 있는 영상물의 녹음 직접 들어보시죠.
우리민족끼리 녹음: 위대한 장군님의 고향군인 삼지연군을 세상에 둘도 없는 사회주의 이상군, 행복의 군으로 꾸리기 위한 성스러운 오늘의 전투에서도…
네, 그동안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학계에서 김정은의 고향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했었는데요. 김정은 일가가 주로 원산초대소에서 살았던 것으로 미루어 김정은의 고향도 원산시일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내놓았는데 그 중에 삼지연군으로 추정되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습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찍은 사진도 아직까지 북한이 내놓지 못하고 있어 논란은 더 거셌는데요.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김일성은 생전에 김정은과 일면식도 없었고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 강원도 원산시에 있는 자신의 초대소에서 김정은 일가를 숨겨왔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습니다.
김정은 일가가 생전에 김일성이 모르는 인물들이고 김정일에 의해 원산초대소에 감춰진 존재였다면 김정은이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왜냐면 양강도 삼지연군은 김일성을 직접 호위하는 제1호위국이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일성의 사망 전까지 김정은은 삼지연군을 밟아보지도 못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실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원산시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면서 북한 주민들도 김정은의 고향을 원산시로 추정했는데 전력사정이 어려울 때에도 원산시에만 특별히 전력공급을 해 ‘제 고향 챙기기’가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도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15년부터 ‘혜산-못가’사이 삼지연 철도공사를 다그치면서 현지 간부들 속에서는 김정은의 고향과 관련이 있지 않냐는 의혹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016년 삼지연군 개발을 선포하고 고위급 간부들에게 김정은의 고향을 삼지연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올해 1월 삼지연군 건설을 위한 ‘216 사단’을 편성하면서 김정은의 고향을 삼지연군이라고 일반 주민들에게도 공개했습니다. ‘216 사단’은 ‘백두산청년돌격대’와 ‘6.18돌격대’, ‘삼지연군 철길건설 돌격대’를 합친 전문적인 건설조직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216 사단 외에도 삼지연 못가에 있던 사적비와 군상들을 새롭게 교체하기 위해 만수대창작사가 동원됐다”며 “김정은의 개인시설을 전문으로 건설하는 인민군 공병국 1여단도 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216 사단’은 ‘6.18 돌격대’ 3만명과 ‘백두산청년돌격대’ 3만명, ‘삼지연철길건설 돌격대’ 2만명으로 총 인원은 8만명에 이른다며 건설자들에게 김정은의 고향인 삼지연군을 최상의 수준에서 건설하자는 호소문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지연군 건설은 단순히 삼지연 읍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지나 삼지연군에 속한 중흥리, 포태노동자구, 리명수노동자구, 신무성노동자구와 무봉노동자구를 포함해서 현대화하는 사업이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삼지연군에 속한 리와 노동자구까지 모두 현대화 한다는 건데 그 중에서도 청봉체육촌과 이명수 폭포, 삼지연 못가와 무봉 둘쭉밭, 포태감자농장은 모두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라며 기간은 올해부터 2019년 말까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이 제 아버지인 김정일처럼 고향을 삼지연군으로 조작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속에서 백두산은 신성화돼 있다며 김정은이 ‘백두 혈통’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이 자리 잡고 있는 삼지연군을 고향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김정은의 이러한 고향 만들기와 관련해 1980년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노동당의 모든 체계가 1980년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나니 지도자에 대한 선전선동도 기존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직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속에서 김정은의 고향이 강원도 원산시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고향을 양강도 삼지연군이라고 억지로 지정하려 들면 오히려 그로 인한 역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